<고의서산책/ 835> - 『人畜農經驗方』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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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35> - 『人畜農經驗方』③
  • 승인 2018.09.0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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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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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전래 축산지식과 가축치료법

  이번 호에서는 人門, 畜門, 農門 가운데 축문에 해당하는 육축문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六畜이라 하면, 대개 집에서 기르는 대표적인 여섯 가지 가축을 말하는데, 소, 말, 양, 돼지, 개, 닭을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 『인축농경험방』의 육축문에서는 거의 태반 가량의 분량이 소와 말 같은 대동물에 대한 相法과 병론, 치료법, 사양법이 주로 다뤄져 있으며, 나머지는 돼지, 개, 닭 같은 식용동물에 대한 사육법과 치병법에 대해 간단한 조목들로 나누어 기술해 놓았다.

 

◇ 『인축농경험방』

하지만 양이나 혹은 염소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데,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여타의 가축들에 대해 사육하는 경우가 적어서인지 아니면 전대의 기록이나 경험부족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특이한 것은 養蜂과 養蠶, 곧 벌치는 방법과 누에치는 법이 수록되어 있는 점이다. 두 가지 모두 꿀과 옷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에 다른 여느 동물에 못지않게 중요한 축산 분야였음에 틀림없다.

  소와 말 같이 농사일과 이송에 주요 동력원이자 고기와 젖을 제공해 주는 짐승에 대해서는 오랜 옛날부터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고려시대 이래로 우마의방이 여러 차례 간행되었으며, 특히 조선조 초에 편찬된 『新編集成牛馬醫方』에는 ‘東人經驗牧養法’이란 항목이 별도로 설정되어 있어 독자적인 사육법과 치료법이 전승되어 왔음을 넉넉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마에 대해선 생략하고 평소 의서에 잘 나타나지 않는 돼지와 닭, 개의 질병과 처치에 대해 특이점만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猪兒蒸籠法’이 있는데, 우리말로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갓 난 돼지새끼(猪雛로 표기)를 찌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날씨가 매우 추운 시기인, 섣달 무렵에 돼지가 새끼를 낳아 하루 밤이 지나고 나면 머릿속이 얼어서 10여일 뒤에 병이 나거나 잘 크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특히 돼지는 뇌가 작아서 추위를 잘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 새끼를 시루에 담아두고 불을 미약하게 지펴서 쪄주면, 땀이 나면서 머리가 풀리게 된다 했으니 일종의 汗蒸法인 셈이다.

 
  또 다른 특이법으로 ‘古時養鷄法’이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선조들이 닭을 치던 방법으로 넓은 장소를 확보해서 닭장(鷄舍)을 짓고 그 중간에 담을 쳐서 두 칸으로 나누어서 닭을 기르되, 봄 2월경에 한쪽의 땅을 갈아놓고 차조쌀로 죽을 많이 쑤어서 갈아놓은 곳에 뿌려 놓고 풀로 덮어 둔다. 2~3일 지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벌레가 생기는데, 닭을 그 안에서 기르면 벌레를 잡아먹고 잘 크게 된다. 벌레를 다 잡아먹고 나서, 나머지 반쪽 다른 장소로 번갈아 바꾸어 기르면 좋다.

  한편 조류독감에 참고해 볼만한 내용도 들어 있으니, ‘治鷄疫方’에서는 닭 한 마리가 유행성열병에 걸리면 주변의 다른 닭도 모두 전염되어 죽게 된다고 하였다. 그 대처법으로는 “속히 광주리에 닭을 담아 지붕 위에 올려두고 돼지고기를 잘게 난도질하여 먹이면 면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처방으로 웅황을 가루 장만하여 밥에 섞어 먹이거나 혹은 생옻(生漆)을 밥에 섞어 환을 빚어 큰 닭은 7~8개, 작은 닭은 2~3알씩 물에 개어 닭에게 먹이면 낫게 된다고 하였다.

  또 이 책에는 드물게도 개를 치료하는 방법이 몇 조문 들어 있다. 개가 갑자기 병이 들어 죽게 되었을 경우, 해바라기 뿌리를 코 안에 넣으면 살아날 수 있다했다. 또 개가 온몸에 진물이 흐르고 터진 데는 百部根을 삶아서 몸을 씻어 주고 옴(疥蟲)이 생겨 고생하거든 붉은 팥(赤小豆) 삶은 물로 씻어주라고 하였다. 비록 가축이라 할지라도 병들고 아프면 괴로운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일 테니 여기 적힌 경험이 그저 사람에게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1962년 鄭之洙라는 이가 전래의 경험의료지식을 모아 펴낸 특이한 책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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