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훌륭한 콘텐츠, 동시대에 잘 전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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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훌륭한 콘텐츠, 동시대에 잘 전달하고 싶어요”
  • 승인 2017.09.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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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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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지홍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전임의

 

해외 학술대회 가보니 한의학 역량 결코 부족하지 않아…다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必
근거에 기반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환자 중심의 치료 구현하고파

 

◇지난 4월 열린 한국자폐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이지홍 전임의.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학술적인 언어라면 논문이 될 것이고, 일상적인 언어라면 진료실에서의 설명이지 않을까요.” 여러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참관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의사가 있다. 연구에만 집중하지 않고 임상에서도 환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비용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이지홍 전임의(34·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근 임산부·영유아 약물투여 지침 강연(7월)과 한의학 분야 측정량 연구회(8월)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어떤 내용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임산부·영유아 약물투여 지침은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의 주관으로, 한의사들이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약물 투여할 때 안전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임산부나 영유아를 주로 진료하시는 조선영 KBS한의원 원장님, 성현경 세명대학교 교수님, 이선행 경희대학교 교수님, 조준영 꽃마을한방병원 원장님과 함께 작업했다.

한약복용과 관련하여 진료실에서 많이 접하는 질문을 모은 뒤, 여러 문헌을 참고하여 답변을 작성했다. 실제 진료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작성한 것이다. 지침은 현재 수정 작업 중이고 곧 PDF 파일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의학 측정 연구회는 우연한 기회에 참가하게 됐다. 평소 한의학 치료로 변화된 것을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었다. 이 연구회는 국가참조표준센터와 경희의료원 혈류데이터센터 주관으로 진행되며, 한의학 연구자 및 통계학자들의 연구 발표의 장이었다.

측정 분야 중에서도 설진과 피부 습도를 타깃으로 진행 중이었던 터라 소아 설진을 주제로 현재까지 임상적, 문헌적 고찰에 대해 짤막하게 발표했다. 한의사들의 발표에 국가표준참조센터의 연구자분들이 코멘트를 주시는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측면을 짚어주시는 경우가 있어 유익했다. 
 

▶특별히 한방소아과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전문의 과정을 끝내고 전임의를 하게 된 이유는. 
한방소아과학은 본과 3학년 때 가장 재미있게 공부한 과목이었다. 한방소아과학이란 과목이 분량도 많고 시험도 어려웠지만 흥미로웠다. 졸업 후 한의사로 근무하면서 진료실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소아 질환을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어서 한방소아과 전공의로 수련을 받게 됐다.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좋은 기회에 한방병원 전임의로 근무하게 됐는데, 원내에 진료나 연구 방면에서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으셔서 보고 듣고 배우는 점이 많다.  


▶아무래도 소아·청소년을 주 환자층으로 대하다보니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게 많을 것 같다. 
한방소아과 전공의 시절에는 이 분야를 공부하니 육아가 쉽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으나 절대 그렇지는 않았다. 육아는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한방소아과학 지식 및 진료 경험, 그리고 육아는 서로에게 쌍방향으로 큰 도움이 된다. 아마도 부모인 한의사분들께서 대다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릴 때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한약을 투여하면서 증상 개선 뿐 아니라 식사, 배변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활기가 넘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아이가 덜 아프면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 입장에서도 훨씬 수월하다. 


▶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게 됐는지. 또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나 궁금해 하는 건강지식은 무엇인가? 답변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진료실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만, 진료실에 내원하지 않는 아이들이나 보호자 분들은 어떤 궁금한 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한방소아과는 아이들의 건강 상황에 대해서 본인에게 직접 묻기도 하지만, 보호자에게 문진하면서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네이버 지식in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올리는 글에는 키 성장에 대한 경우가 많다. 물론 우연히 나에게 그런 질문들이 배정된 것일 수도 있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기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인 키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 정도까지 반드시 커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외모도 중요할 수 있고 학업에 집중하느라 시간도 많지 않은 현실이지만, 청소년기에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관심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답변을 작성할 때 근거에 기반을 두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게 돼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IP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떤 활동인가?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에서 한의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자 (Information Provider, IP)로 활동하고 있다. 최신 한의약 관련 논문을 읽고 요약 정리 및 비평을 하는 것이다. 혼자 논문을 읽을 때보다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며 꼼꼼하게 읽게 된다. 예를 들면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을 읽을 때는 해당 논문의 비평을 위해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출간된 <체계적 문헌고찰 매뉴얼>을 참고하면서 작성했다. 
 

▶올해 5월 독일에서 열린 학술대회를 참관했는데.
지난 5월 3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World Congress on Integrative Medicine & Health 2017’에 참가했다. 유럽통합의학회의 the European Congress for Integrative Medicine과 국제보완의학연구회의 the International Congress on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ICCMR)가 함께 개최된 것이다.   

강당과 9개 회의실에서 세션 별로 다양한 강의, 발표, 워크숍이 진행됐다. 해외 학술대회를 처음 참석한 것이었는데, 시간표에 관심 가는 발표의 일정이 겹쳐지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통합소아과학 연구, 영국에서 진행되는 항생제 사용에 대한 연구, 보완대체의학 분야의 질적 연구에 대해 관심 있게 들었다. 

학술대회 및 다음날 독일 통합의학 병원 참관까지 4일 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 및 임상가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었다. 느낀 점은 한의학의 역량이 역사, 인적 자원, 연구 수준면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더 잘 설명하고 소통할 것인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학술대회에서 얻는 지식이나 정보도 좋았지만 연구자들의 열정적인 태도나 학회장의 학구적인 분위기 역시 많은 영감을 주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거나 소망하는 바가 있다면. 
효과적이며 안전한 치료, 근거에 기반하며 비용효과적인 치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진료실에서 구현해나가고 싶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논문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앞서 베를린 학술대회에서 느낀 것처럼 한의학의 훌륭한 콘텐츠를 동시대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방법은 학술적인 언어로 한다면 논문이 될 것이고, 일상적인 언어라면 진료실에서의 설명이나 네이버 지식in 상담 활동과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나로부터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항상 새로운 도전을 통해 후학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시는 장규태 교수님, 깊은 통찰이 담긴 가르침을 주시는 이진용 교수님, 그리고 한방소아과 전문의로 키워주신 이승연 교수님과 유선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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