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풍 진료를 하는 한의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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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풍 진료를 하는 한의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들
  • 승인 2018.07.2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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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김나희

mjmedi@http://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다. 지난 몇 년간 한의사 겸 IBCLC로 활동하면서, 한의사가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폭넓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산후풍 진료에서 먼저 짚어봐야 할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산후풍으로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등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에게 침, 약침, 물리치료, 한약 등 처치에 앞서 우선 수유 자세와 평소 자세, 아기를 돌보는 자세를 확인한다. 평소 자세에서 각 관절이 중립 상태인지 확인하고, 만일 중립에서 벗어나 있다면 바른 자세를 설명해준다. 대부분의 성인은 경추 신전(거북목), 흉추 굴곡과 견갑골 내회전(구부정한 등), 견갑골 거상(項强과 뭉친 어깨-단축된 상부 승모근-)의 문제를 갖고 있다. 산모들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악화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요통을 호소하면 아기 안는 자세, 아기를 들어올리는 자세, 수유 자세를 확인한다.

임신 후기의 여성은 급격히 늘어난 복부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꺾은 자세를 취하게 되므로 요추가 심하게 전만되고, 이 때문에 요통을 흔히 호소하게 된다. <그림 참조> 임신부의 요통에는 침 치료가 효과적이며, 출산 후의 요통에도 역시 그러하다. 출산 후 아기가 목을 가누는 약 백일까지는 아기를 안고 있는 자세를 취해서 요추 전만 문제가 지속될 수 있고, 그 후에도 아기띠를 앞으로 자주 맨다면 과도한 요추 전만으로 요통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아기를 자주 등에 업는다면 요추 후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아기를 앞으로 안거나 뒤로 업는지 확인하고, 되도록 다른 조력자와 아기 돌보기를 분담하고, 다른 방식의 포대기나 아기띠를 번갈아 쓰도록 조언한다.

 

그림 출처 : http://www.kormedi.com/

요통의 또다른 원인으로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린 자세로 아기 또는 다른 물건을 들어올리는 행동이다. 허리를 구부린 상태로 들어올리면 아기의 무게뿐 아니라 내 상체 무게까지 지렛대의 긴 팔에 놓이고 허리의 좁은 지점이 지렛대의 짧은 팔에 놓이는 셈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큰 부하가 허리에 집중되어 염좌가 올 수 있다. <그림 참조> 아기를 안아올릴 때는 아기에게 최대한 가까이 가서 자세를 낮추고 아기를 내 몸통에 밀착시킨 뒤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허벅지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스쿼트 자세나 부상을 예방하는 일반적인 물건들기 자세와 동일하다. 아무리 다급해도 허리를 굽혀서 아기나 물건을 들어올리지 않도록 지도한다.

 

좋은 자세에서 관찰할 사항 : 어깨가 이완되어 있고, 아기 엄마의 척추는 모두 바르게 정렬해 있으며, 아기는 쿠션으로 높이를 맞추었고, 손목은 중립 자세로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발 받침대를 사용해 하체도 편안하다.그림 출처: http://gynaeonline.com

척추를 비튼 자세로 수유하면 요통이 생길 수 있다. 모유수유할 때, 요람 자세든, 교차 요람 자세든, 풋볼 자세든, 호주식 자세든, 모두 공통적으로 엄마와 아기 모두 바르고 편한 자세여야 한다. 모유수유는 휴식의 시간이 될 수 있으며, 고통과 노동의 시간이어서는 안 된다. 우선 엄마의 척추는 바른 정렬을 하고 있어야 한다. 젖물리는 초기에는 잠깐 고개를 숙일 수 있으나, 그리고 나서는 허리와 등과 목 모두 편안하게 펴고 쿠션이나 의자 등에 기댄다. 젖먹는 아기 모습을 계속 보고 싶더라도, 목이 피로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하늘을 보는 스트레칭을 해준다. 목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기와 눈을 내내 맞출 필요까지는 없다. 초보 엄마는 웅크리고 아기의 입에 유방을 갖다 대려 애쓰는 자세를 취하는 실수를 하기 쉽다. 아기 위치를 그대로 두고 엄마 몸을 비틀어서 높이를 맞추면 안 되고, 엄마는 척추를 곧게 세운 자세에서 아기의 얼굴 높이를 수유쿠션과 보조쿠션, 접은 수건 등으로 맞추어야 한다. 분유수유할 때 역시 수유자는 척추를 곧게 펴도록 한다. 수유 여성의 가족은 쿠션과 수건과 발받침대를 갖다 주고 어깨가 이완되어 있는지 옆에서 봐주는 등의 역할로 도울 수 있다. <그림 참조>

양반다리로 오래 수유하면 고관절과 무릎관절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되도록 의자에 앉아서 수유하도록 지도한다.

 

 

 

■모유수유할 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모유수유하면서 긴장을 풀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상부승모근의 긴장으로 어깨가 위쪽으로 들려 있고 안쪽으로 말려 있다. 수유할 때 승모근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괜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셈이다. 이렇게 긴장을 풀지 못하면 깨어 있는 시간 내내 피로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으면 모유수유에도 방해가 된다. 엄마가 자신의 긴장 상태를 자각하도록 돕고, 숨을 길게 내쉴 때마다 어깨에서 힘을 빼는 이완 방법을 습득하게 한다. 또한 견갑관절을 아래쪽-바깥쪽으로 잡아당겨 안정화시키는 어깨 패킹을 연습하도록 한다. 한의원에서 어깨 경결을 풀어주는 물리적 치료를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큰 근육으로는 힘을 쓰고 작은 근육으로는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불안정한 자세를 보면 이 근육간의 일 분배가 잘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유할 때나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아기의 체중은 양육자의 전완과 상완을 통해 체간에 실려야 하며, 양육자의 손 힘으로 아기의 체중을 지탱해서는 안 된다. 산후풍으로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습관적으로 손에 아기나 물건의 무게 부하가 실리는지 확인해본다. 또한 수유할 때 아기는 쿠션이나 무릎 위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엄마의 전완은 아기의 몸통이 굴러가지 않게 가볍게 받쳐 주고 엄마의 손은 아기의 머리가 굴러가지 않게 아기의 귀 뒤쪽 후두부를 가볍게 받쳐 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엄마가 팔로 아기의 체중을 지탱하며 들고 있거나 심지어 손으로 아기를 지탱하고 있으면 말단의 작은 근육이 급격히 피로해지게 된다. 엄마의 손은 아기의 머리를 가볍게 잡아 주는 역할만 하고, 엄마의 손 역시 수유 쿠션 위에 편안하게 기대어 있어야 한다. 엄마의 팔꿈치 쪽에도 필요하면 쿠션을 받친다.

엄마의 손목이 아픈 경우 손목이 중립 자세를 벗어나서 굴곡, 신전, 회외, 회내, 척측편위, 요측편위 등의 자세를 자주 취하는지 확인한다. 모유수유할 때도 아기를 받치는 쪽의 손목이 굴곡이나 척측편위되는 실수를 하기 쉬운데, 권투선수의 손목처럼 일자로 놓인 중립 자세가 손목의 바른 자세임을 설명해준다. 또한 손은 대체로 쥐는 쪽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손의 굴근은 단축되기 쉽고 신근은 약화되기 쉬우므로 손가락을 쫙 펴고 벼텨서 신근에 힘을 주는 동작을 틈틈이 하도록 지도한다.

또한 수유할 때 엄마의 발도 편안하게 바닥에 닿아 있는지 확인한다. 의자에 앉았을 때 고관절과 무릎관절이 90도가 되고, 발바닥이 바닥에 잘 닿아야 한다. 발이 불편하게 달랑달랑 떠 있거나 까치발을 딛고 있거나 비복근에 불필요한 긴장이 있지 않도록 한다.

 

■아기의 자세도 확인한다.

4. 수유 시 아기의 자세위 : 아기의 몸통은 하늘을 향해 있고 아기의 머리는 엄마 쪽을 향해 있어 경추가 90도 돌아가 있는 좋지 않은 자세. 아래 : 아기의 귀, 어깨, 엉덩이가 정렬되어 있는 바른 자세.

모유수유할 때를 비롯해 평소에 아기도 척추 전체가 바르게 정렬해있어야 한다. 아기 목이 꺾여 있거나 몸통이 뒤틀려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귀, 어깨, 엉덩이가 일직선인지 확인하면 쉽다. <그림 참조> 또한 아기의 뒤통수를 건드리면 척추를 활처럼 구부리거나 젖찾기반사(rooting reflex)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아기 머리는 건드리지 않고 귀 아래쪽을 받쳐준다. 아기 발바닥이 건드려지거나 물체에 닿아 있으면 걷기반사가 유발되므로 발이 눌리지 않게 한다. 팔다리가 몸 안쪽으로 잘 감싸지도록 하며 아기의 다리가 공중에 덜렁거리며 떠 있지 않도록 한다.

옆으로 누워서 수유할 때는 한쪽만 압박되지 않도록 좌우를 자주 바꾸어준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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