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2018년]“한의사로서 사는 재미 늘릴 수 있는 한 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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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2018년]“한의사로서 사는 재미 늘릴 수 있는 한 해 되길”
  • 승인 2018.01.0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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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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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 푸른산한의원 원장-한의정보협동조합 이사장

한의사로서 살아가는 재미를 두 가지로 늘려보면 어떨까요? 한 가지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본업에 대한 깊이를 더해가는 재미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는 새로운 일을 추진하면서 그 일이 본업과 맞물려 빚어내는 화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피로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괴로움만 애써 잊는다면 한의로서의 삶의 너비를 확장해 가는 보람도 클 것입니다. 지난 2년간을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오늘은 개원의로서, 그리고 한의정보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서 2018년 한의계에 일어났으면 바라는 일들을 글로써 그려봅니다.

2018년 개원가는 여러 변화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피부에 따뜻하게 와 닿는 것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법안 상정, 65세 이상 한약 건강의료보험 적용법안 발의, 추나요법 급여화,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인상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한편 매섭게 와닿는 것들로 16.4% 인상된 최저임금, 그리고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경쟁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개원가의 차가운 공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한의사 분들이 많으리라.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조금 더 긴 호흡으로 2018년을 전망해봅니다.

민족의학으로써 2천년을 국민과 함께해 온 한의학이 의료보험제도와 맞물리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청주시와 청원군에서 시행된 한방의료보험 시범사업부터입니다. 이후 1987년에 한방의료보험이 전국에 확대 적용되면서 한방보험의료행위의 저변이 확대됐습니다. 1984년 이전의 한의원은 주로 한약처방 위주의 모델이었는데, 침구요법이 제도권 내 한방의료행위로 인정받게 되면서 현재의 한의원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침과 비급여 한약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가장 보편적인 한의원 모델도 변화할 필요가 생겨났습니다. 단언컨대 2018년은 그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의료기기 사용, 첩약의보 시행, 추나급여화, 노인정액제 등 이 모든 것들이 다음 세대의 한의원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개원의로서 바라는 2018년 한의원의 모습부터 상상해봅니다.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3대 무기인 침, 뜸, 한약에 더해서 여러 제형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보험한약, 급여화된 추나요법, 물리요법 등을 고루 사용하면서 매일매일 환자를 치료합니다. 생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하나는 경제적 수익,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직업적 보람입니다. 드디어 한의사도 적절한 수가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인해 한약이 필요한 많은 분들께서 조금 더 부담 없이 한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교정치료가 필요한 분들 역시 보험적용 된 추나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노인정액제가 상향조정된 덕에 조금은 수가에 얽매이지 않고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 필요한 적정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가 개선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인상된 최저임금 분으로 전환되면서 직원들의 삶의 질 역시 향상됐습니다. 이는 의료서비스 품질의 향상과도 관련된 부분입니다. 직원들의 미소는 환자들에겐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에 한의원은 조금 더 발전된 치료 공간으로 거듭납니다. 의료기기를 통해서 조금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한의사로서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것, 환자의 부담을 줄이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 한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굉장히 보람찬 일입니다.

다음으로는 한의정보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서의 바람을 적어봅니다. 2016년 가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 한의계의 새로운 바람’이라는 가치 아래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래 꾸준히 강연을 개최하고 잡지를 발행해왔습니다.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협동조합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은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확장된 외연에 내실을 채워나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2018 역시 우리 손으로 만드는 한의계의 새로운 바람, 한의정보협동조합이 우리 모두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길 꿈꿉니다.

이미 변화가 확정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한의학매거진 On Board의 가독성을 높이면서 잡지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2017년 말부터는 전문 교열가를 고용했습니다. 변변한 고료 한 번 못 드리고, 필진위촉패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On Board 필진들에게도 2018년부터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1300명 이상의 한의사 동료들이 한의정보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돌아오는 2월에는 On Board 5호가 Honey one이라는 콘셉트와 함께 한의원 다빈도 질환 설명 자료를 위주로 채워져 조합원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한의학 콘서트 역시 계속됩니다. 3월 4일 예정인 한의학콘서트 시즌 9에서는 ‘팔꿈치, 손목 그리고 손’을 주제로 시즌 5. ‘No shoulder’의 강사진들이 다시 뭉치게 됩니다. 진료에 도움이 되는 실전적인 강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외에도 새롭게 기획 중인 일들이 많습니다. 2018년 초에는 한의학연구원 임상연구부와 협력하여 조합원들 중 패널을 모집하고, 만성염증성질환에 대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철인 28호 장학기금 주최로 전국 한의과대학에 계신 연구자들과 로컬 한의사, 그리고 한의대생이 서로를 알아나갈 수 있는 대규모 워크숍을 기획중입니다.

조합원들의 열정을 모아 다빈도 질환에 대한 진료매뉴얼을 자료와 동영상으로 만들어가는 진료매뉴얼 T/F팀 역시 발동 준비 중입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칼럼, 저서를 쓰려고 해도, 적절한 한의학 관련 이미지가 없어서 아쉬운 때가 많으셨을 것입니다. 이젠 협동조합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접 고용하여 조합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한의학 관련 이미지 뱅크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조합원이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저작권 문제없이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이라도 잠시 희망을 맛보았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소망들 중 일부는 정말로 실현될 것이고, 어떤 것들은 실현되지 못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녁에 맞추고자 노력하는 의지만 있다면 과녁으로부터 멀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힘든 시절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힘찬 새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정다운 / 푸른산한의원 원장-한의정보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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