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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24>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2018년 05월 04일 () 10:01:08 강형원 mjmedi@mjmedi.com
   

강 형 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이 지금도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오가는 장면은 꿈을 꾸고 있는 듯 벅찬 감동으로 남아있다. 분리는 결합을 위해 분쟁은 화해를 위해 퇴보는 번영을 위해 나아가야함을 알고도 우리는 너무 무력했다. 한 낮에 다투던 동무와 해질녘에는 어깨동무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우리들이었지 않은가. 두 정상의 맞잡은 손을 보고 나는 눈물이 났다. 이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더 늦지 않은 지금이라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고 감격스러웠다.

나라의 화해 장면은 숨은 염원과 노고의 결실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정상들의 의지와 결단이 중요한 역할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역할을 할 사람은 누구일까?

부부의 역할은 많은 부분 상호 보완적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생활일수록 역할의 구분보다는 필요가 역할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 감안해도 아버지와 엄마의 역할을 기대할 때 고유하게 요구되는 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진료실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A씨는 두 아들의 아버지다. 분노조절의 어려움이 있었다. 평소에는 자상하고 문제없는 자신이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 특히, 자녀들의 행동을 용납하기 힘들어했다. 어린 자녀들은 성장할수록 아버지의 폭력을 거칠게 반발하고 더 튕겨나갔다. A씨는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노력할수록 자신은 더 절제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고 자녀들은 점점 멀어져갔다.

어디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까? A씨는 부모님을 회상했다. 따뜻한 엄마와는 달리 아버지는 폭군이었다. 늘 어렵고 힘든 존재였다. 내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아버지처럼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절망감에 빠져든다고 하였다. 모든 문제의 탓을 아버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를 통해 부정적 역할에 학습되고 벗어나고 싶은 모습에 오히려 붙들려,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작품 중에 아버지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기 때 아버지로부터 경험한 차가운 이미지와 상처는 그의 작품 속에서 조차도 선인으로 다시 태어나지 못할 만큼 강력하게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선함을, 따뜻함을 바라는 무엇이 공격을 당할 때 더욱 치열하게 평화를 열망하게 되고 이를 저항하면 할수록 오히려 각인되고 피하고 싶었던 행동들이 반복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로인해 인간의 내면에서 이는 싸움을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묘사했다. 시베리아 유형의 감옥 생활을 통해 자신의 열망과 내밀한 존재의식을 성찰하게 되었고 함께 생활하는 극악죄수들이 그 거울이 되어주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타인을 알아차렸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상처 입은 한 사람으로 그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남긴 이유는 철저한 인간 이해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된 것이다.

A씨는 자신의 부조리한 행동의 고리를 끊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는 자신에 대한 실망 좌절 불신을 멈추고 관찰자로서 자기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했다. 늪에 빠졌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사력을 다해 허우적대기 마련이다. 애석하게도 그때의 노력들 속에서 답을 찾기는 더 어렵다. 잠시 멈춰야 한다.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까지 떨어져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 모습은 자신이 인정하기 힘든 모습들이라서 의도적으로 봐야 볼 수 있다. 그 모습 속에 내가 있다. 상처받은 내가 있다. 용서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 사랑받고 돌봄을 원하는 자신이 있다. A씨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많이 울었다. 누구보다 연민을 갖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자기 자신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나약하지만 부족하지만 나 자신에서부터 모든 이유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통찰이 있은 후 A씨는 더 이상 자녀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 화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은 것이다. 아들의 행동은 여전한데도 말이다.

임상에서 상처로 기억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첫 번째 모습은 ‘무능한 아버지’ 이미지이다. 아버지가 일찍 사업에 실패했거나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경제력이 없는 경우이다. 가정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훼방꾼이 되어 버린 경우다. 아버지 역할에 부재로 인해 경험되어지는 분노감정은 자녀들로 하여금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버지의 무능함은 자존감과 연결되어있으며, 결혼 즈음에는 허황된 배우자나, 능력없는 배우자를 만나는 후회스런 선택을 하기도 하고, 평생 독신을 결정하기도 한다.

두 번째 모습은 ‘폭력적인 아버지’ 이미지이다. 다양한 형태의 폭력들은 어린나이에 경험할수록 그 피해는 크다. 이때의 자녀들은 아무런 방어도 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이다. 그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공포를 경험하는 수준이여서 몸으로 저장되고 기억되어 성인에 이르러 트라우마 증상을 주도한다. 무능함과 폭력성 외에 엄격한 것, 버럭 소리 지르는 것, 부부간의 말다툼 까지 폭력상황의 범주 안에 든다. 폭력에 노출된 어린아이는 성장기를 겪으며 억눌린 것들을 본능적으로 표출하고 이상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모의 역할 중에서 아버지의 역할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이것이 아버지의 역할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회복되어야 할 문제들이 우리들 앞에 놓여있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봐야 한다. 나는 누구의 아버지인가?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하는 물음을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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