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으로 체질을 알 수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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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으로 체질을 알 수 있다 없다
  • 승인 2018.03.2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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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http://


 

*이 기고문은 이강재 선생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성격을 통해서 체질을 알 수 있을까?

2015년 2월에 『8체질이 뭐지? 내 체질은 뭘까?』를 출판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100자평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좀 실망했다. 성격으로 체질을 안다?” 또, 8체질 커뮤니티인 Onestep8.com에 올린 서평에서 “맥(脈)으로 체질을 확정하기 전에는 체질별 특징은 관찰하지 않는다”고 쓴 동료가 있었다.
 

이런 의문 제기와 오해는 일차적으로 책제목 때문인 것 같다. 『8체질이 뭐지? 내 체질은 뭘까?』라는 제목은, 전창선 선배와 어윤형 선배가 함께 써서 빅히트한 한의학 대중서인 『음양이 뭐지?』와 『오행은 뭘까?』를 오마주한 것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두 책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기도 하다. 책 제목만 보면 이 책을 읽으면 자기 체질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만 같다. 그리고 책 내용은 각 체질의 특징을 관찰한 것이고, 챕터의 말미에는 해당 체질에 관한 것이 표로 정리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깊이 살펴본 독자는 분명히 다른 것을 느낀다.

이 책이 원고 상태였을 때 제목은 ‘체질이란 다름이다’였다. 2014년 12월에 출판을 추진하던 때에 한 중견출판사와 협의를 하게 되었는데, 편집장은 이 원고의 성격을 건강실용서로 오해했다. 그리고는 독자가 체질을 자가감별할 수 있도록 원고에 설문지를 추가하자고 권고했다. 그런데 이미 시중에는 주석원 원장이 2009년에 쓴 『나의 체질은 무엇인가?』가 나와 있었다. 동일한 주제로 같은 목적을 가진 책을 중복해서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나의 원고는 건강실용서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8체질론의 출발은 ‘체질침’이다. 체질침은 질병을 치료하는 도구이다. 그러니 8체질론의 창시자인 권도원 선생은 늘 질병을 가진 사람들만을 만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체질의 병리적 특성이나 특징적인 질병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반면에 생리적인 특성에 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리고 창시자에 의해 ‘희소하다’고 규정된 토음체질에 관한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권도원 선생은 “체질이란 다름”이라고 천명했다. 나는 이 주제가 좀 더 도드라지도록 각 체질의 특징을 자세하고 구체적이며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각 체질에서 발휘되는 ‘다름’에 집중했다. 기존의 정보에서 부족한 8체질 각각의 생리적인 특징이나 개성에 관한 내용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례들과 8체질론을 공부하면서 주변을 관찰하고 궁리했던 과제들에 녹여서 에세이 형식으로 기술했다. 가령 MLB 경기를 보면서 현장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의 체질을 추정해 본다거나, 나와 아내의 동네 산책길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체질을 비교해 본 내용을 엮어서 써 보았던 것이다.

이 책을 2017년 12월에 행림서원을 통해 재출간하면서 제목을 『개념8체질』로 바꾸고 부록으로 8체질특징표를 추가하였다.

의료인이 쓰는 대중서는 건강실용서일 거라는 편집장의 선입견은 역대로 그런 종류의 책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엄연히 전문가 집단이 있는데 대중이 직접 자가감별과 자가치료에 나설 필요는 없다. 대중에게 그런 걸 부추기는 풍토는 이 사회의 악습 중에 하나다. 8체질론이 존재하고, 그것은 사람 사이의 다름을 말하는 것이며, 그런 구분이 여덟 가지가 있다는 정도의 개념만 독자가 얻게 된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목표로는 충분하다.

위 8체질특징표는 목음체질 이강재가 8체질을 인식한 것이다. 8체질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8체질을 자신만의 개념으로 정리해서, 이것과는 다른 다양한 버전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목음체질의 안목으로 목음체질과 나머지 일곱 체질을 바라보았다. 다른 일곱 체질들이 저마다의 안목과 방식으로 또 8체질을 인식한다면 최소한 여덟 가지 버전의 8체질특징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체질론의 기본 바탕은 ‘관계’이다. 한 글자로 표현하면 상(相)이다. 相은 서로 상이다. 서로란 무엇인가? 사전 준비가 없이 사람들에게 갑자기, 서로의 뜻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우물쭈물하고 당황해 한다. 생활 속에서 서로를 쓰면서도 서로가 무슨 뜻인지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를 알려면 홀로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아!’ 한다. 홀로와 홀로가 만나면 서로가 된다. 홀로와 홀로 사이에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것이 서로다. 그리고 이 관계는 언제나 끊임없이 쌍방향(雙方向)이다.

목음체질 이강재가 금음체질 누군가를 보는 것은 일방(一方)이지만 그것은 이강재란 홀로와 금음체질인 홀로가 만난 관계의 결과이다.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말이다. 그런데 목음체질과 정반대인 상대방 금음체질은 목음체질인 이강재를 보면서 분명히 다른 쪽으로 다른 것을 인식할 것이다. 세계란 이런 관계가 촘촘히 조직된 그물망이고, 인류가 역사 위에 쌓은 지식도 그런 관계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일한 주제를 향해 상충(相衝)하는 이론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학파들이 성립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 불룩 솟아오른 투수 마운드에 선 박찬호 선수는 한국인의 자랑이었다. 그의 경기를 숨죽여 지켜보다가 순간적으로 그가 보여주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서 그가 어떤 체질인지 금방 깨닫게 된 때가 있었다. 방송인 낸시 랭과 피겨 선수였던 김연아, FT아일랜드의 보컬인 이홍기도 그런 경우이다. 반면에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천재 스티브 잡스는 1000쪽이 넘는 전기 번역본을 다 읽고 나서야 겨우 그의 체질을 추정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박찬호, 낸시 랭, 김연아, 스티브 잡스의 체질맥을 직접 잡은 것도 아니고, 나아가 체질치료 경험도 없으니 나의 깨달음과 추정의 정확도를 확인받을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구축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세워진 8체질론에 관한 개념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감각이다. 나와 다른 안목과 방식으로 개념을 세운 다른 누군가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부분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체질이고, 다름의 증명이다. 체질맥진을 통하지 않고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만을 보고 체질을 알 수 있다. 정확도는 논외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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