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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우리의 몸을 지키는 전투전략
도서비평┃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2018년 04월 13일 () 06:32:04 이상원 mjmedi@mjmedi.com

우리는 왜 아플까? 우리가 아는 의학은 째고 잘라내고 막아버리는 아주 평범한 치료를 한다. 약(藥)도 원하는 목표만 찾아가서 딱 맞춰 제거해버리는 ‘마법의 탄환’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삭제되지 못하는 아픔은 이유 없는 신경증이거나 병이 아니라고 한다. 한의학과 한의약은 화해시키고, 흘려보내고, 날려 보내고, 삭혀버리는 것까지 치료의 범위로 하고 있지만 왜 아픈지를 현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지금의 사람들이 절대 진리로 믿는 현대의학에서 알아듣기 힘들게 사용되는 용어는 새롭게 외국에서 만들어진 외래어들이다. 또한 우리 한의학의 언어는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문자와 말이 서로 맞지 않는 사정이 담겨 있다. 몸이 왜 아픈지 우리의 말로, 우리 시대의 말로 알려줄 수 있는 의사가 있을까?

   
권용철 著
김영사 刊

저자는 현대의학으로 설명하지 못한 아픔에 대해서 우리의 몸 자체가 원시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으로 보라고 한다. 몸은 진화가 끝난 존재가 아니기에 몸의 구조를 삭제할 수 없는 아픔이라면 아직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는 몸과 어떻게든 타협을 해서 달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병드는 것은 원시시대에서 꿈도 꾸지 못할 과도한 영양 때문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일례로 편식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가 편식하는 이유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가 중요하다. 아직 원시시대 동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수많은 지식을 건강에 대입하더라도 건강해지지도 않고, 심해져서 병을 만들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진화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으로 바라본 인체를 설명한다. ‘다윈의학’이라고도 하며 인체의 정상적인 생명현상은 물론 비정상적인 생명현상을 진화생물학 등의 지식을 적용해 이해하는 의학이다. 진화과학적 근거를 통해 사람이 왜 아픈지를 설명하는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과 확연히 다르다. 내용이 확연히 다르고 우리가 익숙한 분석적 방법을 벗어나 거시적 방법이지만 충분한 과학적 결과를 증거로 설명해주기에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다. 동물실험 결과, 인류학의 성과, 생물학의 발견, 후성유전학의 업적을 총 망라해 증거를 보다보니 병의 자연과학적 역사유적에 한발 한발 깊숙하게 다가가는 듯하다.

구체적이면서 재미있는 증거들과 일화들이 많이 있고,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원주민이 브로콜리를 먹게 되어 갑상선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단명했다는 이야기인데, 브로콜리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이므로 외래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논거로 보인다. 너무 광대한 학문에서 근거를 찾아서 증명을 하다 보니 일반인의 사고에서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거를 가져오고, 그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이라는 유전병을 이겨내기 위해서 발효버터를 먹고, 유전자의 발현을 꺼버렸다고 한다. 이같이 우리의 전통 음식과 약에서 우리의 체질과 어떤 유전자형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더 많은 논거들이 필요하다. 그와는 별개로 우리의 부모와 조부모님이 드신 음식들을 살피고 생활양식 중에 가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건강하게 살려면 우리가 생존해온 생활양식, 생활환경과 유전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니 말이다.

이상원 /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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