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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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식물원
  • 승인 2017.12.0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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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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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W.A.모차르트의 출생지이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아름다운 배경으로 알려진 미라벨 정원과 함께 잘츠부르크 대성당, 잘츠부르크 성이 관광객의 발길을 인도하는 유명한 곳이다. 시내버스로 식물원 인근에 내렸지만 일요일이라 인적이 거의 없어 식물원을 찾아 들어가는데 예상보다 애를 먹었다. 서둘러 출발한 덕분에 그래도 개장시간인 10시전에 도착하여 일등으로 들어가서 종일동안 약용식물을 조사할 수 있었다.

1986년에 개원한 잘츠부르크대학 식물원은 자연과학대학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1 헥타르이다. 약용식물정원을 비롯하여 습지식물 정원, 전통농부정원, 야생작물정원, 장미정원 그리고 오스트리아 고산식물에 초점을 맞춘 암석정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장하고 나서 30분쯤 지나니 정문에서 시민들이 웅성웅성 하고 있다. 가까이 가 봤더니 식물원 측에서 식물도감과 꽃그림 카드를 팔고 있다. 오스트리아 식물도서를 구입할 시간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참에 잘 됐다 싶어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무작정 사 버렸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필자에게 독일어로 된 책이라고 귀띔 해 준다. 하지만 그 책들은 식물의 라틴어 학명이 있어 필자가 알아볼 수 있는 책이므로 흐뭇하게 사버린 것이다. 한국에 오니 오히려 아끼는 책들이 꽂인 서가 맨 위쪽에 자리를 잡는다,

약용식물구역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약초 강의를 하고 있었다. 320여종의 약용식물이 있는데 여름철에는 매주 약사가 와서 독일어로 강의를 한다고 한다. 이곳의 식물 표지판도 금속으로 예쁘게 제작을 했다.

식약처의 의약품 공정서에는 필자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약인 아위가 포함돼 있다. 이는 식물 학명이 Ferula assafoetida로 아위의 줄기를 자른 부위에서 삼출된 분비물이나 상처의 유출물을 말한다. 이 식물과 비슷한 갈바눔(Ferula gummosa)을 약용식물구역에서 발견했다. 이 식물은 아위와 마찬가지로 줄기 분비물을 약용하며 성서 시대에는 오일로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훈향료(薰香料)로 쓰였다.

한약 대황으로 사용하는 장엽대황을 이번에도 중국이 아닌 유럽서 관찰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아마인으로 사용하는 식물인 아마도 보라색 꽃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노란꽃을 피운 히페리시초는 상처치유, 방부작용, 항우울작용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 성존스워트(St John’s wort)로 부른다. 강심, 이뇨, 심부전 증상에 사용하는 털디기탈리스는 열매를 맺은 시기이고, 에키네시아 안구스티폴리아는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다.

유럽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향신료 식물들도 약용식물구역에서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있다.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마조람, 여름세이버리, 캐모마일, 니겔라, 애로(서양톱풀), 노란색 꽃이 보이는 마리골드(금잔화), 탠지(쓴국화) 그리고 분홍색 꽃의 오레가노, 보라색 꽃의 치커리가 모두 탐스럽다. 편두통, 관절염 치료에 유효한 단설필국(短舌匹菊은 하얀색 꽃, 불안한 증상을 없애주고 담석치료에 효과있는 약수소(藥水蘇)는 분홍색 꽃이다.

궐마(蕨麻)로 불리는 눈양지꽃, 돌나물과 다육식물로 동종요법 약물인 셈페르비붐 텍토룸, 유럽큰고추풀, 센나엽과 비슷한 카시아 센나, 구백영(欧白英)으로 불리며 급성습진에 사용할 수 있는 솔라눔 둘코라마도 재배하고 있다. 하얀 꽃의 당근, 노란 꽃의 달맞이꽃, 보라색 꽃의 컴프리도 잘 자라고 있다.

식물명이 다소 혼동되는 표지판에 대해 식물원 직원에게 귀찮도록 여러 번 물어봤더니 나중에는 그가 먼저 다가와 이 식물원의 세미나 자료집을 보여주면서 고산식물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식물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 할머니는 브뤼셀에서 온 음악감독이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사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인지 필자에게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냐 묻는 것이다. 브뤼셀은 초코릿의 고급진 맛이 유명하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그녀는 피식 웃었다. 초코릿 보다 더 수려한 제품 등이 많이 있다는 의미 같았다.

준비했던 빵과 물로 점심을 때우고 대지를 지글 지글 굽는 7월의 한여름 태양 아래서 쪼그려 앉아 6시간 동안 마크로렌즈 속 세상을 촘촘히 들여다 보며 14.8 기가바이트 분량으로 297종의 약용식물을 촬영했다. 잘츠부르크식물원의 홈페이지는 https://www.uni-salzburg.at/index.php?id=201719&L=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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