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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한의사 선택형 문항개발능력향상 워크숍 참가 후기
2018년 07월 13일 () 07:06:01 박신형 mjmedi@mjmedi.com

한의사국가고시(이하 국시)는 응시자가 한의사의 직무를 수행할만한 기본 지식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론적으로는 국시 수석합격자가 1등 한의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이유는 좋은 한의사의 요건이 단순한 지식의 암기와 활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환기시키며, 동시에 현행 국시가 한의사로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도구로서 미흡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현행 국시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첫째, 문제가 너무 이론중심이고 단순한 지식암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임상현장에 필요한 기본술기와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데 미흡하다는 점이고, 둘째, 실제 한의사 직무를 수행하는 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광범위하게 출제되어 수험자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 등이다. 필자가 참석한 2018년도 한의사 선택형 문항개발능력향상 워크숍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워크숍은 한림의대 황인홍 교수의 선택형 문항개발에 대한 강의를 시작으로 약 6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강의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좋은 시험이란 타당도와 신뢰도가 적절히 갖추어진 시험이다. 타당도는 수험자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의 문제로서 문항의 내용을 결정짓는 것이고, 신뢰도는 ‘어떻게 물어볼 것인가’의 문제로서 문항의 형식에 관한 것이다. ▲국시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출제 문항들이 한의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들을 다루어야 하며, 이는 곧 높은 타당도로 귀결된다. 또한 단순한 지식암기 위주의 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곧 국시 문항이 암기형 문항에서 해석형 문항이나 문제해결형 문항으로 점차 탈바꿈되어야함을 의미한다. ▲높은 신뢰도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국시 문항의 유형은 답가지 중에 가장 옳은 것을 골라내는 최선답형(A형)으로서 답가지는 반드시 5개여야 하며,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개연성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 ▲선다형 문항작성 시 기본규칙은 첫째, 실제 업무에서 흔히 나타나는 상황이나 위험성이 많은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개념을 다루어야 하고, 둘째, 개별 사실의 암기가 아닌 지식의 응용을 평가해야 하며, 셋째, 답가지를 보지 않고도 정답을 추정할 수 있어야 하고, 넷째, 오답은 균질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불필요하게 어렵거나 힌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약 40여명의 참가자 교수님들이 7개 조로 나뉘어 사전에 개발한 예비문항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거쳤다. 짧은 강의만으로 실제 문항 개발과 수정에 응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조별 토론을 거치면서 제법 바람직한 문항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표는 필자가 속한 조의 교수께서 제출하신 예비문항의 수정 전 모습과 토론을 거쳐 수정된 모습을 비교한 것이다. 독자들도 수정 전 문항을 보면서 함께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표>

문항 비교

수정 전

수정 후

문항

줄기

사상체질을 전공한 한의사 K에게, 소음인으로 판단되는 환자가 “자꾸 잠이 오면서 몸을 지팡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며 내원했다. 얼굴색은 푸르고 손발은 차가웠다. 구토와 설사가 간간히 발생하지만 갈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의사 K는 추가적인 검사를 지시하고 홀로 생각에 잠겼다. 다음 보기 중 한의사 K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생각은 무엇일까요?

소음인으로 진단된 환자가 자꾸 잠이 오면서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내원했다. 환자는 구토와 설사를 하고 갈증이 없다고 한다. 다음 중 가장 적절한 처방은?

답가지

1) 해당 환자는 장궐(臟厥)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2) 이건 태양병궐음증(太陽病厥陰證)이네!

3) 곧 조증(躁證)이 동반되어 나타나게 될 거야!

4)<상한론>식으로는 당귀사역탕을 사용할 증상인데...

5) 인삼계피탕을 사용할만한 증상이 아닐까?

1) 팔물군자탕

2) 향사양위탕

3) 인삼계피탕

4) 관계부자이중탕

5) 적백하오관중탕

먼저 위의 문항은 단순한 지식암기형이 아니라 실제 있을 법한 임상 상황에서 교과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적절한 처방을 도출해내는 문제해결형 문항으로서 향후 국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첨삭의 의도는 아래와 같다. 첫째, 문항줄기에 불필요한 수식어를 제거하였다. 특히 ‘지팡이에 맞은 듯하다’는 호소는 ‘身痛如被杖’이라는 조문 내용을 그대로 옮기다보니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발언이 되었으므로 보다 현실성 있는 문장으로 수정하였다. 이렇게 주요 증상의 분석이 아닌 특이한 문구나 주변 정황 등을 가지고 답을 유추할 수 있는 문항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답가지들을 서로 비교하여 최선의 답을 찾는 A형 문항의 특성상 답가지들이 동일한 범주로 작성되어야 하는데 수정 전에는 답가지에 병기(病機)와 처방 등이 혼재하고 있으므로 처방만으로 답가지가 구성되도록 수정하였다.

졸린 눈을 부비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새벽 기차를 타고 참석한 워크숍은 사실 별 기대 하지 않고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 큰 울림을 주었다. 먼저 그 동안 필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출제했던 시험문항들이 얼마나 많은 오류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물며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시는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출제되어야 할 것이다.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닌, 쓸모없는 방대한 지식의 양으로 수험생을 억누르지 않는, 진정 한의사로서의 기본 소양을 판가름하는 객관적인 지표로서 국시가 활용될 수 있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박 신 형/ 동의대학교 병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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