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각특징으로 살펴본 <醫方活套>의 판각기간과 판각비용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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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각특징으로 살펴본 <醫方活套>의 판각기간과 판각비용에 대한 연구
  • 승인 2018.04.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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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춘·서정철·최순화

한기춘·서정철·최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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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황도연 (12)

Ⅰ. 서론

惠庵은 조선 철종에서 고종시기에 御醫를 지내면서 몇 권의 의서를 남겼다. 그 가운데는 <方藥合編>의 底本이 되는 <醫方活套>도 포함되어 있는데 <醫方活套>는 1869년에 刊行되었다. 그런데 <醫方活套>를 살펴보면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 부분에서 葉에 따라서 처방번호가 陰刻도 있고 陽刻도 존재하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 着眼하여 다른 한적본과는 다른 <醫方活套>의 판각 상 특징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醫方活套>를 판각하는데 필요한 기간과 비용에 대하여 연구한 바를 발표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판각특징

<醫方活套>는 표지와 표제가 1葉(2쪽), 서문 1葉(2쪽),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針線이 11葉半(23쪽), 活套目錄이 7葉半(15쪽), 본문에 해당하는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가 78葉(156쪽) 등 총 99葉(198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본문인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의 78葉만을 살펴보면, 1~24葉은 陰刻, 25~32葉은 陽刻, 33~34葉은 陰刻, 35~50葉은 陽刻, 51~52葉은 陰刻, 53~54葉은 陽刻, 55~66葉은 陰刻, 67~68葉은 陽刻, 69~78葉은 陰刻으로 되어 있어서 葉에 따라 처방번호의 陰刻과 陽刻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2. 판각기간

조선 후기에 목판 1판의 판각기간에 대하여 <國朝寶鑑>을 刊行하면서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昌聖曰, 較其刻役, 一人所刻, 三日當爲一板, 論其訖役遲速, 則專在於匠手多少矣.(<承政院日記>(1782년(정조 6년) 4월 26일의 기사)”라 하여 刻手 1인이 1장을 새기는데 3일이 소요된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토대로 <醫方活套>를 보면, 총 99葉(198쪽)이므로 목판 49.5장(약 50장)이 필요한데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의 처방 번호 陰刻과 陽刻 유형으로 보아 최소 2명 이상의 刻手가 작업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醫方活套>의 판각기간은 刻手가 1명일 경우의 150일보다 훨씬 적게 소요되었을 것이며, 刻手가 2명이면 75일이, 3명이면 50일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3. 판각비용

1891년 山淸에서 간행된 <性齋先生文集> 17책(632판)의 간행비용은 대략 板刻費 2,740.87냥이 들었다고 한다.1) <性齋先生文集>의 간행비용을 바탕으로 목판 약 50판인 <醫方活套>의 경우를 계산하면 板刻費 약 217냥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1891년 池圭植이 지은 <荷齋日記>에 당시 쌀 10말(1섬(石)) 구입에 215냥이 든 것으로 나오고, 다른 물건에 대해서는 “나막신 2냥 5전, 술과 국수 3사람에 3냥, 벼루 5냥 8전”이라고 하였다.2) 오늘날 쌀 80kg의 가격은 20만 원 정도이지만 쌀은 소비감소로 다른 상품에 비해 그 당시 물가대비 크게 오르지 않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쌀 10말이 오늘날 약 200만원이므로 이를 통해서 당시 1냥은 오늘날 9,302원(약 1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적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醫方活套>를 판각하는데 총 217냥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오늘날 217만 원 정도의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Ⅲ. 고찰

漢籍本에서 葉에 따라 陰刻과 陽刻이 번갈아 나타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본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醫方活套>의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에서 陰刻과 陽刻이 바뀌는 양상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일정한 형식이나 기준을 정하고 바뀌는 점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는 初稿本을 그대로 판각하거나 유의미하게 陰刻과 陽刻을 번갈아 판각한 것이 아니라, 단지 刻手의 판각 스타일에 따라 陰刻과 陽刻으로 새겼을 것이라 생각된다. 보통 4葉이 장판 하나를 이루어 한 명의 刻手가 연속성을 가지고 할당량만큼 새긴다고 볼 때 33~34葉, 51~52葉의 경우는 다른 판각과 패턴이 벗어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서로 다른 刻手가 작업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性齋先生文集>과 같은 경우는 서적을 간행하는데 소요된 경비, 판각기간, 인력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다. 그러나 <東醫寶鑑>을 비롯하여 한의서에 대해서는 서적을 간행하는데 관련된 내용에 대한 기록도 없으며 관련된 연구 또한 아직까지 거의 없는 실정이다.

<醫方活套>의 成冊에 소요된 刻手의 數나 간행경비에 대한 사료 또한 전하는 것이 없어서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처방 번호(一, 二 …)가 陰刻과 陽刻이 서로 섞여 있고, 중간에 陰刻·陽刻의 유형이 나타나는 것을 각기 다른 刻手의 판각으로 본다면 최소한 刻手는 2명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陽刻으로 판각된 中統 처방번호 109 眞人養臟湯의 경우는 罌粟殼이 罌束角으로, 陰刻으로 판각된 中統 처방번호 110 生熟飮子의 경우는 罌束殼으로 판각되어 있음을 보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조선시대 목판의 출판부수는 적게는 종당 30-50부, 많게는 100-300부 정도였고, 500부 이상은 극히 드물었다.3) <醫方活套>의 경우 출판부수를 알 수가 없어 板刻費 외에 印出費와 기타 잡비 등이 포함된 전체 간행비용은 추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출판부수와 관계없이 판각비는 고정된 비용으로서 출판부수가 많을수록 1책 당 판매가격이나 구매비용은 적어졌을 것이다.

<醫方活套>의 판각기간과 판각비용의 추정에 대한 이번 연구의 의의는 그로부터 15년 뒤 출간되는 <方藥合編>에 있어서, 짧은 기간 안에 여러 판본이 나오게 된 연유를 연구하는 초석이 될 수 있으며, 또한 <醫方活套>의 陰刻과 陽刻의 새김이 번갈아 바뀌는 것은 板本學에서도 유래가 드물어 <醫方活套>는 板刻 연구의 기초 자료로서 유용할 것이다.

 

Ⅳ. 결론

1. <醫方活套>는 陰刻과 陽刻의 出入이 번갈아 있는 특이한 유형이다.

2. 이로 보아 刻手는 최소 2명 이상이며, 판각기간은 刻手가 2명이면 75일이, 3명이면 50일 정도 걸렸을 것이다.

3. <醫方活套>의 板刻費는 약 217냥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1. 처방번호의 陽刻(우측)과 陰刻(좌측)

<참고문헌>

1. 柳鐸一, 性齊先生文集 刊行의 出版社會學的 分析, 韓國文化硏究, 1990:3:263-344.

2. (國譯)荷齋日記(一), 서울特別市史編纂委員會, 2005:30-9, 77, 287, 부록27.

3. 유선영 외, 한국의 미디어 사회문화사, 한국언론재단, 20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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