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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동율의 도서비평] 책을 통해 만난 선생님의 친절함
도서비평 | 경보신편
2017년 11월 17일 () 08:16:56 김동율 mjmedi@mjmedi.com

 

예나 지금이나 의학공부 어렵기는 매 한가지였나 보다. 역사 속 醫人들의 기록에서도, 오늘날 한의사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선후배 동료들의 모습 속에서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의학공부에 매진하는 우리들의 삶을 보곤 한다. 어쩌면 학문에 정진하는 삶 그 자체가 한의사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저자 미상
구민석-오준호 易

“의학의 도리 지극히 복잡하여 가장 깨우치기 어려우니 누가 이 속에 있는 오묘함을 알 것인가(醫道至迷莫難質 誰識玄機此在中).” 

여기,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선생님의 글이 있다. 의학공부는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진심어린 충고와 함께, 그는 자신의 진료경험까지 낱낱이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리고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요체를 담아 가볍게 기록하였다’는 의미를 담아 경보신편[經寶新篇]이라 이름 붙여 후세에 전해 주었다.  

경보신편(구민석, 오준호 번역. 『국역 경보신편』, 수퍼노바)은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공부한 어느 의사의 의안모음집이다. 연구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 책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필사된 저서이며, 저자는 아마도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의업을 한 인물로 추정된다. 그가 남긴 의안은 총 143가지인데, 여기에는 부인, 소아, 성인 남성,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자군이 포함되어 있다. 경보신편에 기록된 처방은 약 110가지이며 처방들은 대부분 동의보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方見內傷”, “方見痰門”과 같은 문구들은 저자의 지식 배경에 동의보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 의안이 환자의 증상을 서술하고 사용한 처방과 치료 결과를 기록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경보신편의 저자는 여기에 친절함을 한 스푼 추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특히 저자는 종종 의안 말미에 선방(選方)의 근거를 설명함으로써 진단 과정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어떤 부인에게 升陽散火湯을 사용한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저자는 환자의 두통, 허기짐, 수족번열 증상을 근거로 心胃의 鬱熱을 판단하여 陽氣를 올리고 火를 흩어주는 승양산화탕을 사용하였다고 기록해 두었다. 또 새벽기침을 하는 환자에게 正傳加味二陳湯을 사용하였는데, 이 경우는 食積으로 인해 생긴 胃熱이 肺에 침범했으므로 瀉白散을 써야하지만 환자의 胃가 虛하기 때문에 정전가미이진탕을 사용하였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명기해 두었다.  

저자는 의사가 실수할 수 있는 다양한 판단착오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어떤 만삭의 여인이 장이 튀어나왔다고 하며 아파하던 통에 제대로 치료를 못해주다가 결국 佛手散으로 유산된 아이를 내보낸 경우가 있었는데, 여기서 저자는 “이 병은 처음에 장이 튀어나왔다는 말에 미혹되어 병증을 파악하지 못할 뻔한 것이다.”라고 하며 증상을 살피는 일에 더욱 주의할 것을 당부하였다. 또 5~6월에 구토와 설사를 하던 환자를 한 의원이 수일간 치료치 못하다가 자신이 六和湯으로 치료한 예를 들면서, 병에 접근할 때에는 반드시 계절적 요소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저자는 환자의 증상과 처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선방의 근거나 임상상의 조언까지 기록하여 의학을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더해주었다. 

현재 수퍼노바에서 출판된 『국역 경보신편』에는 경보신편 원문뿐만 아니라 원문에 대한 역자의 번역 및 해제가 함께 들어있다. 또 경보신편에 기록된 처방들에 대해서도 동의보감 및 관련 의서 내용을 추가해 두었기에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환자의 상태, 저자의 판단, 그리고 저자가 쓴 처방과 처방의 구성 등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저자의 친절함에 역자의 친절함까지 돋보이는 특별한 의안모음집이라 할 수 있겠다. 

김동율 /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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