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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창조적 읽기로서의 번역
도서비평┃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2018년 07월 06일 () 07:48:35 안세영 mjmedi@mjmedi.com

이제껏 5∼6권의 번역서에 역자로 이름을 실었다는 원죄(?!) 탓일까요? 이런저런 핑계로 손 놓은 지 아주 오래되었으면서도 ‘번역’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습니다. 때마침 믿고 읽는 번역가 정영목님의 에세이 출간 소식을 신문기사를 통해 접했습니다.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와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라는 책 2권이 한꺼번에 나왔던데, 저는 우선 첫 번째 작품을 집어 들었답니다. 번역이라는 작업 자체에 대한 고뇌가 훨씬 진하게 풍겨지는 제목으로 여겨졌거든요. 27년간 200여 권을 옮긴 분의 속 깊은 생각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며….

   
정영목 著, 문학동네 刊

서울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어찌어찌 번역의 길에 빠져들었다는 저자는, 현재 이화여대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입니다.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숱한 경험에 바탕한 번역 노하우를 얻겠다 싶어 귀가 솔깃할 텐데, 그는 답변보다는 질문, 그것도 매우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쪽입니다. 가령,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번역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흔히 직역과 의역이라 일컫는, 원저자에 대한 충성과 역자의 창조성이라는 이항대립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등등을 물어보니까요. 고작해야 오역(誤譯)과 비문(非文)을 걸러내는 수준에서는 원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가독성 있게 옮기는 게 최선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필요조건 정도라면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부분의 「번역과 나」는 『씨네21』 김혜리 기자와의 인터뷰를 전재한 것입니다. 10년 전의 대담이라는 점이 좀 아쉽지만, 저자가 번역가로 입문한 계기 및 당시의 환경, 이후 30년 가까이 번역 일을 하며 느낀 고민과 즐거움을 엿볼 수 있기에는 충분합니다. 뒷부분의 「번역의 세계」는 한마디로 저자의 번역관입니다. 번역 작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하여 ‘번역의 윤리’, ‘번역가의 글쓰기’, ‘번역과 한국의 근대’, ‘번역의 역할’ 등과 같은 소제목을 붙여 자신의 견해를 진솔하고 겸손하게 피력한 부분이지요. 여태껏 번역은 단어나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히 옮기는 게 최고라고 여겼었는데, 진 보즈 바이어(Jean Boase-Beier)의 주장을 인용하며 설명한 다음의 문장을 접하고서는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떤 텍스트도 다른 텍스트를 중립적으로만 전해줄 수는 없다. 여기에는 늘 해석의 요소가 관련되기 때문이다. 곧 해석 자체가 창조적인 행동이다. 따라서 번역은 일차적으로 쓰기보다는 읽기의 문제인데, 창조적 읽기란 텍스트를 열린 상태로 보는 것이다. 즉 텍스트 안에 의미가 주어져 있고 읽기는 그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의미를 창조한다고 보는 것이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질 때 아바로키테슈바라(Avalokiteśvara)를 구마라집(鳩摩羅什;Kumārajīva)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로, 현장법사(玄奘法師)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로 옮겼습니다. 두 걸출한 역경가(譯經家) 또한 창조적 읽기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한의계에도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 해석이 뒷받침된 훌륭한 번역서들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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