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96> - 『醫方要輯』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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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96> - 『醫方要輯』①
  • 승인 2017.10.2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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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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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자습용 醫生講習書
◇ 『의방요집』

이번 호엔 일제강점기 지방에서 펴낸 근현대 한의서 1종을 살펴보기로 한다. 두툼한 양장본으로 전통방식의 장정은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이 책의 첫 머리에는 ‘醫方要輯’이란 책 이름이 적혀 있는데, 서제에 앞서 ‘自習用’이란 단어가 수식되어 있다. 조선에서 醫科제도가 폐지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도제식 전통방식에 의해 길러지던 한의가 총독부의 규제에 의해 醫生이라는 제도에 묶이게 되며, 醫生免許를 얻기 위해서는 소정의 과목을 이수하고 자격을 인정받아야만하게 되었던 것이다. 


의생제도는 서양의학의 해부학을 비롯하여 생리학, 衛生學, 傳染病學을 기초로 하고 있어 애초부터 전통의학을 교육하고 한의를 양성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기존에 이미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사람(‘조선에서 2년 이상 醫業을 營한 자’)이나 한의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던 입문자(20세 이상)들에게 서양의학의 기초지식을 습득하게 하여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들이 배치되지 않은 시골지역에 洋醫를 대체하여 지역의료의 일부를 맡기기 위한 방편으로써 강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 전통방식으로 양성되었던 한의의 운명을 좌우한 이 醫生規則은 1914년(大正3) 1월 1일부로 시행되었으며, 3년 이상 의학수업을 받고 인정을 받은 자, 가운데 특별히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지역을 한정하여 의생면허를 주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적등본과 함께 기존에 활동하던 의생이 증명해 주는 修業履歷書를 첨부하여 신청하도록 했다.(이상 醫生規則에 의함.) 이러한 의생제도는 정규 의사 인력에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며 전통의학을 보호 육성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  


조선총독부에서 의생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의생을 양성하기 위해서 민간에서 의학강습소를 운영하였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대개 각 도별로 설립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 金相億 역시 醫生講習會에서 다년간 강사로 활약하였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면의 저자명 앞서 다수의 조선총독부 보건위생 담당 관리들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다. 위생과장 西龜三圭, 道技師 森田愿, 道技師 吉岡貞藏 등인데, ‘共閱’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상은 의생규칙을 관장하는 지방관의 직함을 표방하여 다분히 의생학습용 교재의 명성과 권위를 더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권두에는 1929년(己巳秋)에 당시 조선총독이던 사이토(齋藤實) 총독이 쓴 휘호가 실려 있다. 이어 1930년 당시 전라남도 위생과장이었던 西龜三圭의 서문이 나오는데, 그가 남긴 첫 마디에서 총독부관리가 조선인 의생을 대하는 거만한 태도를 읽고도 남음이 있다. “조선에 在한 保健衛生이 逐年進步改善되어감은 실로 可喜한 現象인바 此는 道當局의 努力에 因하얏슴은 물론이거니와 開業한 醫家諸氏가 熱心으로 진료에 從事하는 동시에 其地方의 一般公衆을 지도하여 衛生思想을 啓發케한 功績에 의한 바도 亦極大하도다. ……”(『의방요집』序言) 


아울러 이 서문의 말미에는 저자가 어떤 계기로 이 의생강습서를 집필하게 되었는지가 짤막하게 피력되어 있는데, 통치자로서 군림하는 일본제국주의 조선총독부 보건위생 담당관리의 오만한 표정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金相億君이 多年講習에 從事한 實地의 經驗을 基礎로하야 本書를 編纂刊行함에 至하얏슴은 극히 時宜에 適當한 者로 思考하며 同時에 本書를 推?하는 所以로다.”


이러한 당시 분위기는 바로 뒤이어지는 저자의 서문(序言)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다. “…… 고로 爲政當局은 夙夜로 此를 指導함에 盡力하며 識者는 吾人의 일상생활에 密接한 者임을 諒解함에 至하얏도다…….”라고 하여 보건당국의 지도편달 아래 조선의 보건위생 상황이 개선되고 진보하였음에 감사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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