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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도서비평 | 백년을 살아보니
2017년 08월 18일 () 06:21:49 이현효 mjmedi@mjmedi.com


2015년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인턴>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70세의 드니로가 시니어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30세의 인터넷 쇼핑몰 CEO와 겪는 일들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이다. 늙음은 말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아직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이 남아있는 나이인지라, 어떻게 나이듦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97세의 김형석 교수가 쓴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서점에서 접하게 되었다.

   
김형석 著
덴스토리 刊

책은 5가지 주제를 다룬 수필집이다. 행복,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 돈과 성공, 노년의 삶이 그것이다. 우선은 돈과 성공의 문제를 다룬다. ‘강 이편에서 강 저편을 탐하는 삶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학의 총장을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분, A대학 총장으로 가기 위해 B대학 총장직을 징검다리로 삼는 분등 주변을 바라보며 자기 목적을 위해 현재를 소홀히 하지 말라 타이른다. 즉 경제적으로 중산층이면 충분하고 정신적으로 상위층의 삶을 추구하라는 조언을 한다. 권력, 명예, 재물, 쾌락 등은 소유에 해당되므로 그런 것들을 소유했을 때는 만족과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이라 간주하지만 상실했을 때는 고통과 불행으로 바뀐다고 진단한다. 즉 소유의 노예가 되는 삶은 정신적 행복에서 멀어지며 더 많은 소유욕에 빠져 고통과 불행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라는 화두에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이라 규정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이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노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의 모친이 “우리 장손이 스무 살까지만 사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라며 고백할 만큼 그는 잔병치레를 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신사참배문제로 학교를 자퇴하기도 하고, 학도병징용문제로 절망하다 4.19와 6.25를 겪는다. 가진 것도 없었는데, 탈북과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두동생과 여섯 자녀를 부양하며 책임지고 살다보니 망백의 나이가 되었노라고. 건강과 가난 둘 다 타고난 인생의 짐이었으나 그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을 때까지는 고생의 연속이었노라고.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했다.

결혼과 가정에 관한 글을 상배(喪配)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이 들고 자녀들이 성장한 후 배우자를 여의는 일이다.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살다가 한쪽이 먼저 가면서 겪는 공허감과 고독감의 문제를 언급한다. 자녀들도 그 고독감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60년대 미국에 가보니 50대 이상 독신남녀를 위한 미팅이나 파티를 교회에서 열어주는 것을 보았는데, 사랑하라고 설교만 하는 것보다 사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더라는 이야기도 남겨 놓았다.

자녀교육에 관한 언급도 인상적이다. 평범하게 자라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라. 가능하다면 주어진 분야의 지도자가 되어라. 그게 끝이었다. 어린애를 수재, 영재로 만들려고 간섭하고 고생시키는 것은 볏모를 잡아 빼서 빨리 자라게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배울 바가 많았다. 그리고 장수의 비결로 일을 꼽고 있다. 노후에 일이 없으면 불행해지더라는 것이다. 한의사라는 직업은 그러고 보면 참 복 받은 직업이다. 자기 건강도 챙기고 남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며, 정년 없이 일할 수 있으니 장수의 요건(?)은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 아닌가.

이현효 / 김해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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