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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식물원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⑥
2018년 01월 05일 () 07:19:59 박종철 mjmedi@mjmedi.com

유럽의 발칸 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지금은 지구에서 사라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1991년에 독립한 국가다. 수도인 자그레브는 중앙역 광장에서 트램(노면전차)으로 시내 전 지역과 잘 연결되어 있다.

   
 

1889년에 개원한 자그레브 식물원은 자그레브대학 자연과학부의 소속이며 면적은 5헥타르, 식물은 10,000여종을 재배하고 있다. 식물원은 수목원, 고산정원, 서유럽 고산암석정원, 지중해 수목원, 지중해 고산정원, 꽃정원, 온실 등 53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시관도 운영 중이다. 식물원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아 이곳 저곳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사진 찍기에 적당하다. 필자는 이 식물원을 두 번 찾아가 여유있게 식물을 관찰했다.

식물원 입구를 들어서서 오른편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꽃을 괴화 그리고 잘 익은 열매를 괴각으로 부르는 약용식물인 회화나무가 우뚝 서 있다. 당시 이 나무에는 하얀 꽃들이 엄청나게 많이 매달려 있었다. 키가 높은 회화나무에서 이렇게 가까이 꽃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수십 장의 사진으로 기록해 뒀다. 인근 온실 안의 연못에는 크루지아나빅토리아수련이 10여 그루 떠 있다. 잎사귀 직경이 1m가 넘는 대형 수련을 바로 앞에서 관찰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 수련은 아르헨티나, 파라구아이가 원산지다.

아티초크는 간염, 지방간에 활용할 수 있으며 제주도, 전남지역에서도 재배 중이다. 이와 유사한 식물이 카둔인데 여기서 꽃이 핀 카둔을 본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으로 이곳에서 오랫동안 즐겨 먹고 있는 식용식물이다. 잎자루를 익히면 아티초크와 비슷한 향이 나며 구워 먹거나 수프를 만드는데도 활용한다.

길초근으로 사용하고 쥐오줌풀과 비슷한 유럽쥐오줌풀이 재배 중이고 익모초와 비슷한 식물인 세엽(細葉)익모초도 기르고 있다. 회곽향(茴藿香)으로 불리는 아니스히솝, 향신료이자 약용식물인 타임, 한약으로 쓰는 회향이 자라고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잘 자라는 공꽃(경엽남자두, 硬葉藍刺頭)도 보인다. 향기로우면서 약간 쓴 맛이 있어 샐러드, 소스, 수프에 사용하는 세이지가 있다. 세이지와 같은 속(屬)의 식물 11종이 근처에 자라고 있어 식물 공부하기에 유익하다. 타라곤, 겨울세이버리, 쓴쑥(웜우드), 차이브, 세르필룸백리향,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레몬밤, 커민, 한련, 마리골드(금잔화) 등의 향신료도 이 식물원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

   
 

이 식물원에서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끄는 식물은 암미이다. 이 식물에서 혈관확장작용이 있는 켈린 성분을 분리하여 의약품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분리한 켈린을 선도 화합물로 이용하여 에플록세이트라는 새로운 합성 혈관확장약을 개발했다. 암미는 이집트에서 신장 결석을 제거하고 항경련제로 사용했던 약용식물이다.

유럽 식물원에서 안내 책자를 보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이곳은 판매하고 있다. 영어와 크로아티아로 된 책자를 모두 구입하고서 자세히 보니 아위(阿魏)라는 식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위는 줄기를 자른 부위에서 나온 분비물을 약용하는 동의보감에도 소개되어 있는 수지 한약이다.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이 식물이 있기에 깜짝 놀라 안내소, 전시관, 경내에서 일하던 직원들 그리고 휴일이라 숙소에서 쉬고 있던 직원까지 일일이 만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지만 지금은 식물이 없다는 것이다. 잠시 아위를 찍을 수 있다는 들뜨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낯선 동양인이 두 번이나 방문하여 쭈구려 앉아 사진 찍는 모습이 눈에 익었는지 식물에 물 뿌리던 직원들이 필자에게 다가와 같이 사진 찍자고 제안한다. 이곳은 적당한 규모에 초본류 식물뿐 아니라 목본 식물도 잘 관리하고 있는 훌륭한 식물원이다. 여기서 232종의 식물, 11.8기가바이트 용량의 사진을 확보했다. 식물원은 자그레브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한 정거장 또는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영어 홈페이지 주소는 http://hirc.botanic.hr/vrt/english/start.htm이다.

 

박종철 /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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