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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진화생물학자가 들려주는 몸 이야기
도서비평┃우리 몸 연대기: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2018년 08월 24일 () 06:50:07 안세영 mjmedi@mjmedi.com

정상체온을 훌쩍 뛰어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무더웠던 1994년의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운 올여름 더위가 언제쯤 끝날지, 해서 선선한 가을이 정말 올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지났건만…. 그런데 우리 몸은 왜 30℃를 넘으면 덥다고 느끼는 걸까요? 적어도 40℃는 되어야 더위를 타고, 영하 20℃ 쯤 떨어져야 추워서 웅크린다면 여러모로 훨씬 좋을 텐데 말이죠. 이런 의문이 들 때 읽기 좋은 게 『우리 몸 연대기(The Story of the Human Body)』입니다. 동물원의 침팬지와 형제자매였던 우리의 먼 조상이 600만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흥미진진하게 파헤쳐 놓은 책이거든요.

   
김명주 譯, 대니얼 리버먼 著

저자는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인 대니얼 리버먼(Daniel Lieberman)입니다. 그는 진화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현대 인류가 왜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지, 우리 몸과 문명은 상호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진화적 관점으로 탐색하여 소위 ‘진화의학’이라 일컫는 이 역작을 펴냈습니다. 인간 몸의 구조와 기능이 왜, 또 어떻게 지금처럼 진화했는지를, 인류학·생물학·유전학 연구에 의해 밝혀진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탐구한 것이지요. 사실, ‘진화의학’은 1990년대 초 랜덜프 네스(Randolph Nesse)와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가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Why We Get Sick?)』란 역저에서 “현 서양의학의 근접 설명이 구조와 매커니즘에 대한 ‘무엇이?’와 ‘어떻게?’라는 질문의 답이라면, 자신들의 진화적 설명은 기원과 기능에 대한 ‘왜?’라는 질문의 답이다”라고 주장했거든요. 세계 각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오늘날, 비감염성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진화적 관점이 꼭 필요하다면서….

책은 총 3부로 나뉩니다. 1부 「유인원과 인간」에서는 나무 위에서 생활했던 침팬지가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선 뒤, 자유로워진 두 팔로 도구를 만들고 채집·수렵 활동을 함으로써 “사람은 하지만 원숭이는 하지 않는” ‘문화생활’을 영위하게 된 과정을 살펴봅니다. 충분히 재미있지만 익히 알고 있어 좀 식상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2부 「농업과 산업혁명」에서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혁명으로 인류 전체에 크나큰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그에 따른 수많은 문화적 변화들이 유전자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바꿈으로써 각양각색의 ‘진화적 불일치 질환(evolutionary mismatch disease)’ 또한 초래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여드름·천식·매복 사랑니·근시·골다공증·대사증후군·족저근막염 등은 여전히 구석기 시대인 몸이, 너무 심하거나 너무 약하거나 너무 새로운 자극과 진화적으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3부「현재와 미래」에서는 너무 많은 에너지로 인해 2형 당뇨병·비만·심장질환·암 등이 발생하고, 너무 적은 사용과 자극이 쇠퇴를 가속해서 골다공증·매복 사랑니·천식 등이 발생하며, 신발·안경·의자 등의 일상적 혁신이 오히려 몸에 해롭게 작용한 탓에 족저근막염·근시·요통 등이 발생함을 주장합니다. 우리가 창조한 새로운 환경과 우리가 물려받은 몸이 만난 불행한 결과인 불일치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화적 관점이 유의미한 대안이라면서….

저자의 최종 결론은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입니다. 우리 몸은 환경과 늘 상호작용하는 유기체임을 강조한 것이겠지요. 건강은 ‘being’이 아니라 ‘becoming’임을 명심하면서 막바지의 노염(老炎)까지 잘 이겨냅시다!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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