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98> - 『醫方要輯』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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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98> - 『醫方要輯』③
  • 승인 2017.11.1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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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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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연구와 漢方醫善導論에 감춰진 야욕
◇醫方要輯.

지난 주말에 진행된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전란기의 救荒食과 食治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내용을 발표하고자 참석했다가 이 책에 대한 관련 지식을 얻게 되었다. 다름 아닌 1930~40년대 일제에 의해 강제된 한의정책의 변화에 대한 발표였는데, 이 자리에 『의방요집』서문을 쓴 조선총독부 위생과장 니시가메 산케이(西龜三圭)가 당시 신문지상에 인터뷰한 기사가 등장한 것이었다.

그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약에 대해서는 연구하여 유용하도록 할 작정이라 …… 의생제도에 대해서는 현재나 그 이후나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다만 자연추세에 의하여 의사가 늘어 가면 한지의생의 수효가 줄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동아일보』, 1934.3.30일자.) 이 발언을 들여다보면 한약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사용을 확대해 나가겠지만 醫生(限地醫生)에 대해서는 우선 부족한 의사 인력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유지할 뿐 의사인력이 충족되면 향후 점차 그 수요가 자연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의미여서 전통의약에 대한 배려는 전혀 안중에 없다.

위와 같은 정책방향은 과연 生藥이라는 이름 아래 한약연구에 집중하여 추진되었는데, 1926년 경성제대 의학부 약리학교실에 스키하라(杉原德行)가 약리학교수로 부임한 이래 약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당시 설립된 경성제대 생약연구소는 오늘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의 전신이 되는 곳이라고 전해진다.

스키하라는 자신의 약물학 연구가 한방의학연구의 일부임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약물의 임상응용은 여러 종류의 약물을 배합한 처방을 사용하여 이루어지므로 한방의학 처방을 실지에 시험해 보고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와 함께 한방의학연구소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이 같은 발언의 저의는 중일전쟁 이후 이른바 대동아전쟁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일본의 대륙침략 야욕에 편승하여 자신의 학문적 포부를 관철시키기 위한 식민관학자의 모습으로 분석되었다. 

나아가 일제말기인 1942년에 나온 漢方醫善導論에서 말하기를 “本邦(일본) 현재의 皇漢醫는 현대의학을 공부하고 황한의학을 공부한다. 생각건대,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동서의학의 일치 융합이 기대되어 세계문화에 공헌하지 않겠는가? 조선의 한방의는 구태의 모습이 여전하거나 서양의학의 발흥에 현혹되어…국장회의에서 총독이 한 발언을 신문을 통해 보고 그들은 미친 듯이 한방의학의 부흥이 다가오고 있다고 환호하고 있다.”

이로 보아 일제말기 한방정책은 침략전쟁의 정책적 일환으로 선택된 것이며, 한방의를 부흥하거나 전통의학을 육성하려는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거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지 일부 관변학자들의 연구를 위한 연구에 밑거름을 삼기 위해 한약재를 대상으로 진행된 생약연구에만 치중하여 추진되었음을 간파할 수 있다.

끝으로 전서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략 그 특징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제1편은 解剖及生理大意로 硬部組織, 關節及靭帶, 軟部組織, 內臟諸器, 五官器, 뇌신경계통으로 나뉘어져 있고 제2편은 衛生學大意로 공기, 물, 토지, 가옥, 의복, 목욕, 오물, 食物로 구성되어 있다. 제3편은 傳染病及淸潔消毒方法으로 법정전염병과 일반전염병, 그리고 청결방법과 소독방법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4편 약물학대의에는 강장제, 강심제급혈관확장제, 거담제, 국소마취제, 구충제 등 각종 약물을 효능별로 구분하여 수록해 놓았다. 제5편 診療及中毒療法에는 제반질환과 중독증의 처치법을 기록하였고 제6편 技術及關係法規書式에는 여러 가지 주사법과 위세척법, 관장법, 마취법 등 처치기술과 아울러 의생규칙, 전염병예방령, 의생면허신고서와 같은 일반서식이 곁들여져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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