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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영화 읽기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8년 03월 23일 () 07:01:43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현재 필자는 40년만의 이사 덕분에 매일 추억 속에 빠져 지내고 있다.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놔둔 것이 쌓이고 쌓여 엄청난 짐들이 되고 있지만 오랜만에 꺼내 보면서 옛 기억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탓에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당시 내가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누구를 좋아했었는지 등등을 살펴볼 수 있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을 더듬다보면 문득 첫사랑이 떠오를 수 있는데 한 번 쯤은 그 때의 설레는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티모시 살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1983년 여름 이탈리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가족 별장에서 6주간 머무르게 된다. 어느 날, 올리버(아미 해머)가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온다. 엘리오는 올리버와의 만남이 잦아질수록 묘한 느낌을 갖게 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자 한다.

원제는 영화 제목과 같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해, 여름 손님〉으로 출간 된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첫사랑 영화의 마스터피스’라는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영화제에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는 영화이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90살의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색상을 수상하면서 최고령 수상자로서 기록을 남기기도 했으며, 티모시 샬라메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이탈리아 남부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소년의 한여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로인해 일단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있는 우리에게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과 수영장, 푸르른 나무 등 이색적인 이탈리아의 여름을 맘껏 즐기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의 아날로그 문화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라디오, 쪽지 등을 사용하여 서서히 다가오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점차 이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퀴어영화라는 점 때문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멋진 음악들이 배경으로 깔리며 시청각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누군가에게 들킬까 걱정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랑을 조심스럽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라는 제목과 같은 명대사가 오랫동안 기억남을 것이다. 또한 엔딩 타이틀에서 대사 없이 롱테이크로 촬영 된 티모시 샬라메의 감정 연기 장면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봄, 우연히 나타난 사람은 아닐지라도 옛 물건 속에서 첫사랑이나 추억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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