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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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식물원
  • 승인 2017.10.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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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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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1>

 

[편집자 주] 그동안 연재했던 ‘한ㆍ중ㆍ일의 한약 여행스케치(2007.12.7. - 2011.9.29.)’를 이어서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의 새 제호로 세계 각국의 약용식물과 한약을 찾아 이들의 모습과 에피소드, 찾아가는 길을 소개하는 여행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박 종 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17일간의 유럽여행을 시작하는 첫 기착지가 스위스의 제네바이다. 일정상 제네바식물원에서 머물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식물원가는 버스노선, 위치, 식물 목록, 식물원 내부 지도를 열심히 공부한 탓인지 식물원은 쉽게 찾았다. 


1817년에 개원한 제네바식물원은 28헥타르의 넓은 면적에 14,000종의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정문이 열리자 미리 찜해뒀던 온실을 향해 달렸다. 열대식물에 관심이 많아 온실 속의 약용식물 사진을 대량 확보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이른 아침이라서 온실 안은 스프링쿨러에서 쏟아내는 물때문에 사진 촬영이 거의 불가능했다. 다시 식물표본관을 찾아가는 중, 우연히 발견한 민족식물정원의 멋진 모습을 보고서 입이 딱 벌어졌다.


의약식물정원, 당(설탕)식물정원, 염색식물정원, 오일과 수지식물정원, 섬유식물정원, 향신식물정원, 채소정원, 기능성식품정원, 식물치료정원과 인체 등으로 나눠진 이곳은 구역 별로 식물을 재배, 전시해 놓고, 각 입구 마다 설명문과 사진으로 된 예쁜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안내판 옆에는 아스피린 제품, 마리아엉겅퀴 제품, 스테비아 제품, 향수 제품, 섬유 제품 등, 이 정원에서 재배 중인 식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들 약용식물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플라스틱 원통 안에 전시해 놓았다. 어찌나 예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 놨던지 이곳은 바쁜 필자를 한참이나 붙잡아 놓았다. 일반인 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유익한 교육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식물은 향신 식물들이다. 방약합편의 방초(芳草) 편에서도 33종의 향신 한약을 소개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에게도 잘 알져진 타임이 제일 앞에 서 있다. 타임은 강한 방향이 있는데 향이 백 리 까지 간다고 하여 붙여진 식물인 백리향(百里香)과 사촌 간이다. 타임이나 백리향의 전초를 한약 사향초(麝香草)로 부른다. 그 옆에는 박하와 향미가 비슷해서 잎을 샐러드나 소스에 넣어 먹는 세이버리가 흰 꽃을 피우며 서 있다. 토마토와 궁합이 잘 맞아 토마토 샐러드나 토마토 요리 어디든 사용되는 바질, 향신료나 정유로 활용하는 마조람, 수프, 소스에 자주 이용하는 처빌, 기관지 질환에 사용하는 히섭이 모두 꽃과 향기로 시선을 끌고 있다. 

아니스히섭이란 별명을 가지며 발열, 기침에 차로 즐기는 회곽향(茴藿香)도 보인다. 이뇨, 방부효과가 있으며 파와 비슷한 향미가 나는 차이브에는 분홍색 꽃이 둥글게 피어 있다. 소화불량에 좋은 세이지, 황달 치료작용이 있는 오레가노, 기침을 멎게 하는 세이버리도 꽃은 없지만 파릇파릇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향을 가진 귀한 식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향신료 천국이다. 


질경이(차전자) 종류, 꽈리(산장) 종류, 유럽 시장에서 자주 보이는 아티초크와 친구인 카둔, 식용콩으로 사용하는 따루위(Lupinus mutabilis)도 보인다. 특히 따루위는 남미 안데스 산맥에서 주로 재배되는 식물인데, 식물원을 찾은 날에는 하얀색과 보라색 꽃이 피어 있고 열매도 함께 달려 있어 훌륭한 사진 모델이 되어 주었다. 그 외 구기자, 약용대황, 애기똥풀(백굴채), 호로파(페뉴그리크), 산모(소럴), 아니스(서양회향), 캐러웨이(장회향), 치커리, 알로에, 털부처꽃, 마리아엉겅퀴, 센나 등 다양한 약용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2시간의 짧은 시간에 민족식물정원에서만 식물은 167종 그리고 사진은 1211매를 촬영했다. 앞으로 유럽에서 112기가 바이트 분량 이상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첫날 제네바식물원서 9기가 바이트를 찍고서 카메라 잡는 세 번째 손가락에 벌써 딱지가 생겨 버렸다. 식물원가는 버스 노선은 4개가 있다. 제네바 코르나뱅역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니 레만 호수 주위의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길도 추천하고 싶다. 식물원 홈페이지는 http://www.ville-ge.ch/cjb/index_en.php 이다. 식물원 방문을 위해 도움 주신 순천대 장영인·송명현·고진광 교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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