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감염병 대응 ‘난항’…타개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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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감염병 대응 ‘난항’…타개책 없나
  • 승인 2018.05.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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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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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조차 어려운 현실…‘HIV 협진’ 등 치료기반 형성해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사들이 중증 감염병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그리고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의 노로바이러스까지 각종 감염병 발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사들은 관련 검사조차 할 수 없는 등 간단한 대응조차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또한 한의계의 감염병 연구 자체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한다.

최준용 부산대한방병원 교수는 “일부 법정 전염병 등의 보고 의무가 한의사에게도 있기는 하나 전반적인 의료 대응 시스템을 보면 한의계가 국가방역체계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한방병원에는 중증 감염병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 중환자 병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볼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계에서 감염병에 대한 임상 관련 연구는 복지부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의 감기 부문이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감염병에 대한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장은 “메르스 유행 당시, 한의치료 및 협진에 대한 관심은 한의계와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메르스에 대한 사회적인 불안이 크고 경과가 급박해 확고한 근거가 부족한 한의치료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이해된다. 한의약이 아직까지는 문헌?실험실?임상시험 등에서 세계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의사들이 중증 감염병 질환을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최준용 교수는 “한방병원 단독으로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면 협진 시스템을 생각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중국에서는 SARS 사태 때 중의약의 효과를 인정해 이후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 창궐할 때 정부 지침에 반드시 중의 부분을 넣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감염질환을 보고 있는 국립병원 중 한의과나 한방병원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현재 국립의료원과 부산대학교병원(양산 부산대병원과 부산대한방병원)이 전부”라며 “국립병원에서 한의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감염병 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계에서 자체적으로 감염병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준용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 전통의학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서 국내 도입 가능한 형태로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감염 자체의 예방 및 치료, 항미생물제제의 내성 문제 극복, 그리고 감염 질병으로 인한 2차적인 환자의 다양한 장애 등을 다루는 한의약 치료기술을 이끌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의약의 근거를 창출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원 부장은 “우선적으로 한의사도 질병의 원인과 경과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의약의 치료가 현대의학의 치료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빠른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돕는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의치료와 양?한방 협진 및 동시 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사들이 감염성 질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환자 접촉 전후의 위생, 방호복 착탈의 훈련 등)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환자에 대한 협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원 부장은 “물론 HIV에 대한 직접적인 한의치료와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 의료기관에서는 접하기 매우 드문 질환”이라며 “HIV 감염으로 인해 속발하는 질환의 증상과 경과에 대해 한의치료의 가능성과 안전성을 임상에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고동균 한의협 의무이사는 “감염병 관리의 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만드는 정부정책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의계 내에서 비급여나 무상수가로 관리되어오던 내용을 취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감염병 관리 행위에 대한 적절한 수가보상을 받고, 신종 감염병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성과 교육 콘텐츠 마련을 위해 정부에 예산 배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의사들이 국가 방역 체계에 합류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뤄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의계가 감염병 대응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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