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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804> - 『肘後方』⓶
희귀본 救急의서와 鄕藥정신
2017년 12월 30일 () 07:52:14 안상우 mjmedi@mjmedi.com

지난 호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肘後方』은 대략 3~4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이후, 『肘後救卒方』,『肘後救急方』,『肘後急要方』,『肘後要急方』,『葛仙翁肘後備急方』등과 같이 여러 가지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를 통칭하여 『주후방』으로 약칭한다. 그 후 梁나라 陶弘景의 손을 거쳐 문헌이 정리되면서, 佛敎의학에서 말하는 四大 101병설의 영향을 받아들여 『補闕肘後百一方』으로 서명이 고쳐지고 상, 중, 하 3권으로 개편되었다. 하지만 갈홍의 원작과 도홍경의 3권본은 내용이 서로 혼잡하게 섞여있었고 읽는 사람이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 『주후방』

이에 1144년 金의 楊用道가 송대 관찬본초서의 대표격인『經史證類本草』에 딸려 있는 附方에서 잔존한 문장을 찾아내어 이 책에 덧붙이면서 모두 511방이 증가되었고 『廣肘後備急方』이라는 서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판본이 바로 오늘날 널리 통용되는 8권본의 본류가 되는 것이며, 그 이전의 판본들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원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략 도홍경본의 상권은 현존본의 제1~4권에 편재된 것으로 여겨지며, ‘內疾’이라는 주제 안에 中惡, 심복통, 곽란, 상한, 온병, 瘴氣, 학질, 전광, 중풍, 해수, 腫滿, 식적, 구토, 황달, 허손 등에 대한 치료 처방이 열거되어 있다. 중권은 현존본 제5~6권에 해당하며, ‘外發’이라는 주제 아래 옹저, 단독, 疥癬, 나력, 疝氣, 두면, 오관과 질환 등에 대한 치료법을 골고루 수록해 놓았다고 한다.

또 하권은 현존본의 7~8권에 해당하는데, ‘他犯’이라는 주제 아래, 治虎爪, 犬咬를 비롯하여 지네, 거미, 벌, 전갈에게 물린 상처, 蠱毒이나 風虱毒에 대한 처치법을 기록하였다. 뿐만 아니라, 藥毒(약물중독)이나, 음식으로 인한 중독(食物中毒) 등 다양한 질병의 응급증상, 그리고 우마 六畜의 질병과 疫癘 등 전염성 질환에 대한 처치법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전서의 내용은 구급 질환과 전염성 질환으로부터 내과, 외과, 부인과, 오관과, 정신과, 골상과 등 각과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망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여기에 수록된 처방이 대부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易得之物)’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곧, 뜸 치료법을 비롯하여 추나, 부항(角法), 㗜鼻, 燻蒸, 熨法 등과 같이 민간에서 통속적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문헌학자들은 이 책『주후방』의 가장 큰 特長으로 ‘쓰기에 간편하고(便), 비용이 경제적이며(廉), 오랜 경험에 익숙함(驗)’, 이 3가지를 들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오랜 세월 대중들로부터 아낌을 받아왔고 널리 보급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러한 특징들은 여말선초 우리 향약의서들이 내세우는 필요성과도 일맥상통하며, 근본 취지에 부합되는 면모로서 향약의학사에 있어서도 참고가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필자가 수년 전 북경의 중의과학연구원과 중의약대학의 초청으로 조선의 고문헌 연구현황에 대해 강연하러 방문했을 때, 중국의 원로 문헌학자로부터 『주후방』을 비롯한 오래 전에 잃어버린 중국의 고대 의학문헌이 한국에 전해지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이유인즉, 한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고 나아가 삼국시대에서 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중원에서 이미 오래 전에 없어진 절세의 희귀문헌이 보존되었던 적이 많으니 잘 찾아보기 바란다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땅에 전존하는 중국의 고대 의학문헌을 수집, 조사하는 것이 필자의 연구목표나 주 관심사에서 그다지 우선순위가 높은 주제가 아닌지라 괄목할 성과 없이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우리 의학사와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두고두고 수집 조사가 필요한 연구주제임에 분명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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