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800> - 『蒙牖』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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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800> - 『蒙牖』②
  • 승인 2017.11.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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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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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나


조선시대 후기 李象秀(1820~1882)라는 유학자가 지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 자료에는 『천자문』을 비롯하여『격몽요결』이나 『명심보감』,『사자소학』등 기존 訓蒙書에서 볼 수 없었던 인체와 질병, 그리고 자연현상을 비롯하여 약초와 박물학적 지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의학사 연구자들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관심을 끌만하다.

◇ 『몽유』

우선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총 6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天屬訓第一, 地屬訓第二, 人屬訓第三, 動物訓第四, 植物訓第五, 雜物訓第六. 앞에서 天地人, 三才로 만사만물을 분류하는 방식은 상당히 전통적인 분류법이라 볼 수 있지만, 만물을 동물, 식물 그리고 잡물류로 구분하는 방식은 상당히 색달라 보인다. 1800년대를 전후로 실용지식을 추구하는 조선의 신진학자들이 자연사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정리해 보려는 생각이 널리 풍미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경향성은 역시 17세기 이후『동의보감』이나『본초강목』등 의약서나 본초서가 널리 유포됨으로 인하여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또 이 책에는 조선 후기 한역서양서를 통해 접한 천문현상에 대한 인식도 상당부분 반영된 것을 살펴볼 수 있어 매우 이채롭다. 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天屬訓에 “달은 본래 빛이 없으며 그 본체는 어둡고 검다. 햇볕을 받아 밝아지기에 일출이 가까워지면 빛을 잃게 되고 해가 멀어지면 빛을 발하게 된다.”고 해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전래설화에서 비롯한 전통적인 인식도 함께 기재해 두고 있다. 예컨대, “달 속에 토끼가 있으므로 달의 별명을 玉兎라고 부르고 또 두꺼비가 있으므로 역시 銀蟾이라고도 부르며,….”라고 하였다.

이전에 여간해서 찾아보기 힘들었을 나라 밖에 대한 지리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西域에 있는 산에는 만고에 없어지지 않는 만년설(萬古不消之雪)이 있다.”, 또 “눈(雪)은 비가 얼어붙은 것이오 싸라기(霰)는 눈이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자연과학적인 내용이 학동들의 교육에 매우 중요한 지식의 일부로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천생만물설을 비롯한 윤리적이고 관념적인 자연관이나 俗信에 가까운 내용도 여전히 병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地屬訓에서는 “하늘은 만물을 낳게 하고 땅은 이를 기르니, 하늘은 아비의 도리요, 땅은 어미의 도리이다.”라고 하였다. 또 “황하의 물은 천년에 한번 맑아지는데, 이때가 되면 聖人이 출현한다.”라는 말을 싣고 있다.

또 내용과 별도로 수많은 사물에 대한 해설을 우리말이나 한글로 기재해 두고 있는데, 일종의 物名譜와 같이 사물명칭이 정리되어 있어 어린 학생들에게 필수적이라 할 간단한 단어사전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雷 별악’, ‘嶽 큰뫼’, ‘潭 쇼’, ‘渠 도랑’, ‘瀆 개쳔’, ‘垣 보’, ‘陂 방죽’, ‘ 둑’, ‘井 우물’, ‘潮 밀물’, ‘汐 켤물’ 등이다. 

그 다음 人屬訓편에 인체부위 및 생리, 질병 등에 관한 많은 내용이 실려 있는데, 특히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등장한다. “천지 오행의 기운으로써 만물이 생겨나는데, 오직 인간이 가장 귀한 존재이다. 아비에게 정을 받아 뼈마디가 이루어지고 어미에게 피를 받아 살과 근육이 만들어진다.” 이 말은 『명심보감』에서 “天地之間, 萬物之衆에 唯人이 最貴라.”한 말에서 한층 더 구체화되었다고 하겠다.

이어 “호흡은 기가 오르내리는 것(呼吸者, 氣之升降也.)이요 머리는 둥글어 하늘을 본받고 발은 모가 나서 땅을 닮아 있다.(頭圓象天, 足方象地.)”라고 하여 『동의보감』에서 제시한 천상과 인체의 형상을 비유한 논법을 적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오장과 인체부위에 대한 이름도 한글로 기재해 두고 있는데, ‘心 염통’, ‘脾 지려’, ‘腎 콩팟’, ‘膀胱 오죰통’, ‘氣管 슘통’ 등이다. 150여 년 전 이 땅의 어린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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