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조선왕실의 의료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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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조선왕실의 의료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승인 2017.09.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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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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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 조선왕실의 의료문화

 

김호 著
민속원 干

허준의 '동의보감'을 비롯해 조선시대 의료 분야를 연구해온 김호 경인교대 교수가 조선왕실에서 벌어진 생로병사를 다룬 책이 발간됐다. 책에서는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예(禮)는 사전에 다스림이요"라는 문구처럼 건강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잘 다스려야 한다고 봤다.

저자는 조선왕실의 의료문화에 대해 "구체적인 처방보다는 치료의 원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욕망인 기(氣)를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욕망을 절제하는 능력인 이(理)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대두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왕과 왕자의 온행(行幸)과 정조 독살설에 대한 대목이다. 온행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천을 찾는 일로, 현종과 숙종은 안질을 고치려고 온양온천을 방문했다.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의 온행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사도세자는 온양에 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영조는 이 과정을 임금이 되기 위한 수업으로 여겼다.

저자는 정조가 노론에 의해 독살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하루아침에 왕을 잃은 남인들에게는 정조의 죽음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며 "남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독살을 증명하기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왕실의 의료 연구는 단순히 ‘의료’라는 특별한 영역에 착목하려는 태도를 넘어서, 당시의 이념적 가치들과 일상적 삶이 엮어내는 ‘문화’를 포착하려는 문제의식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조선이 추구하였던 ‘유학의 가치’들이 의료 문화의 각 부분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책의 1장에서는 조선이라는 유교 사회의 의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을 다루었고 2장에서는 왕실의 출산 과정을 면밀하게 정리하고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예(豫)의 의례를 살펴본다. 3장은 식치 문화에서 왕실의 음식 문화를 예방과 절제의 미학으로 들여다보며 4장은 ‘전약(煎藥)’이라는 조선왕실의 특별 음식을 탐구하고 있다. 

출판사 민속원이 펴내는 조선왕실문화총서 시리즈의 13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조선왕실의 의료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룬 이론서로, 조선왕실의 의료문화의 기초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을 학습할 수 있음과 동시에 조선의 국가 이념인 성리학이 왕실의 의료 문화 한복판을 관통하며 엮어내는 다양한 양상들을 탐구함으로써, 한 사회의 문화적 가치가 질병을 정의하고 치료법을 제약하는 구조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값 3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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