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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유전자는 당신을 결정하지 않는다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 마음과 환경이 몸과 운명을 바꾼다
2018년 08월 18일 () 06:45:37 서주희 mjmedi@mjmedi.com

아이를 키우다보면, 생김새 뿐만 아니라, 먹는 식성, 말투, 걸음걸이까지도 누굴 닮았나 하며 그 연결고리를 찾게 됩니다. 이건 엄마 닮아서 그래, 저건 아빠 닮았네, 어 할아버지 닮았구나.. 이러면서.

   
루스 립턴 著, 이창희 譯, 두레 刊

우리는 유전의 힘을 너무나 맹신하는 것 같습니다. 운명, 건강, 질병 뿐 아니라 습관, 식성, 마음가짐, 심지어 사소한 행위까지도. 유전적 결정론에 매달려 그것이 곧 운명인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후성유전학의 연구에 의하면 유전자는 스스로 발현되는 게 아닙니다.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후성유전적 신호의 왜곡에 의해 암에 걸릴 수 있고, 결함 유전자를 가진 허약체질 사람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단백질과 기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죠. 세계적인 생물학자인 니주트(H.F. Nijhout) 역시 “유전자가 생명을 지배한다는 생각은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잊고 있는 것”이라고 하며 “유전자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면 유전자 자체의 특성으로부터가 아니라 환경으로부터 오는 신호가 그 유전자의 발현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차를 움직이려면 열쇠를 꽂아서 돌려야 하지요. 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움직일 수는 없는 법. 결국 열쇠를 돌리는 사람이 실제로 차를 통제하는 것이죠.

이걸 세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포생물학 시간을 잠시 들여다보면, 세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세포핵이었던 듯 합니다. 그 안에 유전자를 전사하고 발현시키는 핵심정보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진정한 키는 세포막에 있었습니다.

DNA가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지는 않지요. 유전자는 세포 혹은 기관의 삶의 프로그램을 미리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세포의 생존은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역동적으로 적응시키는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어디에서 이렇게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고 적응시키느냐.

그것을 하는 곳이 세포막인 것입니다.

세포에게 지능이 있다면, 바로 이 세포막에 있다는 것이죠.

세포막이 ‘지능을 갖고’ 세포막의 수용기가 환경신호를 포착하여 효과기를 작동시키며 유전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행동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1997년 네이처지에 세포막을 컴퓨터 칩처럼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리게 됩니다. 세포의 작용을 컴퓨터에 비교해보면, 핵은 DNA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메모리 디스크 또는 하드 드라이브, 세포막의 수용기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키보드, CPU에 해당하는 효과기 단백질은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행동의 언어로 변환시키는 것이죠. 그러면 프로그래머는 컴퓨터와 세포 ‘외부’에 있다는 겁니다. 즉, 컴퓨터도, 세포도 모두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우리의 마음에 비유해보면 어떨까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의 90%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이라고 합니다. 실제 의식이 작용하는 비율은 10%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마음의 핵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무의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을 세포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결국 세포막의 차원에서 즉, 신호를 인식하는 거. 인식의 문제입니다. 인식의 차원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 말미에는 에너지 심리학, 양자물리학의 이론에 입각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런 관점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립턴이 주장하는 양육의 관점은 모두가 공감할 내용입니다. 근거 없는 두려움을 버리고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불필요한 공포나 부정적 관념은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하고, 무엇도다도 유전적 결정론이 제시하는 운명론을 믿지 말하는 것이죠. 인간은 스스로의 유전자 속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에게 최고의 성장 촉진제는 ‘사랑’입니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M&L심리치료 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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