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교수 통샤오린(仝小林)의 최신 중의 당뇨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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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교수 통샤오린(仝小林)의 최신 중의 당뇨병 치료
  • 승인 2017.09.1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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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행

이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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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 금궤요략, 온병 서평 시리즈 ⑧

‘실증적인 한의학’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경험으로 확인된 사실에 기초한 것, 경험으로 증명 가능한, 관찰-관측-실험을 불가결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자연과학과도 같은 한의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의학은 동양의 자연철학에 근거하여 발전된 학문으로, 인체를 소우주(小宇宙)로 보고 우주의 삼라만상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하는 관념적 방법에서 정리된 의학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학은 해부학적이고 세포학적인 시각으로 물질 중심의 분석적인 방법에 의하여 발전된 통계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라는 시각에 대한 안티테제이다. 


하지만 나는 두 논지는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한의학은 관념적 이론에서 정리된 것’이라는 기본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음양오행으로 대표되는 이론들을 배우다 보면 한의학은 이로부터 연역되어 나온 철학적 바탕을 가진 의학체계인 듯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의학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조금만 찾아보면, 각종 고고학적 발굴과 문헌자료들은 야마다 케이지의 『중국의학의 기원』에서 볼 수 있듯 수많은 경험이 쌓여 의학 논문들이 형성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용 경험이 축적되며, 현실 문제 해결에 더 적합한 새로운 이론체계가 형성되는 발전 방식이 중첩되어 한의학이 형성되어 왔다고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의 축적’이다. 이것이 제대로 된 이후에야 기존 이론들의 진가를 판단할 수 있고,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도 있으며, 새로운 학설을 연구할 수도 있다.
 

한의학적 연구와 발전의 측면에서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의가가 바로 통샤오린이다. 그는 2013년에 단일 질환인 당뇨병만 20만건 이상의 케이스를 쌓아 놓은 사람이다. 그렇게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니 현대 임상과 고전 이론들의 괴리를 알게 되고, 나아가 새로운 이론도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현대 임상에서 당뇨병 환자의 80%는 체형이 비만하고 그 80%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삼다일소(三多一少: 多飮, 多食, 多尿, 消瘦)”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전통적인 음허조열(陰虛燥熱) 이론으로 현대 당뇨병 환자들을 치료하면 혈당강하효과가 이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비단(脾癉: 비만형 당뇨병)과 소단(消癉: 마른형 당뇨병)을 나누고, 특히 비단과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의 개념을 연결시켜 이론을 전개한다. 2형 당뇨병과 내당증장애(Impaired Glucose Tolerence)에서부터 합병증이 출현하기까지의 병기를 울(鬱)-열(熱)-허(虛)-손(損) 이라는 4단계로 나누어 개괄하여 처방과 치료법을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통샤오린의 연구성과는 중의약관리국(国家中医药管理局)에서 만든 95개 질환의 진료표준지침이 되는 1차(2010), 105개 질환을 다룬 2차(2011), 104개 질환을 다룬 3차(2012)  중의우세병종연구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차 비준안에서 당뇨병 치료에 대한 개괄을 다루었다면, 2차, 3차 비준안에서는 내당능장애와 당뇨병 합병증에 대한 대응방안까지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이것이 통샤오린의 진료실에서 쌓은 20만건 이상의 케이스가 중앙정부 부처에서 만들어 내는 진료 지침까지 바꾸게 되는 과정이다.


통샤오린의 학술적 기초는 상한금궤방(傷寒金匱方)-중국에서는 경방(經方)-이다. 어떤 질병이라도 병기(病機)만 같다면 병기에 상응하는 처방으로 치료한다는 이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방증상응(方證相應)과 이를 구성하는 약대(藥對)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현대 약리연구 성과를 임상에 적용시켜 상한금궤방의 치료 범위를 전통적인 방증에 국한시키지 않고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상한금궤방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 환경의 변화에 의해 임상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상한금궤방의 적응증과 부합되지 않을 때에는 대의(大意)와 주지(主旨)를 벗어나지 않는 전제하에서 약미를 가감하거나 새로운 처방을 만들어 임상에서 적절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원전의 암기와 이해, 임상경험과의 결합, 원전의 뜻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도 같다. 선배들의 경험을 제대로 안 이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것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때 원전(原典)에 있다면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었던 원전 만능주의가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실험과 논문을 바탕으로 한 한의학이 모든 것인 듯 주장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원전을 통해 형성된 한의학 이론들을 모두 폐기해야 더 나은 한의학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 근본주의(fundamentalism)나 다름 아니다. 


“한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임상 진료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에 대해 나는 그 모범 답안으로 통샤오린을 든다. 이 책은 당뇨병 치료기법을 기술한 책이지만, 현대를 사는 한의사로서 한의학을 어떻게 공부하고 임상에 적용시켜 나가는지 습득하기 위한 책으로까지 확장시켜 읽는 것이 좋다. 상한금궤방의 공부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면 더욱 읽기가 쉽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학생이든 한의사이든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서 추천하는 바이다.


한의사 이원행(대한동의방약학회 학술국장, 일산 화접몽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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