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린(玉林)한약재시장&중국의 본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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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린(玉林)한약재시장&중국의 본초학
  • 승인 2017.10.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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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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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초현지답사여행 후기②

 

1. 광시장족자치구 위린(玉林)한약재시장 
광시에서 위린까지 가는 기차를 탄 다음, 위린역에서 위린약재시장으로 향했다. 약재시장이 근래 위치를 옮겨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박종철 교수님께 전화하여 위치를 묻기도 했다. 다행히도 버스를 같이 기다리던 중국인분이 자기도 약재시장으로 가고 있으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여 큰 도움을 주셨다. 약재시장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약재시장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했다. 약재시장은 입구와 출구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출입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길을 잃지 않도록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도 있었다. 주위에는 독성 한약재의 주의를 필요로 하는 대형 안내문도 있었다.

◇사진 1, 2(왼쪽부터) 위린한약재시장 정문과 독성한약재 관련 표지판.

규모에 걸맞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의 약재시장으로 이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진귀한 약재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상인 분들은 흔쾌히 사진 촬영을 허락해주셨고, 물어보면 한약명으로 대답을 해주셨다. 나 같은 경우 석곡(石斛)을 먹어봐도 되냐고 물었고 상인분은 허락해서 석곡을 씹어 먹어 봤다. 약재는 표지판과 함께 정리되어 있어서 보기 쉬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어를 잘하는 동기의 말을 들으니 상인 분들은 한국인이 이곳에 온 것을 굉장히 신기해했다고 하였다.

약재시장을 탐방하는 장점 중 하나는 많은 약재를 여러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황정(黃精)과 같은 약재가 대한민국에 가공되어 수입되기 전의 형태로도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옥림약재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동물성 약재를 관찰할 수 있었다. 동충하초를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에서는 전시된 동충하초를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뱀(蛇)류 한약재, 자위피(刺蝟皮)도 관찰할 수 있었다. 동물성 약재뿐만 아니라 천마, 영지, 택사, 하수오, 황백, 목통, 통초, 육계와 같은 한약재들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해외 약재시장에서는 그 나라에서 많이 사용되는 많이 사용되는 약재에 대해 파악해 볼 수 있다는 다른 장점이 있다. 실습 때 보기 힘들었던 북사삼(北沙蔘)이나, 대한민국에는 수입되지 않는 중국당귀(中國當歸 Angelica sinensis (Oliv.) Diels)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단체로 약재시장을 둘러보고 나서 각자 흩어져 자유롭게 약재를 구경했는데, 내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후박이었다.

◇사진 3, 4, 5, 6(왼쪽부터 시계방향) 도교(생약명 Pruni Resina), 동충하초(생약명 Cordyceptis Vermis). 왼쪽 하단부터 오른쪽까지 자위피(생약명 Erinacei Corium), 자하거(생약명 Hominis Placenta).

수업시간에 후박(厚朴)과 위품인 토후박(土厚朴)에 대한 구분을 들은 것이 기억이 났는데, 한약명은 후박이지만 주피가 제거되지 않고 내가 알던 후박과 달라서 위품이 아닐까 의심을 하여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당시에는 샘플을 사지 않고 사진만으로 감별할 수 있을까 하여 사진만 찍고 교수님께 보여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코르크층이나 두께 부분에서 이상이 있지만, 지역마다 유통되는 후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 약재 샘플이 있어야 더 정확한 감별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샘플을 사지 못한 걸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시장이 워낙 넓은 까닭에 모든 지역을 전부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기회가 다시 오면 둘러보길 바라며 위린약재시장과는 작별인사를 했다.

2. 중국의 본초학서적과 한약국
약용식물원과 한약 시장처럼 기원 식물과 한약을 직접 보는 것도 조사하지만, 해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한약들을 배우거나 접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시장의 규모가 성장하려면 접근성과 인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교수님과 방문한 곳은 신화(新華)서점이다. 중국 최대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형서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분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방문하게 되었다. 서점에서는 여러 종류의 본초학 서적이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일반인을 위한 약초도감처럼 일반인을 위한 중 약학 서적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약재의 성분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적이나, 소규모 약재만을 다루지만, 삽화가 세밀하게 기재되어 있는 서적들도 볼 수 있었다.

내 눈길을 끈 것은 『중약학』 교과서로 총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책 내용을 살펴보면 전국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통교재로 채용하는 본초학 교과서와 기원, 효능 등의 설명에서는 유사하면서도 약리작용에 대한 정리 등도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분류는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통교재로 채용하는 본초학 교과서와 유사하면서도 교과서에 없는 약재들도 수재 되어 있었다. 다만 약재 사진 등이 세밀하게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 7, 8(왼쪽부터) 북사삼(Glehnia littoralis),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 (Oliv.) Diels).

여행 마지막 날 광시를 둘러보면서 한약국도 방문해보았다. 내 머릿속에 있던 약탕 냄새가 그득한 한약국의 이미지와 다르게, 모든 약재가 제형화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약은 질환별로 분류되어 있었고, 분류에 따라 해당 병증을 치료하는 약들이 판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령 부인과 질환 분류에서는 제형화된 익모초(益母草)를 판매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도 파는 한방파스제제와 유사하게 중국에서도 한방파스제제를 팔고 있었는데, 동물성 약재인 전갈(全蝎)을 이용한 외용제도 볼 수 있었다. 최근 보험한약시장도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처럼 제형화된 형태의 약물들이 수가가 보장되어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환경이 제공되면서 한의사들의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이런 약물들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면 한약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사진 9, 10(왼쪽부터) 신화서점 내부 본초학 관련 서적, 한약국 전경.

3. 여행을 마치며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자신의 저서 『호모 데우스-미래의 역사』(Homo Deus)에서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역사 공부는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하라고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한다.”라고 하였다. 해외에서 본초실습을 하는 것이 역사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냐고 물을 수 있다. 내게 이 여행은 기원 식물을 탐구하던 전통적인 본초학 연구체계를 간접적이나 느껴본 약용식물원 탐방에서, 현대적 제형까지 모두 아울러 볼 수 있던 소중한 시간으로 본초학적 연구체계를 유지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탐구해보자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끝으로 여행에 참여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 동신대학교 선배·동기분들과 지도해주신 동신대학교 정종길 교수님, 자문해주신 순천대학교 박종철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현석 / 동신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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