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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801> - 『蒙牖』③
내 몸속에 감춰진 정겨운 이름들
2017년 12월 09일 () 08:58:59 안상우 mjmedi@mjmedi.com

이번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본문 안에 들어 있는 의약 관련 문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地屬訓에 나온 말 가운데 한의학에서 참고할 중요한 글귀가 들어 있다. 아래는 三焦의 기능과 관련하여 종종 눈에 띄는 표현이지만 그 차이를 명료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다음과 같은 글자가 있다. ‘渠’는 도랑인데, ‘논에 물을 대는 것’이라 하였으니 곧 水路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瀆’은 ‘水汚濁也(게쳔)’라 했으니, 곧 오늘날 오수를 처리하는 하수도와 같은 셈이다.

또 이와 유사한 대비 문구로 ‘泉 샘’이란 물이 자연히 땅밖으로 솟아난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에 비해 ‘井 우물’은 사람이 필요에 의해 물을 댄 것을 말한다고 했으니,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과 인력으로 땅을 파서 만든 것에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아가 바닷가의 해변에서 지켜볼 수 있는 밀물과 썰물(‘潮汐’)은 사람이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것과 같이 바닷물이 호흡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몽유』

人屬訓에서는 인체를 小宇宙라는 입장에서 우주자연과의 비유적인 논법으로 설명한 전통적인 사유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데, 특히 귀와 눈, 입은 소리와 사물을 보고 듣고 맛을 알게 하는 중요한 기관[三官]으로 心에서 주관하기에 天君이라 부른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심은 靈臺라고도 하고 主人公이라고도 부르며, 丹田이라는 이명도 있다고 했으니, 이름이야 어떻게 부르던지 간에 유학자답게 인간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哲理를 교육하려했던 것이 눈에 보인다.

신체 각부의 여러 가지 명칭도 다양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기대 하지 않은 볼거리라 할 수 있다. 喉는 氣管이니 슘통, 咽은 食管이니 식통이라고 표현한 것도 흥미롭거니와 聲息은 숨구멍[喉]에서 나오고 음식은 목구멍[咽]으로 들어간다는 표현도 재미난 대조법이다.

기타 頭上正中을 顖(신 ○ 슛구멍), 顖의 앞을 頂(덩술이), 頂의 앞을 額(발졔)이라 하였다. 또 睫(쳡 ○ 쇽눈셥), 顴(광), 股(넙젹다리), 臀(살볼기), 胯(과 ○ 삿츄리), 踝(복상아), 骶 (져 ○ 미후), 齦(은 ○ 이몸), 齶(악 ○ 입하늘) 등등 말뜻풀이가 이어지고 있다. 숫구멍, 정수리, 살볼기, 삿추리, 복숭아뼈, 입하늘……, 얼마나 예쁘고 정겨운 말들인가? 내 몸 안에 이렇듯 귀엽고 앙증맞은 이름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외에도 우리 몸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현상과 분비산물, 그리고 병증 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표현 용어들이 적혀 있다. 예컨대, 屎(시 ○ 동), 伸(기지), 噫(트림), 噦(얼 ○ 폐긔), 嚔(톄 ○ 기), 疲(지치다), 腫(죵 ○ 붓다), 瘡瘇(죵 ○죵긔), 贅(췌 ○ ), 疣(우 ○ 쥐졋), 癭瘤(유 ○ 큰혹), 痿(위, 坐不能起者) 등등이다.

결정적으로 의사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治病者, 醫也, 祠鬼神者, 巫也.” 여전히 醫와 巫를 대비하여 설명해야 할 정도로 의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씁쓸한 심정이 든다. 하지만 질병을 다스려 인명을 살리는 것이 의사인데 반해, 죽은 다음, 사후세계의 영혼들을 제사지내는 것과 엄연하게 구별되었다는 점에서는 성리학적 합리성이 도입된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動物訓에는 역시 민간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짐승들이나 혹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가축 중심으로 거명되어 있다. 특히 물고기 종류에 대해서는 눈여겨 볼만하다. 잉어, 방어, 넙치, 메기, 오징어, 조기, 민어, 쏘가리, 꺽정이, 가물치, 복어, 가자미, 숭어, 드렁허리, 준치, 위어, 배암장어 등 다양한 어종들이 거명된다. 나아가 고래나 악어, 심지어 人魚까지 등장해 의아스런 느낌이 든다. 『玆山魚譜』등 魚類博物誌가 극히 드문 여건에서, 바다에 무관심했다던 우리 문헌에도 적지 않은 海洋魚族이 등장하기에 관심을 모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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