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차 한미래포럼]“학생과 환자 중심 교육” “전통·현대과학 용어 통합” “학교별 교육 현황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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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차 한미래포럼]“학생과 환자 중심 교육” “전통·현대과학 용어 통합” “학교별 교육 현황 파악”
  • 승인 2018.08.3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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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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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2부 패널토론 요약

신병철 교수: 임상의는 바로 진료를 보기 때문에 나의 행위가 바로 환자에게 효과를 보여야 한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배우지 않느냐보다 환자에게 바로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강의가 9, 10교시까지 있어서 밤늦게까지 공부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수가 나의 암기력테스트였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의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환자에게 필요한 내용인지 아니면 의서에 나오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학생과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인 교육인가를 기준으로 재배치해야한다.

또한 교육개선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학장협의회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냉정히 말해 주체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한평원에서 그러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 한평원장에게 듣기로는 한평원의 예산이 1억 조금 넘는다고 했다. 한평원장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을 추진할 체계와 자본이 필요하다.

이해상충이 있는 과목이나 사람끼리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제 3자의 입장에서 한의학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갈지 정확히 예측해, 학생과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야 한다. 임상의의 입장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골라내야 한다.

 

김창업 교수: 의료통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데, 의료통합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논의해야 할 주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의료정보다. 이 분야에서는 한의학 관련 EMR과 플랫폼 등을 만들 때 한의학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특수성을 모두 버릴 필요는 없지만 보편적 의학의 틀 안에 들어가면서 그 속에서 특수성을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EBM이라는 패러다임을 맞으면서 기초의학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임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지식정도만 필요한 것이다. 나는 이런 패러다임이 바뀌고 기초과목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방은 의대에서 기초의학을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의대 기초의학에서는 의사가 아니라 주변의 과학자들이 본질적인 콘텐츠를 발전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학은 상황이 다르다. 한의학은 전통 용어와 함께 발전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는 중요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임상에서 전통용어를 사용하고, 과학적 용어가 필요할 때만 기존 실험논문이나 EBM 논문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초의학파트도 전통적 용어와 과학적 용어를 연결시켜줘야 한다. 전통적인 이론과 실험적 연구를 통합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 경락경혈학회에 참석했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경락경혈은 한의학적인 분야이지만 그곳에는 침의 신경과학적 효과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곳에서는 경혈의 임상적 측면도 고민하고, 의사학적 접근도 한다. 경락경혈을 주제로 한방병과 양방병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과 연구 등 모든 측면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한의학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방과 양방으로 분리한 용어도 없어졌으면 좋겠고, 과목이 하나의 큰 주제로 통합적인 형태를 이뤘으면 한다.

 

강연석 교수: 용어를 보편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존에 교육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로인해 오해를 줄 수 있다. 용어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목통합과 진료통합은 최종적 목표에 따르는 중간과정일 뿐이다. 교수들의 말을 정리해보면 모두 최종목표는 환자중심 의료체계이자 지속적으로 활동 가능한 의료체계, 학생중심 교육체계다. 우리가 어떤 진료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 수 있고, 그것이 교육 목표다. 그런 측면에서 의학교육계에서 사용한 용어가 역량중심 교육이다.

토론에서 우리가 무엇을 가르쳐야하는가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는 문제다. 보편화와 표준화를 지향해야 하고, 이는 교수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끼리의 이해관계로 인해 현장에서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데, 이는 뭘 버려야 하는 것이냐의 문제다. 새로운 내용을 위해 빠지는 내용을 언급해야하는데 이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와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점을 추가해서 이야기해봤으면 한다.

또한 WDMS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WDMS는 제도이지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과목의 통합을 이야기하는데, 과목을 왜 통합하는지 이유제시가 분명하지 않은채 교과목 명칭을 맞춘다고 하면 교수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미 2010-2012년 국가시험 과목통합 안이 실패했던 것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신병철 교수: 김창업교수가 언급한 용어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병원 EMR 개발 당시에도 한방용어만 따로 사용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색다른 부분은 치료고 진단명은 KCD를 대전제로 변증을 끌어오기 위한 것을 추가하는 정도다. 용어도 고서에 있다는 개념이 아니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데이터가 쓸모 있어진다. 전체적인 의료영역에서 데이터로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지, 한의학적인 용어를 따로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김동일 교수: WDMS에 등재되려면 의대교육과 거의 비슷해야한다. 부인과는 외과 수술이나 초음파를 제외하면 양방의 내용이 사실상 다 들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목통합 등을 통해 변화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방향에 기초교수들도 동의하고 있는가? 실질적으로 논의하고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권영규 학장: 현재 대학별, 과목별로 실습, 자료, 교재 등의 자료가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학습목표는 어느 정도이며, 양방은 어디까지 하는지, 교재에 있는 부분도 교수에 따라 어떻게 강의하는지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별로 교육학 교실을 만들거나 이 교실에 학과장을 참석시켜 활동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최근 학장협의회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협회가 이러한 위원회를 지원해야 한다. 협회가 지원할 돈이 없다면 대학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평원을 유지하는 이유는 동료집단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김창업 교수: 기초과학문제에 대해서 어느 과목이 얼마나 시수가 부족한지에 대한 기준 등을 알고 싶다. 확인이 필요한 문제다. 내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가 아니라 한의사의 한 명으로서 바뀌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 과목에서 무엇을 빼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권영규 학장: 대학마다 개론의 분량도 극과 극이고, 난이도도 일반인 수준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천차만별이다. 실제 한의학개론과목 교재와 내용수준을 보면 한문교육부터 시작해 본과 1학년까지 올라가도 기본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개론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개론만 빼도 필요한 양방과목 교육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평원의 기준이나 과목에서 무엇을 버릴 것인가 이제는 편히 논의할 때가 됐다. 의사학으로 예를 들면 의가의 관점이 처방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의 방식으로 가르쳐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기초학 교수들도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강연석 교수: 지난 국가시험 문제가 공개된 뒤, 국시원으로 이메일이 한통 왔다. 생리학의 음양오행 문제 등을 예로 들면서 ‘이것이 대한민국정부에서 시행하는 보건의료인시험이냐 역술인 시험이냐’는 내용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 한평원의 평가인증모델은 의평원의 축소판 수준이다. WFME는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와서 내용을 확인한다. 흔히 WDMS 등재를 논하면서 중국과 베트남의 예를 드는데, 이 둘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중국정부에서 양의사와 중의사 모두 의사라고 주장할 뿐이고, 중국의 관련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십년간 의학교육을 개혁해야한다는 것을 큰 주제로 하여, 베트남 의대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버드 의대 등의 관계자들이 와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 전통의학교육은 미국의 D.O처럼 4년 동안 의대교육을 똑같이 받고, 2년 정도만 임상분야에서의 전통의학 내용을 교육한다. WDMS에 등재될 양방 의대가 될 것인데, 한양방 과목통합이 왜 필요한가? 모든 교과목 명칭은 양방명을 그대로 쓰고 가르친다. 만약 학장협의회에서 과목명칭 조정으로 WDMS 등재가 가능하다고 했다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만약 교수들 하나하나를 만나서 4년 간 양방과 똑같이 가르쳐야 하고, 2년 내 모든 전통의학 컨텐츠를 가르치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설득하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면 WDMS 등재는 유야무야될 것이다.

 

정리=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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