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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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식물원
  • 승인 2017.11.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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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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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③

 

박 종 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스위스 제 일의 도시인 취리히는 인터라켄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가는 도중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취리히의 식물원은 한국에서 정보가 없어 갈 계획이 없었는데, 마테호른에서 우연히 만난 라케시 챈드(Rakesh Chand) 씨의 도움으로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의 친절한 동행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예정에 없었던 식물원 방문이라 기대가 컸다. 규모는 작지만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이 찾기에 편리한 식물원이다. 덤으로 얻은 식물원이라 더욱 기쁜 마음으로 스위스의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취리히 식물원, 정식명칭은 취리히대학 식물원이며, 더 정확히 얘기하면 구(舊) 취리히대학 식물원이다. 독일어 명칭은 Alter Botanischer Garten Zurich, 영어 이름은 Old Botanical Garden, Zurich이다. 1837년에 설립한 이 식물원은 시내 중심부에 있다. 1976년에 규모가 더 큰 식물원을 만들어 이사했지만 기존의 작은 식물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쓰기 위해 그대로 남겨 두었다. 새로 이사해 규모가 큰 식물원의 이름은 취리히대학 식물원(Botanical Garden of the University of Zurich)이다. 대학 홈페이지에는 구 취리히대학 식물원과 새 취리히대학 식물원을 혼동하지 말 것을 고지하고 있다.

1837년에 설립한 구 취리히대학 식물원은 2헥타르의 면적에 한 개의 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식물원에는 16세기의 치유자들이 사용했던 50여종의 약용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그 식물들은 다음과 같다. 카르둔, 양지꽃 속 식물인 포텐틸라 에렉타, 아마, 유럽작약, 마리아엉겅퀴, 주니퍼, 야생딸기, 쓴쑥 등이다. 이 식물 중 마리아엉겅퀴를 이용하여 간장약을 개발했고, 주니퍼과 쓴쑥은 향신료로 활용했다.

먼저 강황이 눈에 띈다. 동남아의 향신료로 유명한 이 식물은 스위스의 식물원 온실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강황은 생강처럼 생긴 것 즉, 식물 강황의 뿌리줄기를 말하고 같은 식물에서 부위만 다른 덩이뿌리를 울금이라고 부른다. 식물은 같은데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확인 없이 따라 부른다. 일본에서 강황을 울금이라 하니 그 영향도 크다. 심지어 회사의 제품이나 한약시장에서도 잘못 칭하는 지가 오래 되었다. 고쳐 불러야 할 것이다.

온실에 있는 카로브나무는 콩과식물로 중국에서는 장각두(長角豆)로 불린다. 남유럽, 중동 지역에서 자생하는 이 식물은 과육을 건조한 분말로 만들어 식품으로 사용한다. 칼슘이나 철분,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일본에서는 주로 건강식품으로 사용한다. 연구에 의해 혈당강하작용이나 간기능 개선작용이 확인되었다. 현지에서는 커피나 코코아의 대용품으로도 쓴다.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와 바위가 많은 토양에서 잘 자라는 양유향(洋乳香)은 수지(樹脂)를 약용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 모양이 한약 유향과 비슷하다. 강심, 이뇨약으로 심장쇠약이나 부종에 사용하는 해총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약용식물이다. 온실 안이지만 날씨가 추워서인지 해총의 줄기, 잎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30년간 강의하면서 살아있는 해총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필자는 귀한 식물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약간 보이는 해총의 줄기부분을 촬영하고자 했다.

재스민은 꽃이 피었다. 재스민꽃은 강한 방향을 가져 향수 등의 향료로 사용하고 차나 요리 그리고 입욕제로도 활용한다. 눈이 충혈되거나 현기증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을 낫게 한다. 열매를 달고 있는 레몬도 보인다. 온실 밖에는 소엽맥문동이 자라고 있다. 일반적인 맥문동은 열매가 검은색인데 비해 소엽맥문동은 남보라색을 띤다. 열대과일로서 구아바의 한 종류인 브라질구아바도 흔하지 않고 귀한 식물이다. 필자도 처음 본 식물이다. 데코루스 목서, 손바닥선인, 알로에 아보레센스, 원엽소석적, 호주흑목, 만다린오렌지, 중국자주받침꽃, 태산목, 포스카르스키아나 초롱꽃, 백자단의 식물사진도 촬영이 가능했다. 

식물원 경내에는 취리히대학 민속박물관도 함께 있다. 스위스에서 3번째로 오래된 민속박물관이다. 시간이 부족해 그냥 지나쳤는데 이곳을 둘러본 일행 한분이 전시되어 있던 한국의 김치자료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전해 주었다. 스위스의 귀한 김치자료를 구할 수 있어 이 식물원 방문으로 얻은 소득이 두 배가 되었다. 

이 식물원은 무료 입장이고, 3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10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독일어 홈페이지는 http://www.bg.uzh.ch/de/altergarten.html이며 영어 홈페이지는 없다. 식물원은 시내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은 아주 편리하고 취리히역에서도 걸어갈 수 있다. 취리히식물원은 물론 시내 곳곳을 안내해 준 라케시 챈드 씨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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