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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주변 환경과 설계 2
2. 한의학의 정체성과 미래상: 바디
2018년 05월 11일 () 07:17:03 지규용 mjmedi@mjmedi.com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할 때 그 일에 대해 뇌리에 선명한 像(이미지)이 서 있지 않다면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 한의학을 설계하는데 정체성부터 거론하는 이유는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얻기는 어려울지라도 이 상이 있어야 비로소 공유가 가능하며 서로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의학도 생명체인지라 늘 변하는 것이어서 어떤 고정된 상이 아닌 현재의 잠정적인 모습으로만 간주한다. 우선 앞으로 제시할 개념은 지금까지의 것과 구분하기 위해 뭔가 수식어를 붙이고 싶기도 하고, 그냥 의학일 뿐이지 군더더기 ‘한’이 왜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냥 ‘한의학’으로 사용한다. 다만 이런 동기들이 한의학의 상 속에 들어 있다.

 

한의학 vs 양의학, 한의학 vs 중의학, Operator vs Cooperator, Reformed Medicine

서양에서 중심위치에 있는 자연과학, 특히 근대의학은 통계적 정상성과 평균값을 중시한다. 그러나 동양전통에서 <내경>과 상한의학은 구체적인 생활환경과 환자의 차이 즉 개별성을 중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개인별 맞춤의학(personalized med.) 추세가 더욱 심화되는 지금 우리에게 기회인 것이 분명하다. 한편 같은 전통을 이어받은 중의학은 비록 우리와 흡사하지만 시종일관 변증논치를 중심으로 내려온 의학인지라 도학전통과 <활인심방>,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 <석곡심서> 등을 이어받은 의학과 다른 점이 없을 수 없으니 이것 또한 지금처럼 예방의학과 만성병, 마음병이 유행하는 시대에 환자의 평생건강관리를 위한 상담자나 조언자의 역할로 매우 적합하다. 그러므로 한의학은 TCM이면서 동시에 과학을 입고 주류 속에 끼어 고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한의학이 현시대에 최적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과학화, 디지털데이터화, 임상기술세계화의 세 조건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 설명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양의학 대응과목을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기초자연과학인 물리학군, 화학군, 생물학군, 지구과학을 학습하여 한의이론 속에 들어있는 관련지식들을 통합하여야 한다. 이 단계를 지나야 비로소 데이터 취득방법을 확보하고, 양의학 대응과목들의 이론을 능동적으로 종합·생성할 수 있으며, 타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신뢰성 있는 논리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상의 조건들을 만족하기 위한 학부교육 선결사항과 한의학의 像을 아래에 제안한다.

 

(1) 현행 한의대 교육과정의 문제점

한의대 교과과정의 가장 큰 문제는 중복수강의다. 예컨대 한방생리학-양방생리학이 있고 한방병리학-양방병리학을 따로 배운다. 물론 내용은 중복이 아니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고역이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데,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극복 못할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대학별로 각 과목 담당교수가 구분되어 있다면 서로 합의하여 학생 입장에서 내용별로 통합된 팀티칭 혹은 담당영역별 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교재 마련이 쉽진 않겠지만 이 부분은 비상한 노력이 요구되며 별도로 논의할 것이다.

둘째 문제는 자원 생산의 비효율성이다. 현재 동의대는 학부 기간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코스가 없고 일부 선택과목만 있는데 다른 대학도 비슷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진로를 다양하게 하고자 해도 매우 어려워서 약 10년에 몇 명 정도가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 같다. 입학단계부터 특기자원을 선발하고 교과과정에서 단과대학간 선택과정 확대, 권역대학간 공동학점제, 외부의 전문이수과정 인정, 전체 한의대 커뮤니티 지원 등의 다양한 대책과 방법이 필요하고, 더구나 요즘 수요처인 한방병원이나 한의원들이 특화하는 경향이 많고 한의학 관련 의약기업체 육성을 위해서는 마치 공대의 캡스톤디자인 혹은 융합캡스톤디자인1)처럼 목표지향적인 학점제 등을 운영하여 학생자원을 다양하게 배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셋째는 한의대 전공교수들 내부의 의견 교환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국시출제과정에서 지적되는 과목간 중복문제도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작년 모대학생의 자퇴사태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과목내 불균질성이라 생각된다. 대학교수의 세 가지 직무인 교육 연구 봉사 중 학문적 소신은 연구에 속하는 것이고 그 이전에 표준지식에 대한 성실교육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한의학은 약 60년, 두 세대에 걸친 역사적 단절이 있었고 아직도 지식과 교육내용이 표준화되지 못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러므로 교수들 자체의 역량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여건이 그러하므로, 지금이라도 과목별 표준지식의 컨텐츠와 수준을 세밀하게 논의하고 모든 대학들이 어느 정도 균질화할 필요가 있다. 그 위에 교수 개인에 따른 특색 있는 강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2) 한의학像 실례

이 글은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다수 전문참여자의 지식이 결집되어 만들어졌으면 하는 像의 構想이므로 얼개 제시에 중점이 있다.

1) 기초자연과학 분야

프롤로그에서 한의학을 받치는 핵심이론으로 천인상응론과 음양오행론, 정기신혈진액과 장상경락형체론이라 언급하였었다. 천인상응은 가장 흔히 비판받는 내용으로 “天有四時 人有四肢, 天有五行 人有五藏, 天有六極 人有六府”<동의보감 손진인> 등이다. 이는 <내경> 이전 적어도 춘추시대부터 비롯된 ‘천인합일’사상으로 검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현대적 재해석이 필요하다. 천인교류, 상응이론은 개념상 가이아이론, 공생발생론, 유기체이론 등을 참고할 수 있는데 시간상 지구적, 진화론적인 단위의 장구하고 거시적인 관찰을 요하므로 학문으로 보면 진화생물학, 지구과학, 화이트헤드이론<과정과 실재>2) 등의 관련부분을 종합할 필요가 있다. 음양오행론은 상응의 구체적인 관계와 상호작용의 방식을 보이는 것으로 그 근본은 시공간(四時四季, 五時五季)이 생명현상에 미치는 영향이기 때문에 식생생태학, 동물비교해부학, 인문지리학 특히 문화·의료지리학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으며, 조절방식은 일반시스템이론과 사이버네틱스이론 등을 참고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기신혈진액과 장상경락형체론을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인데 추상적인 개념도 포함되어 쉽지가 않다. 이중에 정혈진액은 유형물이라 상대적으로 설명이 쉬우므로 기와 신을 중심으로 한다. 기가 어떻게 파악되는지 원전에서 찾아보면 감정, 기후현상, 냄새, 성질, 경향성, 기능, 작용, 힘(에너지), 공기 및 가시·불가시적인 기체, 생명력, 우주적 본질, 물질입자, 흔적, 조짐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감안하여 심리학, 기후학, 물리화학, 유기화학, 물리학, 열역학, 유체역학, 생물학, 생리학 등의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현상과 법칙을 정리하다 보면 기의 생·병리과정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神은 보통 세 가지 의미로 설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인지, 감정, 의식과 행동의 통합성이므로 심리학과 신경과학 및 정신의학 등과 관련된다. 사실 이런 내용은 생리학교재에도 잘 나와 있는데 다만 통합, 구상지표와의 대응관계, 측정방법 등을 타 과목과 연계하여 서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환자와 질병의 내면에 더 깊이 다가가기 위해 체득, 수행과 함께 의식의 여러 차원을 두루 이해한다면 <내경>의 이상인 ‘上工’, ‘성인’, ‘참사람’으로 이끌 것이다.

臟象은 장부와 그 체표반영 및 연관징후를 의미하는데 전통적인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 등이 주요 대응과목이므로 크게 어렵지 않을듯하나 팀티칭이나 연계 수업, 교재에서 이들 과목이 상호 관련되도록 영상이나 그림과 함께 기술하여 학생의 뇌리에서 하나로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징후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확장하면 형상의학이나 사상의학 등에서 무리하게 보이는 듯한 추론의 논리도 이해할 수 있다. 경락은 인체를 하나의 유기체(organism), 결합체(nexus), 사회(society)로 만드는 구조·기능적 실체이기 때문에 노선과 혈위의 해부신경생리학적 기초 위에 서브시스템의 상호작용방식과 장이론 등 시스템이론과 전자기물리학적 내용을 추가하면 임상에 사용하는 경락진단치료기기 활용도 더 늘어날 것이다. 다음의 형체는 형상, 형태와 오체를 의미하는데, 오체는 해부조직학·생체역학과 대응되지만 형상과 형태는 임상적 중요성에 비해 근거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다만 인체는 유체공간이란 점에서 유체역학3), 국소증상이 계의 특성에 제한된다는 점에서 장이론4) 관련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한의임상/공학기술 분야

현재 한의대에서 생물화학약리기반 실험실 연구는 많이 발전하였지만, 한의임상관련 시장으로 더 확장가능한 디지털·전자기기·클라우드·네트워크시대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예전에는 성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였지만 이제는 AI가 의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아는 세상이 되었다. 데이터/텍스트마이닝기술의 발전은 성인의 의학적 통찰을 대신하고 아울러 더 광범한 분야의 증상, 상황까지 비교하면서 종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초과학의 준비단계가 갖춰져서 raw data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기록한 차트를 가능한 한 표준화하되 한의학파별로 어떠한 종류, 예컨대 상담기록에만 근거하더라도 일관된 데이터를 만들어 서버(클라우드)에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클라우드 네트웍 시스템이 갖추어졌을 때 필자가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것은 소음인과 수인, 소양인과 토인, 태음인과 목인, 특히 태양인과 금인의 상호관계이다. 표준화된 차트를 사용하여 사상체질과 팔체질 전문가가 판별한 환자의 변증정보들을 분석하면 체질별 특징, 생리, 병리 등을 훨씬 자세하게 기술하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의학의 미래상은 이처럼 천지인의 요소와 관련된 통합적이고 미시적인 텍스트·영상·수치·검사자료들을 광범하게 수집하여 관찰하고 싶은 특징들을 두루 탐색하고 데이터마이닝기술을 사용하여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는 한의학자율주행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결론: 준비를 위한 제안

이상의 작업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먼저 처음에 제시했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6년으로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에서 과목을 통합하거나 강의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목적에 맞는 인적자원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지역대학/대학연합 차원의 특별코스 혹은 장단기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세 번째의 가장 어렵고 시간을 요하는 문제인 대학별/과목간 지식의 통일성, 균질성을 이루어내려면 전국적인 규모로 과목별 교육컨텐츠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처음의 문제도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의 정체성이라 했지만 이는 연구, 교육의 기준을 위한 것이고, 본질은 문명과 기술을 통합한 의학 자체일 뿐이므로 사실 한국이라는 지역성을 굳이 강조할 이유는 없다. 어쨌든 이런 다양한 희망과 견해들이 모여 한의학이 명실상부하는 의학으로 거듭나길 고대한다.

 

지규용 /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각주

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34372&cid=58540&categoryId=58540

2) http://theology.co.kr/article/organ.html

3) Fluid dynamics in developmental biology: moving ·uids that shape ontogeny, Julyan H. E. Cartwright, Oreste Piro, and Idan Tuval, HFSP Journal 3(2):77-93, 2009.

4) Field Theory and Experiment in Social Psychology: Concepts and Methods, Kurt Lewin,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44(6): 868-89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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