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괴테 그리고 미국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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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괴테 그리고 미국능소화
  • 승인 2018.08.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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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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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20)
한의약연구소장

독일의 대문호이자 바이마르 공국(公國)의 재상으로도 활약한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그가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의 괴테가쎄(Goethegasse) 거리에 있다. 이곳은 높은음자리표 꽃밭위의 모차르트 대리석상이라 하면 아! 하고 기억할 수 있는 바로 그 왕궁정원이다. 정확한 위치는 왕궁정원의 후문 바로 옆이다.

괴테 청동상이 있는 왕궁정원은 독일어로 부르크정원(Burggarten)이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이 지역의 일부분을 파괴하자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가 개인정원 조성을 지시하였다. 1919년까지는 일반에 개방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일반에게 열린 공원이다. 괴테 청동상 옆에는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청동상도 함께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제국 및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제로서 세르비아에 전쟁을 공포했다. 이 전쟁은 황제의 바램과는 달리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고 유럽 전쟁의 형태로 번졌으며, 급기야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아침 산책길에 괴테 청동상을 보았기 때문에 독일 사람인 괴테가 왜 여기 빈에 왔는지 의문을 가지고 오스트리아를 떠난 후에 자료를 조사했다. 필자는 위인의 업적, 그리고 어떤 경로로 삶이 이루어 졌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 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결과 괴테 청동상 건너편의 공원에 그의 평생 지기였던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찾게 되었고 이는 구글지도를 통해서도 확인했다. 건너편 공원 이름도 실러 공원이다.

실러는 독일의 국민시인으로 괴테와 더불어 독일 고전주의문학의 2대 거성으로 추앙받는다. 두 사람은 한쪽이 사망할 때까지 보기 드문 우정을 유지하였다. 179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문학적, 사상적, 인간적 동반은 실러가 괴테를 따라 바이마르로 이주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니 1805년에 실러가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괴테가 받은 충격은 충격 그 이상 이었을 것이다. 괴테는 83세의 나이에 바이마르의 묘지에서 평생의 지기였던 실러 곁에 누웠다. 오스트이라 빈에서 괴테는 앉아있고 그리고 젊음으로 마감한 실러는 서 있는, 대조적이면서도 일부러 맞춘 것 같은 동상 모습이다.

괴테를 만나고 왕궁정원 안으로 들어서니 바로 앞에 제법 큰 능소화나무가 서 있다. 능소화는 우리나라 주택가를 걷다보면 쉽게 보는 식물이다. 그렇지만 이곳 유럽에서 만나는 능소화는 우리나라와 다른 식물이다. 꽃의 목(통부)이 엄청 긴 미국능소화다. 능소화는 꽃이 황금색이고 꽃받침은 깊게 갈라지지만 미국능소화는 꽃이 심홍색이고 꽃받침은 얕게 찢어진다. 능소화 꽃으로 감상하지만 우리나라 식약처의 의약품 공정서에 실려 있는 엄연한 의약품이다. 이곳의 미국능소화 꽃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부에서 인정하는 의약품이다.

능소화 꽃은 <동의보감>에서 한약인 자위(紫葳)로 기재되어 있다. 꽃은 출산 및 수유기의 온갖 질환, 여성의 부정기 자궁출혈, 뱃속에 생긴 덩어리, 월경이 중단된 것을 낫게 한다는 설명이 있다. 출산 후 어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 자궁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것에 주로 쓴다. 또한 혈(血)을 보충하고 태아를 안정시키는 효능도 있다. 코끝이 빨갛게 되는 것, 열독, 여드름 같은 피부병을 치료하며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능소화는 혈과 관련된 병으로 오는 통증을 낫게 하는 중요한 약초이다. 또한 음(陰)을 돕는데 매우 효과가 빠르다. 능소화의 줄기와 잎도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쓰지 못하고 싸늘해지는 증상을 낫게 하는 약초로 쓰인다. 기를 보충하고 다리 힘을 튼튼하게도 한다. 능소화의 뿌리도 약초로 쓴다. 즉 열풍으로 몸이 가려운 것과 급성 발진성 전염병, 어혈, 자궁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왕궁정원 내의 언덕 위에 길게 자리 잡은 철골 건축물은 독일어로 ‘나비 집’이란 뜻의 슈미틀린 하우스(Schmetterlinghaus)이다. 이곳에 나비들이 자라는 공간 그리고 오래된 카페이자 레스토랑인 팔먼 하우스(Palmenhaus)도 함께 들어서 있다. 이른 아침이라 문이 잠겼고 손님도 없었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비 방과 카페는 깔끔하고 유럽의 분위기가 갖춰진 공간이었다. 여성들이 본다면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만한 공간이다. 건물 유리창에는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정원 고산식물원에 있는 초롱꽃과(科) 식물인 Phyteuma orbiculare, Phyteuma comosum, 양귀비과(科) 식물인 Sanguinaria canadensis, 백합과(科) 식물인 Lilium bulbiferum의 꽃 사진 그리고 쇤브룬 궁전 내에 있는 식물원의 사막식물 사진이 있다. 이곳의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schmetterlinghaus.at/en/이다. 오스트리아 약용식물 자료는 한약정보연구회지(6권 1호, 2018)에 발표한 필자의 논문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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