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 족쇄를 풀어주어야 한다. 좀 제대로 해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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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 족쇄를 풀어주어야 한다. 좀 제대로 해주면 안 되겠니?
  • 승인 2018.01.19 0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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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mjmedi@http://


우려

동국대 한의대 교수

지난해 말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논의를 위한 한의정협의체 첫 회의가 열렸다. 예상대로 첫 회의답게 ‘다행이다.’, ‘중요하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기대한다.’ 등 나올 만한 수사는 다 나왔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은 거의 ‘뭐가 큰 게 나오겠어?’, ‘또 시간만 끌겠구나!’, ‘난 별 기대 안해’ 등이 가득할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의료계 및 한의계의 협회와 학회의 주요 관련자들이 모두 있다. 이분 들이 진정 국민을 위해, 국가의 미래 보건의료체계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결론을 내어 놓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을 다할지 궁금하다.

막상 당사자들은 ‘상대가 있으니 하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네가 해봐라.’ 등을 말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있는 사람의 말일까?

그런 말은 진정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말일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한의사들의 의료기기사용은 진단을 위한 기기의 사용뿐이 아니라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인으로써 진료와 치료에 이용하고자 할 때 적당한 능력과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이든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 국민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일정한 자격심사나 관리감독 및 규제 장치는 필요하다.

인류가 이룩한 생명과 과학 기술의 성과 위에 한의학이 있는 것이며, 인류가 가진 모든 자산을 이용하여 한의학을 꽃 피울 수 있다. 누가 왜 이를 가로막는가? 무슨 권리로 이를 가로막는가? 한의학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발전을 가로막으면서 한의학의 과학화나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기여를 이야기하는 것에 분함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한의학에 대한 편견과 굴레를 벗겨줄 것을 말해야하는 현실이 한심하고, 그들을 넘지 못하는 우리가 부끄럽다.

의료기기는 인류의 전리품이고,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능력을 평가하여 자격기준을 갖추었다면 허용하고 장려해야한다. 그래야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겠는가?

한국에서 한의학이나 전통의학을 발전시킬 전문가가 누구인가? 과거에 그리고 현재 의사와 의학자들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한의사와 한의학도에게 이 분야를 발전시킬 도구와 기술을 내어주어야 이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미 이 도구와 기술을 이용하여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를 거부해야 하겠는가? 부족하다면 기준을 제시하고 더 잘하도록 권장해야하지 않겠는가?

 

변화해야한다.

그러나 한의계는 이미 갖추어졌다고 자만하지 말고 더 준비해야한다.

기초한의학은 변화해야한다. 교육부터 변화해야 한다. 전 세계의 과학의 발전과 결과물을 이용하지 않고 나의 철학과 나의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할 것인가? 자동차의 동력전달에도 철학적 원리가 있다고 할 것인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과학과 기술이 있었으며, 이를 기존 철학이나 인문학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지금 왜 그래야 하는가?

 

기대

한의협 새 집행부는 한약(첩약)건강보험 급여확대, 의료기기 입법과 사용 운동 동시 추진, 천연물의약품 사용권 확보 및 보험등재, 제제한정 의약분업, 중국식 이원적 일원화 추진을 약속했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한의사는 원래 의사다. 질병 예방과 관리, 치료의 최고 전문가다. 지금의 정책과 제도는 우리에게 필요치 않은 굴레와 사슬을 덧씌워놓고 있다. 한의사가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방해만 없으면 된다. 진단을 위해 필요하다면 진단기기를 써야한다.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면 금전적 부담 없이 첩약과 천연물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원래 한의사에게 주어진 본래적 자유를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한의사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또 속는 셈치고 기대를 가져본다.

하는 수 없이, 하지만 진심으로 한 세기 전에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반세기동안 되찾기 위해 싸워왔던 노력의 결과물이 나왔으면 한다.

이제는 한의학과 한의사의 족쇄를 풀어주어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은 역사의 도도함을 거스를 수 없다. 이번에도 막아선다면 격류와 풍랑이 아니라 혁명을 맛볼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에서 의학과 한의학의 발전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최선을 말하려면 스스로 의학과 한의학 모두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시해야한다. 그래야 한의사를 포함한 온전한 우리 의학의 주인이라 말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에서는 중국이나 미국에서 발전된 중의학과 전통의학을 수입하면 된다는 것인가? 스스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인가? 한국에서 한의사들의 손과 발을 묶어 놓고 무엇을 누리겠다는 것인가?

가로 막는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하니라 올바름을 쟁취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싸움은 포기하지 않는다면 패배하지 않은 싸움이다.

진실과 정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힘들다고 그만두거나 어렵다고 포기하는 투쟁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싸움은 진리와 정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다 못가면 잠시 쉬어갈 것이고, 혼자 못가면 함께 갈 것이고, 내가 다 못가면 다음 사람이 이어갈 싸움이기 때문이다.

한의계가 어렵다고 한다.

구조적인 문제는 그 안에서 속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상황을 바꾸기가 어렵다.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 및 산업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성실하게 진료하는 대부분의 한의사는 나라를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는 현실의 삶이 너무도 고단하다.

그런 일은 대표들이 좀 제대로 해주면 안 되겠니?

 

한창호 / 동국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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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완 2018-01-19 17:42:46
처음 국제 질병분류 상병 코드를 사용하게 했을 때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할 일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는 그 당시 한교수님이 한방상병코드와 국제 질병 코드에 관여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 때 이런 의견을 잠시 말씀드렸는데 기억을 못하시겠죠... 지금이라도 그 동안 건강 보험에 사용된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상병 코드를 분석해서 공통되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사용 주장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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