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807> - 『家政』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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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807> - 『家政』⓶
  • 승인 2018.01.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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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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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의 효용성과 익히기 어려움

『家政』, 즉 집안을 꾸려 나가는 일은 한 가족을 이끄는 일이자 지역사회나 국가경영으로 확장해 나가는 기본 단위였기에 조선의 선비들은 修身齊家를 기본 책무로 여겨왔다. 이 책에서 주요 항목가운데 다루어진 의약 관련 내용을 발췌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 『가정』

먼저 養口體를 살펴보면, 주로 부모를 봉양하는 도리를 말하고 있는데, 적절한 衣食을 충족시키는 일이 자식 된 이의 당연한 도리라는 전제 아래, 정갈하고 부드럽고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거든 비록 거친 현미밥과 나물 반찬이라 할지라도 모름지기 먼저 맛을 보아 간(鹹淡)을 적당히 맞추고 익히고 삶는 것을 적절하게 하여야 하니, 대략 노인은 胃氣가 허약하여 음식을 삭이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잘 익혀서 뜨겁고 연하게 해야 하고 생랭하거나 기름진 것, 씹기에 단단하거나 껍질이 딱딱하여 소화하기 어려운 것을 상에 올려서는 안 된다. 혹 외출했다가 맛좋은 반찬을 얻었거든 반드시 돌아와 부모에게 드려야 한다고 하였다.

侍疾病에서는 부모에게 병이 생겼거든 다른 일을 제쳐두고 어버이 곁을 떠나지 말라 하였으며, 調攝에 주의를 기울이고 병이 생긴 이유를 가려 먼저 음식물이나 茶飮을 써서 치료해 보고 부득이한 경우에야, 비로소 훌륭한 의원을 모셔 약을 쓰되, 함부로 攻伐하는 약을 쓰지 말라고 하였다. 또 약을 달이는 것이나 죽이나 음료를 올릴 때에도 처자나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말고 더러워진 이불도 깨끗하게 빨아야 함을 당부하여 위생을 강조하였다.

力農業 조목을 보면 대개 한 해의 所出에서 조세와 종자용을 제하고 나서 나머지 10푼 가운데 3푼을 남겨 가뭄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다 하였으니 실소득의 30%가 보험료나 예비비인 셈이다. 또 6푼을 12월로 나누어 家用에 공급하고 1달분을 30으로 나누면 하루분이 된다. 대개 조금 남기는 것이 좋고 모두 다 써버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7푼 정도면 적당하고 5푼을 남겨 너무 인색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나머지는 따로 장부를 두고 관리하되 갖옷을 장만하거나 울타리나 지붕을 수리하거나 의약, 손님접대나 조문, 병문안을 할 때, 비용으로 충당한다고 했으니 대개 의료비나 약값으로는 그다지 많은 비용을 책정하진 않고 있다.

 

‘醫’ 곧, 의약은 자신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남에게 베풀 수 있기에 가장 익힐 만한 기술(醫者, 益己利人, 最是可習之術.)이라고 말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위로 천문을 알아야 하고 아래로는 지리, 중간으로 人事를 알아야 하며 또한 초목, 금수, 충어의 이름과 형상, 性味를 익힌 뒤에라야 바야흐로 의학을 공부할 수 있으니 하나라도 깨치지 못한 채, 감히 의원이라 불리게 된다면 진실로 보살 같은 자비심으로 어린애의 손에 칼을 들리는 것과 같으니 재앙이 후손에게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保軀命에서는 사람의 목숨이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는데, 천하의 어떤 보물도 내 한 몸보다 더 귀중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죽고 사는 것이 하늘에 달려있다 하면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위험한 곳에 머무르면서 困厄을 자초하는 것은 곧 天命을 거스르는 것이니 어찌 운명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 라고하며 질책하였다.

예컨대, 사나운 소나 말에게 차이는 일을 비롯하여 가축이라도 곧잘 사람을 무는 짐승을 피하고 깊은 연못이나 살얼음판을 걷지 말며, 높은 곳이나 기울어진 지붕아래 눕지 말라고 하였다. 또 비온 뒤의 古城의 돌담 아래를 걷는다거나, 해진 뒤에 강을 건너는 일을 삼가고 특히, 호랑이나 늑대가 사는 동굴, 돌림병에 걸린 집안(疫癘之家)에 들어가는 일을 자청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이밖에도 갖가지 피해야 할 일이나 삼가고 조심해야 할 일을 일일이 열거해 두었는데, 이것들이 모두 화를 부르고 사람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하면서 그 해독이 佳姬美酒보다 극심하다고 역설하였다. 한낱 경고에서 머무르지 않고 일일이 예시를 두어 설명한 것을 읽다보면 당시의 시대상과 질병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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