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99> - 『蒙牖』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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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99> - 『蒙牖』①
  • 승인 2017.11.1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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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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訓蒙書를 통한 보편지식의 교육

 

최근에 입수한 조선 후기 교육자료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새삼 시골 서당에서나 읽혀졌을 법한 그런저런 訓蒙書를 들춰내어 전통교육을 운운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명심보감』이나 『격몽요결』처럼 삼강오륜을 비롯한 인륜 도덕율을 되뇌게 하거나 천지음양으로부터 시작하여 관념적 철학을 주입하는 방식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앞 시대와는 달리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지식을 담아내고자 사물을 일일이 적시하려고 노력하였다.   

◇『蒙牖』.

이름 하여 『蒙』, 어린아이가 창문을 통해 조그맣게 제한된 세상을 내다보듯이 좁은 소견을 넓혀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지어 붙인 책제목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특이한 서명의 이 책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진 바 없었던 모양으로 제대로 된 소개 글을 찾지 못했다. 다행이도 한국학연구원에서 펴낸 향토문화대전에 李象秀(1820~1882)란 이름의 조선후기 학자가 동일서명의 책을 펴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기에 이 글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책에 유독 관심이 높아진 까닭은 본문 가운데 고추의 전래에 대한 짧막한 기록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요즘 필자가 『의방유취』를 비롯한 한의고전문헌을 기반으로 전통식치 지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어서 그런지 자꾸만 관심이 이런 곳에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에는 조선 후기 『동의보감』을 비롯한 의학문헌에 기재된 전통생리와 질병인식, 그리고 의약지식들이 훈몽서에 어떻게 반영되었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여기서 잠시 본론을 뒤로 미뤄두고 먼저 저자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해 개략적인 면모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상수는 본관은 全州이며, 자는 汝人, 호는 堂이다. 1820년(순조 20) 충청도 懷仁 땅에서 아버지 李演周와 어머니 尹氏 사이에 출생하였는데, 1871년(고종 8) 청주 강외면 연제리로 이사한 뒤로 1882년에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1855년(철종 6) 繕工監假監役이란 벼슬을 살았고, 임술민란 뒤 「應旨三政疏」를 올렸다. 1880년 고종이 문학과 재능이 있는 인물을 널리 천거하도록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고관들에게 청탁하고자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그 역시 유력자와 친분이 있었기에 경연관 겸 서연관에 발탁되었으나 스스로 사직소를 올리고 취임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시강원진선과 사헌부집의 등을 제수 받았으나 이 역시 사직하였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개화정책에 반대하는 의견과 實學과 實事에 힘쓸 것을 주장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몹시 가난하고 病弱하였으나 15세 때 상경하여 수학하였으며, 특히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求放心’을 학문의 요체로 삼았고, 諸葛亮과 陶淵明을 좋아하였으며, 회인과 공주에 거주하며 朴文鎬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을 양성하였다. 학문에 있어 먼저 文理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更辛苦’·‘循繩法’과 같은 독특한 교수법을 창안하여 학도들에게 시행하였다고 전해진다.

저서로는 자신의 문집인 『堂集』(24권), 『堂續集』(8권), 『南明史正綱』(33권), 그리고 이 책『蒙』1권을 남겼다고 한다. 가사 작품으로 「金剛別曲」, 「京華壯觀」 등이 전해져 문학성을 드러내고 있다. 사후 提學(2품관)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文簡이다. 현재 충청북도 보은군 秋陽祠에 배향되어 있다.(이상은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편에 근거함.)

필자가 입수한 사본은 지념장으로 제책한 1책으로, 본문에는 간혹 사물에 대하여 한글로 우리 음을 달아, 학동들이 한자로 된 어려운 사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오인할 것을 우려하여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음 호에 흥미롭고 직접적인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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