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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샹티이 성과 숲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16)
2018년 06월 08일 () 08:51:28 박종철 mjmedi@mjmedi.com
   
박 종 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교수

숲으로 둘러싸인 샹티이 성(프랑스어: Château de Chantilly)은 입구에 한글 안내장을 보고 반색하면서 들어갔던 곳이다. 파리 북쪽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샹티이-구비외(Chantully-Gouvieux) 역에서 내려 성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손이 타지 않은 야생화가 천지다. 그 속에서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네 마리나 산책시키고 있다.

샹티이 성의 현재 모습은 태양왕으로 불리는 루이 14세의 사촌인 콩데 경이 이루었다. 그래서 성 입구에는 ‘콩데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있다. 19세기에는 오말 공작이 주인이 되어 프랑스 대혁명으로 파손된 성을 재건하여 아름다운 성으로 회복했다. 오말 공작은 아버지가 국왕 루이 필립으로 수많은 성과 성지를 소유하고 예술품, 고서 수집에도 열정을 쏟았다.

일행과 잡담을 하며 성의 도서관으로 들어갔지만 그 순간 모두들 입이 딱 벌어졌다. 영화나 책에서만 볼 수 있던 찬란한 중세 시대의 도서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벽면에는 이층으로 된 책 진열장에 고서들이 꽉 차 있으며 하드커버로 제작된 책들은 고색창연한 향기를 뿜어냈다. 책장은 오래된 방의 천정 장식과 만나 멋진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도서관 한 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 유리창 안에 고서 한권이 있었다. 오말 공작이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는 책이다. <베리 공작의 지극히 호화로운 시도서>다. ‘시도서(時禱書)’란 그리스도교의 평신도를 위한 개인용 기도서로 시도는 매일 정시의 기도를 말한다. 방문 당시에는 이 책의 가치를 몰랐는데 귀국 후 조사를 해 보고 나서 매우 중요한 도서임을 알게 되어 소개를 한다. 이 기도서는 베리 공작의 의뢰로 15세기 초에 랭부르 형제가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416년에 베리 공작과 랭부르 형제가 모두 사망함으로서 이 작업은 중단되었다가 15세기 말이 되어서 비로소 완성하였다. 19세기가 되도록 이 시도서의 종적을 알 수 없던 중에 1856년에 이탈리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오말 공작이 구입하여 지금까지 샹티이 성에 보관되어 있다.

이 기도서에서 백미로 꼽는 부분은 12개월의 변화를 담은 달력그림이다. 각 시기에 필요한 노동의 종류와 사람들의 모습을 귀족으로부터 농부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필사본으로 꼽는다. 도서관은 시도서 중 두 페이지를 열어놓고 있다. 세밀화 그림과 예쁜 글씨체로 된 부분이다. 공개 중인 페이지는 제목이 ‘7월의 보리 수확과 양털 깎기’다. 세밀화는 청금석(靑金石)을 이용한 푸른색 물감을 두드러지게 많이 사용한 것이다. 지난해 겨울에 파종한 보리를 7월에 수확하고 무더운 8월이 오기 전에 양털 깎는 모습을 이 특징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 두 페이지를 소중하게 눈에 담아주며 수도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도서관에는 독서대가 놓여 있다. 부드러운 벨벳 소파 위에 책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독서대를 달았다. 옛 시대의 독서대이기에 더욱 멋지다. 다른 소파는 발을 쭉 펴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 성의 중세 도서관에 감동을 받아 필자는 두 번이나 이 성을 찾았다.

샹티이 성의 내부 벽은 성의 주인의 품격과 취향을 보여주는 고상한 그림과 조각품 그리고 호기심을 부르는 수집품들로 가득 차 있다. 한 전시관은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출토한 귀한 그릇들을 전시하고 있다. 폼페이는 2천년 전에 나폴리 남동부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여 1만 6천여 명의 사람들이 화산재 더미에 묻히고 소멸한 도시다. 필자는 2010년 일본의 요코하마 박물관에서 열린 <세계유산 고대로마문명의 기적, 폼페이전>을 관람했다. 그러나 당시 폼페이 유물의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스케치도 허용하지 않고 경비원이 곳곳에 서 있을 정도로 부담을 준 전시회였다. 그렇지만 이 성에서는 폼페이의 귀한 유물을 사진으로 백장도 넘게 찍어도 됐고 서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면서 거듭 감탄을 하였다.

이 성의 울창한 숲 속 길은 방문객들을 중세로 빨아들이는 한 없이 깊고 어두운 블랙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숲 속에서는 개를 데리고 온 할머니 가족이 얘기를 나누고, 자전거를 타고 온 두 젊은이는 잔디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다. 승용차도 햇빛을 피해 높다란 나무 사이 그늘을 찾아 주차했다. 숲이 깊어 다양한 식물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숲 속에는 카페도 있었다.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며 천연 공기청정기로 숲속 공기를 즐긴다. 캥거루 몇 마리가 울타리 안에서 놀고 있다. 그런데 울타리 아래에는 동물이 파 놓았는지 신기한 큰 구멍이 있었다. 혹시라도 캥거루가 이 구멍으로 탈출할 것 같기도 해 사진을 찍어 정문 안내인에게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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