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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고전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자에게
도서비평┃고전 결박을 풀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
2018년 06월 08일 () 08:50:49 김진돈 mjmedi@mjmedi.com


고전하면 왠지 딱딱하고 방대해서 읽기가 어렵고 책을 읽었는데도 무엇을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동서양 필수고전 30권을 엄선해서 고전에 접근하기 쉽게 제시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문을 살린 줄거리와 작품 속 명문장 그리고 현대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등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했다.

본문 몇 군데를 살펴보자. <노인과 바다>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헤밍웨이가 전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그 가치 때문이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산티아고는 물질적으로는 모든 것을 잃었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청새치를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겨도,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삶이기에 헛되거나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의 무대에서 죽을힘을 다해 애쓴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을지라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인생. 거친 인생의 바다에서 당신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가?

   
강신장 著
모네상스 刊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니체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절제된 엘리트 ‘나’는 ‘아폴론적 인간’이고, 본능적이며 감정에 충실한 행동파 조르바는 ‘디오니소스적 인간’이다. 카잔차키스는 상반된 두 인물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이성과 지성이 진정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하는가? 한 순간의 반짝임에 지나지 않는 이 짧은 우리인생. 그는 현대인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느냐고?

<오이디푸스 왕>에서 자신의 두 눈을 찌르는 극형으로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고 딸 안티고네와 방랑길을 떠난다. 인생이란 한 판의 포커 게임과 같다. 에이스나 킹 같이 좋은 패만 골라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삶은 딜러가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결정론의 인생이기도 하고, 일단 패를 받았으면 그 패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게임을 끌어가야 하는 자유의지의 인생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삶의 태도 사이에서 각자의 답을 현명하게 찾아가는 것일 뿐. 그렇다면 당신의 삶은 어느 쪽인가? 안티고네는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 법, 즉 양심이라는 ‘자연법’과 왕의 명령이라는 ‘실정법’ 사이에서 양심을 택하여 시련을 겪게 되는 비극의 여주인공이다. 개인의 양심을 상징하는 안티고네와 국가를 상징하는 크레온의 대립. 철학자 헤겔은 <안티고네>가 윤리적 갈등을 통해 사회 역사의 변화에 따른 집단의 갈등을 제시한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했다. ‘법’과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이 다를 때, 당신은 어느 편에 서겠는가?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흙으로 인간을 창조하고 직립할 능력과 불을 전해주어 문명시대를 열도록 해준다. 인간을 사랑하여 제우스의 권력에 항거하고 자신의 자존심과 절개를 끝까지 굽히지 않은 프로메테우스는 훗날 괴테, 베토벤, 화가 귀스타브 모로, 알베르 카뮈 등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아이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프로메테우스는 고통 받을 것을 알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제우스의 불의에 대항한다. 마치 오이디푸스가 신탁으로 정해진 운명의 사슬을 끊고자 스스로 파멸을 택한 것처럼. 절대권력을 향한 저항, 자유를 위한 도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러한 저항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헤로도토스 이전까지의 역사는 사실뿐 아니라 신화와 전설이 혼재된 연대기적 구성의 운문이었다.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사실을 기반으로 산문체로 서술했다. 이 책을 분기점으로 문학과 역사가 분리되었기에 로마시대 역사가 키케로는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렀다. 사실 확인을 위해 10여 년간 지중해 일대를 모두 답사한 ‘발로 뛰는 역사가’이자 그리스인이지만 이민족도 존중한 ‘중립적인 역사가’였다. 페르시아 전쟁을 자유를 지키기 위한 인간의 투쟁으로 보았다. 당신은 지금 자유로우며,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울 각오가 되어 있는가?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크게 두 가지를 밝혀낸다. 꿈은 잠재된 ‘소망 충족’이며, 꿈의 본질은 소망충족이다. 정신영역을 의식, 전의식, 무의식이 지정학적 구조에 의한 분류라면, 자아, 초자아, 이드는 정신의 구조에 대한 분류로 나누었다. 꿈이란 누군가를 공격하고 성적충동을 해소하는 등 현실세계에서는 금지된 욕망을 성취하려는 ‘이드’의 움직임으로 보았다. 꿈의 작동방식은 ‘왜곡’이다. 평상시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는 두 가지 심리적 경향이 충돌한다. 즉,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이드’와 이를 검열하고 억압하려는 ‘자아’의 충돌이다. 인간 존재 탐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프로이트가 꿈에 대한 결론은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충족이다. 서양철학이 인간의 뛰어난 특성은 사고하고 성찰하는 능력과 합리성,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무의식이야말로 전체 사고의 감정을 규정하는 우리 정신의 본질적 측면이라고 했다. ‘무의식’이라는 드넓은 신대륙을 발견한 프로이트는 말한다. 무의미해 보이는 꿈조차도 수많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한 사람의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의 삶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모든 사물의 전개를 正-反-合의 3단계로 나누는 변증법을 창시한 헤겔, <정신현상학>은 인간의 ‘의식’이 어떤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깨닫고 ‘정신’이라는 목표지점에 도달하며, 어떻게 온전한 자유를 찾게 되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헤겔은 주관과 객관이 통일된 상태, 즉 ‘진리’에 도달한 의식 상태를 ‘정신(Spirit)’이라 불렀다. 산업혁명,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의 흥망성쇠를 목격했던 헤겔, 그의 철학은 철저히 현실적이었고 역사의 흐름이 담긴 거대한 서사였다. 모든 것이 타자와의 상호의존과 인정을 필요로 한다는 초개인적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시대의 분열과 대립과 모순을 극복하려 했던 철학자. 헤겔은 묻는다. 당신은 ‘내가 곧 우리’라는 우주적 진리에 도달했는가?

김진돈 (시인, 송파구 운제당한의원장, 前,송파문인협회장, 송파구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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