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과연 惠庵의 遺稿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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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과연 惠庵의 遺稿인가?
  • 승인 2017.12.3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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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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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황도연 ⑧-2

Ⅰ. 서론

평소 〈方藥合編〉을 보면서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의문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證脈方藥合編〉의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를 누가 삽입한 것인가? 또한 왜 넣었나? 하는 것이다. 〈方藥合編 全載醫方活套〉는 黃泌秀의 方藥合編源因으로 추정하여 보아 惠庵의 遺稿가 분명하지만 〈證脈方藥合編〉의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과연 惠庵의 遺稿인가? 만일 遺稿라고 한다면 惠庵은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를 왜 남겼을까?

지금까지 한의학계에서는 아무도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필자도 黃泌秀의 方藥合編源因을 면밀히 살펴보기 이전에는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 또한 당연히 惠庵이 사망하기 전에 완성했던 것이거나 惠庵의 遺志로서 惠庵의 평소 생각을 제자들이 편찬한 것으로 여기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 惠庵의 〈方藥合編〉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평소 이 의문점에 대해 해결을 위해 3인의 저자들이 연구와 토론을 거쳐 조그마한 답을 얻은 바 있어 이를 한의사 제현께 밝히고자 한다.

 

Ⅱ. 본론

1.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醫學入門〉 축약

〈證脈方藥合編〉은 〈重訂方藥合編〉에 비하여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가 추가된 판본으로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진단 관련 부분으로 脈法과 症治를 첨가한 것이다. 雜病提綱과 脈法의 경우, 〈醫學入門〉에서 요약한 것으로 〈方藥合編〉 이전의 惠庵의 著書 〈醫宗損益〉과 비교하면 유사성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2.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의 오류

心腹痛 부분에서 오류가 여럿 보이는데 “其類有九” 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醫學入門〉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또한 “細是福”과 “細遲從吉”은 유사한 내용이지만, “浮大弦長 命不可復”를 “浮大延久”로 잘못 옮기는 바람에 〈醫學入門〉과 정반대의 뜻이 되어버렸다(그림 1). 이는 단지 〈醫學入門〉을 요약하는 과정 중에 발생한 사소한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오류인 것이다. 따라서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 중 이러한 오류는 〈醫宗損益〉으로부터 내려온 惠庵의 학풍으로 보아 遺稿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느 학자도 이 점을 드러내어 비판하지 않았던 것이다.

 

3. 〈對譯證脈方藥合編〉

1977년 남산당에서 펴낸 〈對譯證脈方藥合編〉에서는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가 “〈醫學入門〉에서 要略한 것”이라고는 하였으나 이것이 과연 惠庵의 遺稿인가에 대해서는 一考의 의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림 2).

 

4. 가설① 제자 중 渼隱의 저작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에는 “受業渼隱生謹識”이라 적혀 있다. 따라서 문장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渼隱이 원저자라고 할 수 있다.

 

5. 가설② 제자 중 酉齋의 저작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의 글을 보면 마치 渼隱이 證脈 부분을 新增한 원저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酉齋라는 印文이 〈證脈方藥合編〉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고,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의 제목에 “酉齋”가 명시된 점으로 미루어 證脈 부분을 新增한 원저자는 酉齋가 渼隱의 이름을 빌어 “渼隱生謹識”이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처럼 다른 저자의 이름을 빌어 출판한 대표적인 책으로 〈增補單方新編〉과 〈丁茶山小兒科秘方〉이 있다(그림 3). 〈增補單方新編〉은 大正2년(1913년)에 지송욱이 신구서림에서 책을 낼 때 원저자를 조선후기의 茶山 丁若鏞과 숙종 때의 舟村 申曼의 공저로 해놓았고, 〈丁茶山小兒科秘方〉은 崔奎憲의 저서인 小兒醫方을 출판하면서 저자의 출생 이전에 생몰한 茶山 丁若鏞이 감수하였다고 해놓았다. 위 두 책은 모두 茶山 丁若鏞의 이름을 상업적 목적으로 假借하여 출판한 것들이다.

 

6. 가설③ 제자가 아닌 제 3자의 저작

위에서 지적한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의 心腹痛 부분의 심각한 오류는 惠庵의 遺稿로 보기 어렵거니와 惠庵의 제자들의 저술로 보기에도 수긍하기가 어려운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만일 酉齋 또한 惠庵의 제자라면 스승인 惠庵의 〈醫宗損益〉을 요약하지 않고 왜 〈醫學入門〉에서 요약 발췌하였을까? 따라서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의 원저자는 惠庵의 제자가 아닌 제 3의 인물로 추정할 수도 있다.

이 識者는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 부분을 추가하여 〈重訂方藥合編〉의 부족한 부분인 〈醫學入門〉의 證脈을 추가하여 나름대로 〈重訂方藥合編〉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자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7.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의 상업적 목적

〈證脈方藥合編〉은 앞선 〈方藥合編 全載醫方活套〉, 〈重訂方藥合編〉과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이 다르지 않은데 위의 두 책들이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안에 〈醫學入門〉에서 證脈을 일부분 발췌하여 證脈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서 판매를 한 것이다. 이렇게 한 연유는 美洞계열의 〈重訂方藥合編〉에 대응하여 상업적인 목적으로 冶洞계열의 〈證脈方藥合編〉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며 어찌되었든 〈證脈方藥合編〉은 추가된 내용으로써 時流에 따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Ⅲ. 고찰

광무11년(1907년) 1월1일 『萬歲報』 제156호 제3면에는 三韓二十四傑中第一等人高句麗大臣乙支文德像이란 題下로 을지문덕 장군의 약사를 기술하고, 7단 끝에 장군을 찬양한 酉齋 金游淳의 漢詩가 실려 있다. 金游淳은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와 같은 號를 사용하지만 동일인물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證脈方藥合編〉의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진단 관련 부분을 추가한 것으로 이것 모두 〈醫學入門〉에서 발췌한 것이며, 〈醫宗損益〉과 비교해 보면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 〈醫宗損益〉은 다른 의서들과 더불어 다만 〈醫學入門〉의 처방을 가지고 왔을 뿐이며 세부적인 설명에서는 주로 〈東醫寶鑑〉이나 〈景岳全書〉, 〈濟衆新編〉을 주로 인용하고 있다.

〈醫宗損益〉 凡例에서 惠庵은 “濟衆脈症治三條, 率取諸書緊語合而成文. 故雖無諸書區別, 亦可臨症施治, 則纂輯之功, 豈其少哉(〈濟衆新編〉의 脈·症·治 세 조목은 모두 여러 의서의 핵심적인 말을 모아 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인용한 여러 서적을 구분하지 않았어도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서술했으니, 편집의 공로가 어찌 작겠는가? 그림 4)”라고 적고 있는데, 이를 미루어 보아 惠庵은 〈濟衆新編〉을 상당히 중시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 부분을 惠庵의 제자들이 저술하였다면 스승인 惠庵의 뜻을 받들어 〈醫學入門〉이 아니라 〈濟衆新編〉의 脈·症·治를 옮겼어야 마땅할 것이다.

〈醫宗損益〉에는 〈醫學入門〉의 症治가 神, 形, 精에는 없고 氣門부터 나오는 반면 〈景岳全書〉의 내용을 상당히 많이 인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痰飮, 小便, 頭門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증치를 다룰 때 〈醫學入門〉보다도 〈景岳全書〉의 症治를 주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는 惠庵이 〈景岳全書〉를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醫宗損益〉의 脈法을 보면 거의 대부분 〈東醫寶鑑〉을 인용하고 있는데, 〈東醫寶鑑〉의 내용 또한 〈脈經〉, 〈脈訣〉 등을 중시하고 〈醫學入門〉의 脈法을 그다지 중요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醫宗損益〉에서 精, 氣, 神, 血, 津液의 5군데를 살펴보면 겨우 1개의 〈醫學入門〉 내용이 기록되어 있음을 보건대 惠庵은 〈醫學入門〉을 결코 중시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治法에서도 〈東醫寶鑑〉을 중시하였고, 〈醫學入門〉의 내용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證脈이 추가된 〈證脈方藥合編〉은 〈重訂方藥合編〉보다 인기를 얻어 더 많이 발행되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독자 대중의 요구에 부응한 새로운 시도로 여러 면에서 〈重訂方藥合編〉을 뛰어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가 추가된 〈證脈方藥合編〉의 대중성은 또한 후대에도 큰 영향을 주어 근현대의 〈方藥合編〉에서 冶洞新刊 계열의 〈證脈方藥合編〉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重訂方藥合編〉의 부족한 부분인 진단 부분을 〈醫學入門〉의 證脈을 추가하여 1권의 책으로 진단과 처방을 모두 簡易하게 보고자 했던 독자의 요구와 출판가의 방침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方藥合編 全載醫方活套〉의 方藥合編源因에는 “先之以損益本草 復益之以用藥綱領 及救急禁忌等十數種 命之曰 方藥合編(손익본초를 먼저 놓고 거기에 용약강령 및 구급과 금기 등 십여가지를 보태어 방약합편이란 책명을 붙이라고 명하셨는데…)”라고 하여 惠庵의 遺志를 밝혔는데 여기에서는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특히 〈重訂方藥合編〉 이후에 만들어진 판본에서 重刊補訂(重訂)이란 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부분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證脈方藥合編〉이 〈醫學入門〉보다는 스승인 惠庵의 〈醫宗損益〉을 참조하여 惠庵다운 證脈法이 보충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한다.

 

Ⅳ. 결론

1. 〈方藥合編 全載醫方活套〉와 〈重訂方藥合編〉은 惠庵의 遺稿로 볼 수 있으나, 〈證脈方藥合編〉은 方藥合編源因과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로 살펴보면 진정한 惠庵의 遺稿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2.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醫宗損益〉과 비교해 보면 惠庵의 학풍과 차이점이 있다.

3. 新增證脈方藥合編 酉齋는 惠庵의 제자 중 渼隱이 관여하거나, 酉齋가 渼隱의 이름을 빌려서 새로 추가한 것이거나, 惠庵의 제자가 아닌 제3자가 삽입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기춘·서정철·최순화(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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