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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의료인들과 친분 다지며 통합의학 임상 연구하고 있어요”
MSKCC에 근무하는 윤형준 한의사
2018년 01월 18일 () 08:53:59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MD자격 위해 두 달 간 발품…‘미스터 윤’에서 ‘닥터 윤’으로 불렸을 때 성취감

세계시장 위해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근거자료 만드는 것 현실가능성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 2015년 8월 경 “의학논문을 잘 쓰는 게 앞으로 한의학 치료법에 대해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으로 떠난 윤형준 한의사(32)<본지 1001호 8면>. 그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뉴욕의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근무 중이다. 그의 근황을 들어보았다.

 

▶2015년 8월경 미국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으로 떠났다.

경상북도 김천에서 공중보건의 3년을 마치고,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의 MPH (Master of Public Health, 공중보건학 석사) 과정으로 진학했다.

   
 

첫 학기는 Biostatistics와 Epidemiology 위주로 수업을 들었고, 그 다음 학기부터 Healthcare Entrepreneur나 Quality Improvement 등 전공 (health management)관련 수업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수업은 세계적인 석학 Edward Giovannucci 교수님의 Cancer Epidemiology 수업이었다. 겨울방학에는 운 좋게도 Harvard-Brazil Collaboration Course에 참가자로 선정돼 브라질의 Fortaleza에서 한 달간 머물며 보건소와 지역 병원들을 참관하고 지역 공중보건의 문제를 파악해 주지사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HIV/AIDs 그룹에 포함돼 브라질 의료인 10명과 함께 HIV/AIDs 환자·의료진들과 만나며 HIV rapid test의 활용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했다.

브라질로 떠나기 전인 2015년 11월, 뉴욕에 있는 한의사인 박지혁 원장님의 추천으로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주최한 국제 통합 종양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에 우연히 참가하게 됐다. 일전에 침 연구자 학회(Society for Acupuncture Research, SAR)에 참가했을 때에는 기초과학적인 연구결과들만 발표하는 것 같아 흥미가 떨어져 있었는데, SIO에서는 암환자의 증상완화에 미치는 통합의학의 임상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어 학회 내내 정말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회 참가 후, 그 곳에서 만난 통합의학 분야 저명인사들에게 ‘제게 귀하의 병원에서 전공 현장실습을 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이메일을 돌렸다. 수많은 병원에서 거절을 당하거나 응답 자체를 받지 못하였는데, 뉴욕의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MSKCC)의 통합의학 센터장이신 준마오 선생께서 답을 줬다. 준마오 센터장님은 MSKCC로 오시기 전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에 교수님으로 계시던 분으로 SIO의 회장이시기도 하다.

준마오 선생께 “제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에서 통합의학이라는 이름 아래 시행되는 치료법들이 무엇이 있는지, 어떠한 환자들에게 어떠한 치료법들이 적용되는지 파악하여 한국으로 그 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이다. 제가 진행하고자 하는 project는 Hospital Quality Improvement Technique 중 Patient Shadow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하여, 환자가 병원 로비에 들어서 접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든 치료를 다 받고 병원 문을 나가는 순간까지 제가 직접 shadowing 하며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는 어떤 암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알게 되고, 병원 입장에서는 어느 단계에서 병목현상 혹은 환자 불만이 생기는지 알게 되니 저와 병원 모두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씀 드리자 “네가 ‘미국에서 시행되는 통합 의학 치료법’을 알고자 한다면 우리 병원만 봐서 되겠느냐. 네가 제안한 shadowing은 네가 졸업하고 다시 찾아오면 그때 진료참관(physician shadowing)을 시켜주겠다. 대신 우리 팀(팬실베니아 의과대학)이 2009년도에 출판한 논문 (Brauer et al.,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and supportive care at leading cancer centers: a systematic review of websites, J Altern Complement MED, 2010)의 2016년판 업데이트 논문을 써라. 그 것이 네가 미국 내 선도 암병원들의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고, 또한 미국 내 통합의학이 7년 새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한 논문이 나오면 세계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1년간 격주 금요일마다 보스턴 뉴욕을 오가며 데이터 수집과 분석지도를 받으며 논문을 마무리 지었고, 미국 내 유명 암센터 내에서 침치료가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 지난 2017년 11월 미국 국립 암 연구소 저널인 JNCI (Journal of National Cancer Institute) monographs에 출판했다.

졸업 후 닥터마오는 약속대로 내게 6주간의 MSKCC 진료참관 기회를 줬다. 참관 중 닥터마오께서 ‘네 일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본인 밑에서 포닥으로 근무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셨고, 저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답변 드렸다. 그렇게, 보스턴 생활을 마치고 뉴욕 맨하탄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한의학적 치료 방법을 논문으로 증명하는 법을 연구하기 위해 떠났었는데 현재 근황이 궁금하다.

졸업 후 정식으로 MSKCC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 두 달간은 워싱턴 D.C.에 머물며 미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Cancer Prevention Fellowship Course에 2016년도 유일한 한국인 의사로 참여했다. 보스턴에 있을 때 지원해 둔 것이 좋은 결과가 나와 전액 무료로 종양 각 분야에서 저명한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는 또한 세계 각국에서 선정된 의료인들과 친분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미국 포함 총 20개 나라에서 선정된 의료인들이 코스에 참여했는데, 매일 한 나라씩 돌아가며 각 나라의 암 역학과 의료 시스템의 특성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코스에 선정된 유일한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해 발표하게 됐고, 한국의 한의학에 대해 세계 각 국의 의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 후 MSKCC의 Integrative Medicine Department의 Postdoctoral Scholar로 근무하면서 통합의학 임상연구 뿐 아니라 Operational Data Management에도 관여하며 닥터마오를 돕고 있다. 현재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2017년 사이 통합의학을 이용한 소아암 (pediatric cancer) 환자들의 인종/성별/발달 상태 별 치료법 선호도와 재진율 차이’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또한 국제 통합 종양학회 (SIO)의 실무진으로 활동하며 2016년도에는 ‘새로운 연구자 장학생’으로, 2017년도에는 이달의 회원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SIO Member of the Month 페이지 링크: https:// integrativeonc.org/news/sio-news/226-hyeongjun-yun-md-dkm-mph-sio-member-of-the-month-august-2017)

2017년도에는 보건산업진흥원의 미주 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연구보고서에도 참여했다.

 

▶어려웠던 점과 보람됐던 점을 말해 달라.

한의사의 의사 자격 문제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의사의 MD 인정은 결코 불가능 한 것이 아니지만, 매번 개인이 기관과 부딪혀 뚫어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지난 2016년 3월 MSKCC 참관인 자격을 확정 받는데 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가장 큰 이유는 MD자격 인증이었다. MD라는 용어를 쓰는 자격에 대한 검증을 하는 과정이었는데, 한국의 bachelor of medicine degree(의학학사)가 미국의 doctor of medicine degree와 동등한 학위이며 한국에서는 MD를 medical doctor의 줄임말로 쓸 뿐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Educational Commission for Foreign Medical Graduates(ECFMG)의 2008년도 booklet을 참고자료로 제출하고, 한국의 한의사는 대한민국 의료법상 Medical Doctor와 동등한 자격의 의료인이라는 대한민국 의료법 제1장 2조의 영문 법령을 동봉했다.

두 달 간 ‘미스터 윤’ 추가자료 제출하라고 연락하던 MSK Education Office로부터 ‘닥터 윤’의 참관을 환영한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하버드 합격 편지를 받았을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끊임없이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MSK의 Education Office에 질려 그냥 참관 따위 포기할까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선례를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억울한 감정을 여러 번 참아냈다.

처음 미국에 대학원을 지원할 당시 하버드와 존스홉킨스에는 한의사 선배님들이 계셔서 내가 MD 자격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선례가 없는 콜롬비아 유니버시티에서는 한의사의 MD 자격에 대한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그 당시 허술한 내 자료들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 때 선례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이번 MSK에서의 닥터 자격 인증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미국의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에서 참관을 하고자 하는 한의사 선생님이 계시다면 MSKCC에서 MD (DKM)을 MD로 인정한 것을 선례로 제시하시면 분명 도움이 되실 거라고 믿는다.

한의대를 WDMS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한국 한의사의 해외진출을 위한 첫 걸음이다.

 

▶그곳에서 외국인들이 한의학을 받아들이는 시각은 어떤가.

침과 한약은 한국보다 국제 사회에서 더욱 편견 없이 임상과 연구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침은 이미 국제화, 표준화가 진행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통합의학과 보건의료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브라질에 있을 때 브라질 수구 국가대표 팀닥터와 만나게 됐는데, 그분이 말하기를 “브라질은 국가대표 팀닥터가 되는 것이 의사로서 가장 큰 명예이고, 팀닥터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에 가서 침술을 배워오는 의사들도 있다. 요즘은 그 수요에 부합해, 중국 중의사들을 고용해 와서 브라질 의대 내에서 침술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들도 있다”고 했다.

내가 근무하는 MSKCC에 가끔 광안문 병원이나 상해 중약대학 중의사들이 연구 협력을 위해 방문하면, 미국 3대 암센터 중 하나라는 콧대 높은 MSKCC도 그 중국 의사들을 극진히 대접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 한의사로서 아쉽고 부러운 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떠나기 전보다는 시야가 많이 넓어졌을 텐데, 한의학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제언을 한다면.

미국에서 한의학이라는 것은 없다.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보건복지부나 보건산업진흥원에서 노력을 해주시는 부분이 많은 것은 알고 있으나, 한국 한의학이라는 개념 자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중의학처럼 절대적인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의학’이라는 문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수출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특정 환자 군에 적용될 수 있는 처방 A, B, C 등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에비던스를 만들어 홍보/수출 하는 것이 더욱 현실가능성이 있고 파급력이 세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의학의 세계화보다 세계 속의 통합 의학을 따라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감히 제언하고 싶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한의대를 국제 의학 교육기관 목록 (WDMS)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한의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첫 걸음이자 가장 큰 도약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만큼 개인적으로 이루었다고 생각되는 것도 많고, 좁았던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인터뷰가 나보다 더 큰 꿈을 그리시는 한의사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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