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공부 - 국제모유수유상담가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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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공부 - 국제모유수유상담가 자격증
  • 승인 2018.03.1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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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김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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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CLC란?

◇ 모유수유가 개인의 건강과 공중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WHO는 공동체에서 수유를 지원하라고 권장한다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임상에 특화된 보건의료 전문가 자격이다. 주로 의사와 간호사들만 따던 자격증이었는데 몇몇 뜻 있는 한의사들이 모여 자격증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제모유수유상담가협회에서 ‘한국 한의사라니, 우리는 들어본 적 없는걸?’하면서 접수증을 반려했다. 그래서 한국의 한의사는 양의사와 동등한 교육과정을 거치고 동등한 진료의로 인정받는 국가 공인 자격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자료를 보내어 설득했다. 그 결과 국제 협회에서 의사 자격으로 인정받았고, 나 역시 원서접수 할 때 ‘의사’란에 표기했다. 이렇게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 현재의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를 구성하고 있다. 나는 처음에 자격증 강의만 들으러 갔다가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며 배울 점이 많은 학회 사람들에게 매료되어 학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2년에 임신한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출산한 뒤 실제 수유를 해보며 임상 경험(?)을 스스로 쌓은 뒤 출산 3개월경에 시험을 보았다.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 자격증의 시험이라 당연히 시험 중 모유수유 시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시험 보다가 중간에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남은 시험을 마저 보고 나오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딴 IBCLC는 획득한 보람이 있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한의대 6년 교육보다 IBCLC 공부로 얻은 내용이 더 실속 있었다.

 

■산전 모유수유 교육은 수유 성공률을 높인다

우선, 출산에 대한 기대감이나 공포감이 순산과 난산의 일부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즉, 진통에 대해 미리 걱정한 산모일수록 실제로 진통이 심했고 편안한 출산을 상상했던 산모는 실제로 진통이 적었다. 출산을 앞둔 나는 순산을 상상하려고 노력했고, 힘 주는 호흡과 힘 빼는 호흡도 미리 연습했다. 진통 중에는 불수산도 복용했다. 그 결과 무난히 순산했고 회음절개 없이 가벼운 찰과상 정도만 남았다. 출산 후 첫 끼니도 회음방석 없이 편히 앉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순산은 높은 모유수유 성공률로 이어진다.

또한 임신 때부터, 배우자도 함께 모유수유에 대해 미리 배우면 수유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 출산 시 마취제나 진통제를 투여하면 난산으로 이어져 제왕절개 위험이 올라가며 무통분만(경막외마취)으로 태어난 아기는 덜 기민하고 산소 부족을 겪을 확률이 높으며 모유수유 성공률이 떨어진다. 개입을 최소화하고 태어나자마자 (늦어도 출생 후 1시간 이내) 첫 모유수유를 시도해야 수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신생아실에 주루룩 누워 있는 아기들은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엄마와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모유수유 성공률 역시 떨어진다. 24시간 모아 동실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일선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은 편의를 핑계로 여전히 신생아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지식을 산전에 알게 되어,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고 아기를 낳자마자 첫 모유수유를 시도했으며 신생아 때는 아기와 24시간 함께 있었다. 아기와 계속 함께 있었더니, 하루 만에 우리 아기와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고 사흘쯤 되니 우는 소리로 배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구분이 가기 시작했다. 육아에 자신감이 생겼다.

 

■ 6개월간 완전모유수유, 2년 이상 모유수유 지속 권장

육아 초반에 밤낮없이 젖을 먹일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분유수유를 한다고 해도 역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잡생각을 덜 수 있었다. 밤에 우두커니 마루에 나와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IBCLC 공부 내용을 하나씩 되살릴 때마다 새롭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수유 한 번에 올리고당

수유 한 번에 알파락트알부민

수유 한 번에 락토페린

수유 한 번에 SIgA

수유 한 번에 entero mammary pathway

수유 한 번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수유 한 번에 아름다운 성분 하나씩 불러봅니다.

 

◇ WHO는 생후 6개월간 모유만 먹이는 완전모유수유를 권장한다

머리로는 모유로 전달되는 놀라운 성분들을 떠올리면서 실시간으로 아기가 젖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 배운 대로 백일쯤 되니 수유가 매우 편안해지고 아기가 누운 채 ‘셀프 수유’를 해서 나는 잠을 거의 깨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때쯤에는 밤에 깨서 물을 데워 분유를 타서 아기에게 먹이는 부모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유 구입, 물 끓이기, 젖병 세척과 소독 등의 귀찮은 작업을 전혀 할 필요가 없었고 돈도 많이 절약되었기 때문이다. 하위 10% 체중으로 작게 태어난 우리 아기는 모유만 먹고 생후 6개월에 상위 5%의 체중이 되었고 그에 비례해 나는 출산 전 체중으로 금세 돌아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 국제수유상담가협회 등은 공히 생후 2년 이상의 모유수유를 권장한다. 적어도 생후 1년까지는 꼭 모유수유를 하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정말 중요한 지침이지만 의료인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포유류와 비교하고 여러 문화권의 전통을 관찰한 결과 인간의 젖 떼는 시기는 만 2.5세에서 7세까지이다. 2년 이상 아이가 원할 때까지 수유를 지속할수록 아기의 면역, 영양, 정서, 지능 발달 및 엄마의 건강 면에서 수유의 이득은 계속 누적된다. 6개월까지는 모유만 먹이는 완전모유수유, 6개월부터 고형식(이른바 ‘이유식’)을 도입하기 시작해서 비중을 점차 늘려 돌이 되면 고형식이 주식이 되고 모유는 간식이 된다. 그 이후에도 조금씩 모유수유를 줄여 가면 시나브로 자연스럽게 이유하게 된다. 이렇게 서서히 이유하면 젖몸살(유방울혈 또는 유선염) 없이 단유할 수 있다. 내가 6개월간 완전모유수유하고 42개월에 최종적으로 이유했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오래 수유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나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주 잘 닦인 길을 좋은 경치를 감상하며 걷는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모유수유의 전체 과정에 대한 지도가 머리에 들어 있어 내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유수유에서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것을 실감했다. IBCLC는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한의사로서도 매우 유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쓰도록 하겠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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