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한의학과 친한 척 하는 ‘자연요법주의자’들과 선 긋기
상태바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한의학과 친한 척 하는 ‘자연요법주의자’들과 선 긋기
  • 승인 2018.04.27 0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나희

김나희

mjmedi@http://


■한의학, 자연주의출산육아와 이른바 ‘자연요법’은 다르다

여성의 내면적인 힘을 신뢰하고 의학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연주의출산이나 상업화된 분유를 사용하지 않는 모유수유는 한의학과 친화적인 면이 있다. 한편, 이른바 자칭 ‘자연요법주의자’들도 일견 자연주의출산이나 모유수유를 지지하며 한의학과 가까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자칭 ‘자연요법주의자’들은 주로 일본의 개인이 만들어낸 내용을 한국으로 들여와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가 치료법을 서로서로 알려주고 있다. 기본이 되는 내용은 ‘니시 가쓰조’라는 19세기 말 일본의 철도 기술자가 이것저것 자기 몸에 시험해보면서 만들어낸 <니시요법 Nishi Shiki>이며, 무조건 체온이 올라가야 건강하다는 ‘온열요법’이나, 죽염을 대량 섭취하라고 권하는 ‘소금건강론’ 등 여러 아류가 혼재되어 있다. 합성약물은 불신하면서도, 매우 인위적이고 침습적인 관장을 선호하고 마그밀(MgO)은 매일 먹으라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자칭 ‘자연요법’에 끌리는 환자들은 대체로 양의학을 불신하기 때문에 양의사들이 맞는 말로 설득을 해도 무조건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 환자들이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빠져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한의사들의 균형 잡힌 개입이 필요하다. 이 민간 자연요법들은 원칙적으로 이롭거나 적어도 무해한 요법, 잠재적으로 해로운 요법, 확실히 해로운 요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소식, 풍욕, 붕어온동이나 모관운동 등 해롭지 않은 요법이나 모유수유나 자연출산 등의 내용이 해로운 요법들과 애매모호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혹하기 쉽다. 근거에 입각하여 권고하는 책임 있는 모습으로 이런 민간요법과 한의학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아기에게 죽염을 먹이거나 임신부가 소금 섭취량을 늘리면 안 된다

태변을 배출시킨다는 명목으로 신생아에게 죽염을 먹이는 위험천만한 민간요법이 있다. 아기는 콩팥이 아직 발달되지 않아서 일정량 이상의 염분은 내보낼 능력이 부족하다. 콩팥의 용질부하(renal solute load)가 큰 음식은 아기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기에게 필요한 염분은 모유에 정확한 양만큼 들어 있고, 분유에도 필요한 양이 계산되어 들어 있다. 그 이상 추가적인 염분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천일염이든 죽염이든 다른 어떤 소금이든 아기에게 절대 먹이지 말아야 하며, 조산아일 경우 콩팥이 미성숙해 더욱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한 아기의 경우 생후 6개월까지 완전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여기서 완전모유수유란 물, 소금, 비타민, 차, 곡물 등 어떤 추가 섭식도 없이 ‘오직 모유만’ 먹이는 것을 말한다.

싱겁게 먹으면 인체에 각종 염증이 생기므로 임신부도 죽염을 넣어 짭짤하게 먹어야 한다는 민간요법도 있다. 이 역시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몸에 해롭다.

 

■임신부나 신생아는 단식하면 안 된다

임신 중 몸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단식을 하거나, 아픈 아기를 치료하기 위해 아기를 굶기는 방법을 권하는 자연요법주의자들이 있다. 아동학대 대신 태아학대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다. 왜냐하면 뱃속에서 기아 상태를 경험한 아기는 나중에 대사 장애를 가지기 쉽게 되며, 조산아나 저체중아로 태어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나 정신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임신 중 단식은 당연히 임신부 본인에게도 위험하다. 아기에게 단식을 시키는 것 역시 극히 위험하다. 아기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아기가 죽지 않더라도 대사체계에 심각한 혼란이 올 수 있다. 또한 아기가 기아 상태에 빠지면 정서적으로도 매우 고통스럽게 되며 극도의 공포와 절망을 느껴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이 높아지는데,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두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 있고 면역이 저하된다.

생후 3일 정도 산모의 젖이 잘 돌지 않으니, 아기에게 ‘생후 3일 단식’을 시키라는 자연요법주의자들도 있다. 이 시기에 모체는 면역물질이 매우 풍부한 소량의 초유를 분비하여 아기에게 수유하는 동시에 풍부한 모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생후 3일 단식’ 운운은 이렇게 중요한 시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생후 3일 정도는 젖양이 적은 것 같더라도 분유 보충을 하지 않고 아기가 원할 때마다 모유수유하라는 옳은 원칙과, ‘생후 3일 단식’이 언뜻 비슷해 보여 혼란이 가중된다.) 분유 보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굶기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의 아기는 초유가 필요하며 초유로 충분하다.

 

■갓 태어난 아기를 100분 동안 나체로 벗겨두면 안 된다

◇출생 직후 아기를 그대로 엄마 가슴에 안겨주고 피부 대 피부 접촉을 한 상태로 첫 모유수유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서늘하다면 엄마와 아기를 동시에 감싸는 이불로 덮어준다. 늦어도 출생 30분 안에는 첫 모유수유를 시도하도록 한다.

어떤 자연요법의 창시자가 그렇게 권했다는 이유로 갓 태어난 아기를 100분 동안 벗겨 두는 ‘나체 요법’을 시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기를 나체로 덩그러니 100분이나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엄마와 떨어진 상태로 낮은 온도에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아기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태어난 직후 아기는 엄마와 맨살 대 맨살 접촉을 하고 첫 모유수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옳은 원칙과 ‘나체 요법’이 언뜻 비슷해 보여 혼란이 가중된다.) 아기를 천으로 덮지 않은 상태로 엄마의 피부가 접촉하게 하며, 방안이 따뜻할 경우는 엄마가 팔로 아기를 감싸안으면 충분하고, 서늘하다면 엄마와 아기가 맨살을 맞댄 상태로 그 위에 이불을 덮어주면 된다. (그림 참조) 생후 아기를 벗겨서 혼자 두는 조치야말로 자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며 인위적으로 본능을 억압하는 행위이다.

사실과 거짓을 뒤섞어 혼란을 주는 자연요법주의자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은 다음 칼럼에서도 이어가겠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