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자격증 미끼 의료강의 열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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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자격증 미끼 의료강의 열 올려
  • 승인 2003.12.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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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료 방관은 의료체계 붕괴 행위”


올해 부산지역의 사단법인 ○○○○요법연구재단이라는 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비 30만원을 받고 ‘64부항사혈’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 교육을 마친 후 사혈요법사 1, 2, 3급 과정을 거친 사람에게는 시험과 임상을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교육 내용은 △부항기 사용법 △사혈침 사용법 △간단한 진찰법 및 안전한 사혈법 △어혈 찾는 법 △사혈의 횟수와 기간 △피부진찰법 등이다.

◆ 대부분 대학 앞다퉈 강의개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형태의 강의는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평생교육’이란 간판 아래 이루어졌다. 내년 3~4월경 개강을 목적으로 현재 강의신청자를 모집 중인 곳도 많았다.
이러한 강의 중 상당수가 불법의료행위와 직결된 것이라고 우려되고 있으나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부족하다.

일반인에게 건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자가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강의라고 주장하면 교육을 받은 이들이 나중에 불법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대학이나 강의자에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또 심각한 의료사고로 인해 사회 여론이 나빠지면 잠시 숨죽이고 있으면 그뿐인 것이 현실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대학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강의 중 일부는 ‘한국대학평생교육협회’에서 인증하는 민간자격증을 준다는 것이다.

한방의료와 관련된 민간자격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고려수지침요법’을 비롯해 ‘심천사혈요법’, ‘건강관리사’, ‘64사혈요법사’, ‘자침지도사’, ‘대체의학사’ 등이다. 이밖에도 각종 신규 민간자격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에서는 “일반인이 자신의 건강유지를 위해 강의를 받는 것을 제지할 방법이 없고, 현행법상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 “현행법상 문제될 게 없다”

대부분 대학평생교육원의 강의는 대학이 마련한 것이 아니다. 단체 혹은 개인으로부터 강의 신청을 받아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강의는 개설된다. 따라서 최근 건강과 관련된 강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의 정비 없이는 이를 막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현재 ‘건강’ 혹은 ‘스포츠’로 분류돼 진행되고 있는 강의는 목적이 다른데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모 대학에서는 ‘64부항사혈요법’에 대해 “자신의 병을 자가치료 할 수 있도록 해 민간요법인 64부항사혈요법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해 교육한다”며 수강생을 모집했었다.

그런데 실제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안면 응용 기혈점’과 ‘사혈과 응용’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나중에는 민간자격이란 빌미로 자격증까지 부여한다. 이를 어떻게 개인의 건강유지를 위한 건강강좌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은 의료인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이다.

◆ 한의대 있는 대학도 마찬가지

더군다나 한의대가 있는 11개 대학에서도 강의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올해 모두 건강과 관련된 강의를 개설했고, 내년에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 대학 중 한의학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활과 한방’ 또는 ‘기초한의학’ 좀더 범위를 넓혀 경락이나 피부마사지, 생활기공, 비만치료와 관리 등의 강의를 펼친 대학도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현재 한의계가 우려하고 있는 ‘심천사혈요법’, ‘대체의학 최고 지도자’, ‘운동처방사’ 그리고 많이 행해지고 있는 카이로프랙틱과 밸런스테이핑 등이 타대학과 마찬가지로 자격증을 내걸고 강의됐다.

제도권 내에 속해 있지 않은 다양한 치료방법이 연구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연구가 공인된 기관에서 행해지거나 검증 절차 없이 공공연하게 전파되고, 불법의료 행위로 이어질 경우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지는 불보듯 뻔하다.

◆ 한의계 가장 큰 충격 받을 것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기준과 한계가 부실하게 정리돼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이나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가 명칭만 바뀌어 교육되고 불법 시술되는 현 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한의학의 미래는 어둡다.

불법의료와 이를 조장하는 강의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의료인의 불만은 날로 커갈 수밖에 없다.

불법의료에 대한 정부의 단속의지를 확실히 하고, 사설학원 뿐만이 아니라 단체나 대학에서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를 목적으로 한 강의를 금지해야 하며 민간자격의 기준을 만들어 의료와 관련된 것은 국가나 국가가 위임하는 기관이 아닌 곳에서는 자격증을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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