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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사로잡힌 모성
영화 읽기 | 쓰리 빌보드
2018년 03월 16일 () 06:39:44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2017년 미국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캠페인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로인해 최근 뉴스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각종 성범죄 사건들이 오르내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법조계부터 시작되어 정치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잇달아 폭로되는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부패되어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남녀의 문제를 떠나 권력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자행되었던 폭력으로써 이번 운동을 발판삼아 앞으로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감독 : 마틴 맥도나

출연 :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범인을 잡지 못한 딸의 살인 사건에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자 엄마인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실어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가 세간의 주목을 끌며 마을의 존경 받는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헤럴슨)와 경찰관 딕슨(샘 록웰)은 무능한 경찰로 낙인찍히고, 조용한 마을의 평화를 바라는 이웃 주민들은 경찰의 편에 서서 그녀와 맞서기 시작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수상 소감에서 각 부문의 후보자로 올라온 여성들에게 모두 일어나 달라고 한 후 ‘Inclusion Rider(포함 조항)’을 외쳤다. 이는 여성, 성소수자, 유색인종, 장애인 등 그간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제작진 및 출연진에 일정 비율 포함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그동안 남성 권력 중심의 문화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일침이면서 간접적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쓰리 빌보드>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딸의 살해범을 잡지 못한 경찰에 분노를 표출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로인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분노에 찬 엄마의 아픔보다 암에 걸린 경찰서장을 더 생각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는 경찰들의 모습들은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자아내고, 오히려 엄마의 행동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은 흑인과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임을 보여주며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 등을 간접적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엄마의 모습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간 나약하고, 슬픔으로 호소하던 엄마와는 상반된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내며 변화되어야만 하는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누가 범인인지 찾는 일반적인 구성이나 복수극이 아니라 방치된 광고판의 문구로 시작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우 맛깔스럽게 표현해 내고 있기에 영화의 결말이 왠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샘 록웰의 티격태격하는 연기 대결을 만끽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많은 이야기꺼리를 선사하는 영화이기에 한 번쯤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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