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31> - 『論症實驗醫訣』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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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31> - 『論症實驗醫訣』②
  • 승인 2018.07.2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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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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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界諸賢의 讀後所感을 곁들여

이 책 『논증실험의결』역시 당대의 많은 임상방서들이 그러하듯이 『의방활투』의 삼통분류를 본떠 지면을 다단으로 구성한 다음 세로쓰기 처방전 작성방식으로 편재되어 있다. 또한 위로부터 아래까지 4단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방약합편』처럼 상단에 약성가나 잡방 같은 참고 사항을 배치하지 않고 권미에 몰아놓은 것이 서로 다르다.

◇ 『논증실험의결』

따라서 본문의 처방편은 상중하 3통 분류도 없이 일련번호로 연달아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단순히 기존의 방식을 추종한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 아울러 각 처방들은 병증문목별로 구분되어 있어 책머리의 목록을 참조해야만 병증과 주소증에 걸 맞는 처방을 검색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병증분류에 상관없이 각개의 처방들에는 일련번호가 부여되어 있으며, 본서에 기재된 것으로 2256치방이 수재되어 있다. 또 특별히 권미에는 中風으로부터 損傷方까지 처방명 색인 목록이 별도로 구비되어 있어 독자들이 검색하기 쉽게 배려되어 있다.

권두에 一如 朴義洙가 직접 지은 ‘發刊에 際하여’라는 글은 저자서문에 해당하는데, 그는 서문의 마지막에서도 선배제현과 은사인 芝堂(鄭海鳳)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보건의 소임을 다하고자 했노라고 겸사를 펼쳤지만 아쉽게도 지당 정해봉선생의 이력이나 그의 의학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제천·제원사』(1988)에 의하면 개항기 제천의 자선 사업가로 松江 鄭澈(1536~1593)의 10세손인 鄭海鳳(1888~?)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천성이 온후하고 인자하였으며, 특히 흉년이 든 춘궁기에 100여 호에 달하는 이웃에게 양곡을 풀어 구제하였고, 사찰에까지 보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또 제천에 소재한 鳳飛巖의 石壁에 ‘鳳鳴巖’이라는 제목의 시를 刻書한 자취가 남아 있으며, 제천시 금성면에는 1943년에 세워진 鄭海鳳氏永世紀念碑가 있어 동일인이 아닐까 싶지만 더 이상의 사적이 전해지지 않아 확언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어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자 동양의약대학 교수를 지낸 朴性洙(1897~1989)의 축사가 실려 있다. 그는 호가 一松으로 서울시와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성균관 관장을 역임하였고 제약회사 조선무약을 운영하는 등 한의계의 저면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문집으로 『일송문집』(4권)을 남겼다. 이밖에도 又盛堂 盧一淵과 평화당한의원 원장이자 한의사로 직함이 표기된 李根沃, 서울 三世醫院長이자 의사 겸 한의사로 표방된 宋秉泰 등 4인의 讀後所感을 연달아 수록하여 이 책이 공신력을 확보하는데 일조하였다.

글 가운데 노일연은 이 책의 특장을 3가지로 정리하고 증상을 세밀하게 논증한 점, 『방약합편』470여방에 비해 2250여방으로 방대하게 처방을 집성한 점, 각고의 노력 끝에 수집한 비방을 학계에 공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금강산을 보기 전에 천하의 산수를 논할 바가 아니드라”라는 말로 저자의 노력에 존경을 표시하였다.

특별히 의사 겸 한의사임을 표방한 송병태의 촌평도 눈길을 끈다. “나는 의사요 한의사래서가 아니라 ‘玉不琢이면 不成器오 人不學이면 不知道라’는 의미에서 이 책 『논증실험의결』의 一讀을 우리 醫師同志들에게도 敢勸하고 싶거니와 실로 실로 그 내용의 충실은 추천자로 하여금 부끄럽지 않을만치 손색없음을 幸甚事로 역인다.”라고 하여 이 책의 활용도와 가치를 전문가적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지지하였다.

본문 구성을 살펴보면 본편인 논증처방편에 앞서 진단요령편을 두어 五臟, 六腑, 問症, 切脈, 寸關尺所主, 五臟總屬證, 虛實論 등의 의론이 실려 있다. 또한 논증처방편에는 중풍, 구안와사, 유중풍, 통풍으로 이어지는 병증각문에 앞서 명의가감활용법이 먼저 등장한다. 다음 호에 임상대가의 가감활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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