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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주변 환경과 설계 4
4. 병리학 교과목의 설계 試想
2018년 06월 05일 () 17:12:50 지규용 mjmedi@mjmedi.com

병리학은 의학에서 질병을 파악하는 관점과 방법, 특히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이환조건 및 인간의 사회생활과 시공간에 속한 자연환경조건과의 관련성을 파악하여 병리상태에 대한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기초학문이다. 그러므로 임상의학을 이수하기 위한 직전단계에서 병리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에는 한의학의 설계에서 병리학부분을 중심으로 요구되는 구체적인 교과내용을 예시하여 독자들이 대강의 모양을 짐작하면서 찬·반·이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1) 병리학의 체계

한의병리학은 전통적으로 개설을 제외하면 병인 발병 병기 변증의 순서로 기술하여 왔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한의학도 질병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면서 합리적 의학·과학의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내경>·<상한론>·금원사대가들의 ‘傷於寒’ ‘傷於風’ ‘必求於本’, ‘營弱衛强’ ‘表不解 心下有水氣’ ‘邪氣因入 與正氣相搏 結於脇下’ ‘因于火’ ‘因于濕’ ‘因于氣’ 등이 모두 병증의 원인을 말한 것이고,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의 身形·精氣神과 臟理나 심지어 東洞의 萬病一毒도 내용은 다르지만 인과론적 사고의 산물이다. 양방병리학 역시 etiology와 pathogenesis를 기반으로 morphology와 function의 변화를 보는 것이므로 기본논리는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을 비과학이라 하는 이유는 재현성과 검증, 그것도 자신들의 지표를 사용한 측정의 부재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두 병리학을 결합하여 하나의 틀로 이해하는 체계를 제안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1) 병인

한의는 크게 내인(정허, 체질)과 외인(사성)으로 나누고 외인을 다시 외감병인(육음과 역려)과 내상병인(정지상 음식상, 노일상) 및 속발성병인(담음과 어혈)과 기타 약물, 외상, 태전, 충류 등으로 나누고 있는데(한의병리학, 한의문화사, 2016), 양의에서도 개체인자인 내인(연령·성별·인종·영양·면역·유전상태)과 외인(생물·물리·화학적 인자)으로 나누고 있어서 개념상 차이가 없다. 다만 내인에 대해 양의는 확정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한의는 감각에 근거한 인위적 분류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어혈에 대한 실험실연구나 최근 중의에서의 담탁, 결석 등의 새로운 병인개념을 통하여 점차 접근하고 있으며, 체인을 도입하여 발병과의 개념적 상관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2) 발병

발병은 병이 왜·어떻게 생기는지를 묻는 병리학의 중요부분이다. 한의에서는 음양이 相乘하고 기혈이 相幷하는 것으로 본다면 양의에서는 내환경 파괴로 인한 세포의 구조기능적 손상으로 본다. 이는 내환경:내외음양평비, 파괴:실조로 대응하는 관계이므로 생리학에서 세포와 정기신의 관계가 설명된다면 이것도 서로 동일한 내용이 된다. 다만 한의에서 병에 대한 정의가 더 선명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변증을 강조하다 보니 조직학적 병변을 덜 중시했지만, <내경> 이래의 형기상응·형신일체론에 근거한다면 구조적 변화는 원래부터 대등하게 중요한 요소이고, 더구나 고정병위를 갖는 만성질환의 변병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양의에서의 pathogenesis는 발병과 병기를 합친 개념이다.

발병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먼저 발병의 시원(origin)에 대해 양의에서는 허혈과 저산소·자유기·독성 화학물질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세포손상이 일어나 형태와 구조가 무너지거나 축적·위축·비대·증식·화생 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를 정리하면 혈액공급과 세포내액 등의 영양물 부족 혹은 비정상 대사물의 유입·축적·변형이므로 정기허와 사기실로 요약된다. 정기허란 곧 정기신혈과 진액의 부족이고 사기실은 이들의 실조에 의한 대사적 잔류·잉여물들이며 이로써 병변이 개시된다. 둘째로 구체적인 발병의 형식(mode)인데 이는 기관과 계통 등 전신단위에서 일어난다. 한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사상쟁으로 보며 이 상쟁의 내용은 환자의 체질과 생활상의 심리·사회·자연환경들에 의해 촉진 혹은 억제될 수 있다. 양의에서는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여 혹은 관용하거나 혹은 반응·배제함으로써 항상성을 유지하는 면역기전과 대응된다. 이러한 면역관용과 반응의 양태에 따라 염증이나 종양 혹은 면역질환인 과민반응·면역결핍·자가면역 등이 생기게 되고, 이는 개체차이 및 환경조건에도 영향을 받는다. 셋째로는 발병의 실제 유형(type)이다. 자기를 지키고 비자기를 배제하는 면역학적 균형이 환자의 개별조건에 따라 다양한 조건과 수준으로 상실되면서 급성 염증이나 만성 염증 혹은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 등으로 발병유형이 전개된다. 단순대응은 어렵지만 한의병리학에서도 발병유형을 신감과 복사로 나누고 정기와 사기가 모두 성하여 상박하면서 즉발하는 병이 있고, 습열·伏邪·正邪·노권·허열 등의 병인이 만성적으로 徐發하는 병이 있는데 이것이 급성 염증이나 여러 형태의 만성 염증에 가깝다. 염증의 분류에 따른 형태적 차이는 육음 및 그 협잡에서 찾아지며, 단순자극으로 인해 세포손상이 적응성 비대나 축적에 이르면 양성종양이 될 것이고, 七傳이나 精·神손상으로 인한 억제조절규율의 실조가 누적되거나 오사가 久伏하게 되면 악성종양과 가까울 것이다. 필자의 논점은 정확한 대응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학부과정의 모든 과목에서 같은 현상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임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3) 병기

발병이 사기와 신체의 상호작용에 의한 병변의 시작을 다룬다면, 병기는 병리변화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주도자로서 한의병리학에서는 음양·기혈·진액·영위·경락·장부·승강실조 등을 다룬다. 병기는 내용상 뒤에 나오는 변증과 변병의 총론에 해당하며, 치법을 정하는 준거로서 병인·병성과 병위에 따라 분류하게 되는데 구체적인 항목은 병리관점에 따라 다소간 출입이 있다. 양의병리학에서는 한의학과 치료목표나 대상관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항목에 따라 산재되거나 섞여 있어서 대응이 쉽지 않지만, 크게 보면 체액과 혈액역동의 이상은 진액과 기혈병기·감염병은 위기영혈과 삼음삼양 혹은 육음병기·정신역동질환은 기혈과 정지병기·내분비·신경전달·주기성 조절 등은 음양기혈병기·조혈림프계는 기혈수병기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경락병기와 장부병기 등은 양의병리학에서의 피부·근골격계 연조직의 병태생리·생역학·신경계·혈관계 및 전자기장 특성과 계통별 조직기관의 병리각론에 대응되는데, 서로의 기초개념이 다르고 다양한 증후계열들이 복합되기도 하고 엇갈려 있어 어려움은 있겠지만 일단 시작하여 차츰 쌓아가다 보면 보다 설명력을 갖춘 정교한 이론이 될 것이다.

 

4) 변증과 변병

변증과 변병은 공히 의학의 최종목표인 치법과 처방을 결정하기 위해 병리상태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으로 병리학의 존재이유이다. 그런데 증과 병이 다른 만큼 변증과 변병의 특성과 효용이 다르며 그에 따라 통합이 어려운 만큼 임상적 이득은 크다. 우선 한의에서 변증은 질병의 진행과정에서 특정 시점의 병리상태를 종합하여 일련의 공통속성을 가진 증상들을 모으고 내재관계를 감별하는 것이라면, 양의에서 변병은 특정 구조물의 형태학적 변화를 기초로 특성을 분류하고 일련의 진행과정에서 기능장애의 양상을 결합하여 질병단위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변증이 횡단적인 관찰이고 질병 자체보다는 인체(숙주)와의 상관성을 중심으로 한다면, 변병은 종적인 관찰이고 병 자체의 고유성에 집중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임상병리학은 특정 시점에서의 인체생리물질의 병리변조상태를 보여주므로 변증과 유사하며 증상들 간의 관계와 의미를 명확하게 해준다. 또 인체뿐만 아니라 병 자체도 내환경적 적응에 따른 생명현상의 산물이므로 이 세 가지는 진단과정에서 반드시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이렇게 질병을 종횡으로 관찰하면서 지표로 나타낼 수 있으면 형태구조와 기능의 이상, 즉 形氣의 두 측면을 보다 실증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진단과 처방도 더 정밀할 것이다. 예컨대 상열하한·기역·흉협고만·심하비 등과 같은 승강병리질환을 해석할 때 대개 장부병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간담비위장의 구조물 검사뿐만 아니라 내장자율신경계, 신경내분비, 복벽과 흉협배척부 근육골격과의 연쇄반응까지 맥증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병이란 시공간적 변화이므로 병변이 시간에 따른 변화가 빠른 감염성 질환이라면 변증이 유리할 것이고, 전신성 증후가 아닌 특정 조직을 중심으로 오래 지속하는 형체의 만성병이라면 변병이 유리할 것이므로 진단에 주종관계를 삼아 서로 보완할 수도 있다.

 

(2) 과제

한의임상은 <상한잡병론>에서 시작된 특수성으로 인해 상한외감병이 내상잡병과 다른 질병군임에도 많은 처방들(약1/3)이 공유되고 ‘六經鈐百病’論이 통용되고 있으며, 온병은 외감병임에도 상한병과는 다른 병기변증이론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이들 삼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병리관계를 표현할 것인지 아직 해법이 없는 상태이다. 또 병리학은 이질적인 한의와 양의 두 인식체계를 어떻게 통합하여 분류·기술할 것인지 아직 모형이 없다. 따라서 당장 상한과 온병을 통합한 감염병의 일관된 변증방법과, 구조-증후-지표간의 언어개념 공유를 위한 텍스트-다이어그램 이중설명체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한의학이론이 텍스트만 있고 이미지가 없어서 보는 사람마다 다른 상상을 하는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상의 많은 작업들이 혼자 이룰 수 없고, 더구나 실제 임상사례들을 종합하여 상상의 관념이 아닌 실제의 현상을 반영해야만 하며, 의미 있는 임상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으려면 한의사들이 실제 사용하는 일반 차트와 사상의학·형상의학·고방의학 등의 차트 등을 모아 공통분모를 추출하고 이를 컴퓨터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변증을 표준화하고 장차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 이런 클라우드 네트웍시스템의 통합된 변증변병 자료가 수집되려면 물론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진료와 관련된 정보제공 방법과 수준·정보관리 및 접근연구자들의 취급윤리 등에 관련된 많은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어쨌든 이러한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한의학도 빅데이터연구가 활성화되고 정책입안에 필요한 통계자료나 정성·정량근거를 가진 EBM을 선보일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자료들을 활용하여 한의학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형적인 성장도 필요하지만 뒷받침할 학문적 소프트웨어의 육성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한의학 교과목 개선연구나 토론을 위한 세미나와 같은 작업은 개별분과학회나 열혈개인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재원이 없다. 정부의 지원은 국가의 공익적·정책적 목적에 치중하기 때문에 이런 분야는 보통 대상이 되질 않고, 한의학연구원이나 협회가 하면 좋겠지만 당연히 교육목적기관이 아니다. 아마도 필자보다 앞서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테지만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이런 취지에 공감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학문적·경제적·정책적 자원들을 최대한 모아서 한시바삐 과제해결에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규용 /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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