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19> - 『졔셰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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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19> - 『졔셰문』①
  • 승인 2018.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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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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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로 깨우치는 질병과 의학의 이치

 이번 호엔 우리 고한글로 기재된 민간의학서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하자. 정식으로 간행한 것은 아니고 민간에서 편의에 따라 부녀자들도 보기 쉽게 언문으로 풀어쓴 간이방서로 보이는데, 표지에만 『濟世文졔셰문』이라는 서명이 표기되어 있고 곧바로 본문으로 이어지며, 별도로 작성자나 작성경위가 밝혀져 있지 않다.

◇ 『졔셰문』

표지에는 또 ‘甲子十一月日 갑십일월일’이라고 간기가 적혀 있지만 정확한 작성시기를 알아보기에는 분명치 않다. 아마도 표기법이나 지질로 보아 1864년 혹은 1924년경이 아닐까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한글본 의서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단순히 구급방, 혹은 경험방이나 단방 몇 조문 채록하여 적은 것이 아니라 복합 처방을 일일이 한글로 옮겨 적은 한글처방편이 권미에 부기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하 고어와 옛한글로 써 내린 본문을 그대로 옮겨 적기도 어렵거니와 독자 여러분의 가독성을 고려하여 편의상 필자가 현대어로 풀어서 소개하는 바이니 이 점 감안하여 읽어 주기 바란다. 서문이 따로 없지만 본문 첫 대목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대범 치병(治病)하는 방법은 다 같은 것 같으나 실은 다 같은 것이 아니요, …… 난치자(難治者)는 작은 아이요, 그 다음은 여자요, 그 다음은 대장부라 하였다.” 또한 이어서 말하길 “일 년에 춘하추동 사기가 있으며, 그 기후가 차차 변경이 되는 까닭에 사람의 병도 천만가지라. 나무나 병도 역시 기후를 따라 변하는 이치가 있다.”라고 말해 천지자연과 일기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병도 천차만별로 변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어서 “알기 쉽게 말하자면 천지만물지중에 사람이 가장 신령하다고 하는 것은 천지의 무궁한 조화를 용사(用事)하는 성질을 품부한 고로 일동일정(一動一靜)하는 것과 희노애락을 천지에 풍운조화, 변화불칙한 것과 같이 행하는 것이 단순히 말하자면 사람은 적은 하늘(小天地)이라고 전해오는 말씀은 상고(上古)이래로 총명예지(聰明叡智)한 성인(聖人)의 유전(遺傳)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대개 『동의보감』신형편 첫머리와 『명심보감』서두에서도 등장하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관련성을 설파하는 선언적인 글귀와 연계되어 있다. 즉 “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最貴”, 혹은 “天地之間, 萬物之內, 以人爲貴.”라고 한 말을 풀어서 설명한 셈이다. 이 말은 천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단언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매우 중요한 언급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대적 한계도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비유가 재미있다. “천지에 사방이 있으매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동서남북이 있으매 사람에게는 전후좌우가 있고 …… 금목수화토가 있으매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고 천유운(天有雲)하기로 인유담(人有痰)하고 천유용(天有龍)하기로 사람에게는 회(蛔)가 있는 것이다. 사람의 활동과 일동일정(一動一靜)하는 것이 모두 금목수화 오행은 천지조화지원인(天地造化之原因)이어라.”고 하였다.

  또 사람의 오장육부와 오행을 대비하여 설명하기를 “사람에게 오행은 즉 오장이며, 신경은 수요, 간경은 목이요, 심경은 화요, 위경은 토요, 폐경은 금이오 …… 부(부아, 부화, 肺)는 금이요, 콩팟(콩팥, 腎)은 수요, 간(肝)은 목이요, 염통(心)은 화요, 밥통(胃)은 토요, 담(膽)은 씨(쓸개), 비(脾)는 지레(지라)라.”하였다.

  아울러 침과 약으로 병을 다스리는 이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개 침과 약도 별이치가 아니라. 침이라하는 것도 사람의 정신적 연구요 약이라 하는 것도 사람의 정신력에서 나온 연구라 하는 것이다. 연구라 하는 것은 나의 심령 영명한 심신이다. 심신은 곧 귀신이라. 사람도 별것이 아니라 곧 귀신이 떠난 즉, 곧 목석과 한 가지라.”라 해서 침이든 약이든 인간에게 태생적으로 내재된 자연치유력 혹은 영적 치유력을 추동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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