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17> 통찰과 통합을 위한 삼단전 마음챙김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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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17> 통찰과 통합을 위한 삼단전 마음챙김 명상
  • 승인 2017.08.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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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강형원

mjmedi@http://


강 형 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은 임상현장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기존 치료법들과 접목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특히, 한의학의 기공과의 접목은 주목할 만하다.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 순간 내면의 깊고 고요한 부분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기공은 집중과 통찰의 명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신체 움직임과 함께 기(氣)를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마음챙김 명상의 기전과 효과는 미국의 심리학자 폴 매클린(Paul D. MacLean)의 뇌 삼중구조론(Triune brain theory)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진화와 함께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세 부분을 가지는 삼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파충류의 뇌(뇌간), 포유류의 뇌(변연계), 영장류의 뇌(신피질)로 각각의 뇌는 고유의 기능을 담당함과 동시에 상호보완적으로 활동한다.


파충류의 뇌에는 자기보존,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뇌간이 자리 잡고 있다. 주로 호흡, 혈압, 성적, 공격성의 본능적 행동을 관장하고, 감각운동신경계를 사용하여 위기 상황에서 재빨리 대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유류의 뇌는 정동, 정서, 기억과 관련한 변연계(limbic system)가 자리 잡고 있다. 파충류의 뇌보다 훨씬 나중에 진화한 뇌의 영역으로 주로 동기, 정서를 관장한다. 영장류의 뇌는 가장 최근에 진화한 뇌로 대뇌 신피질(cerebral neocortex)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고, 언어, 판단, 분석, 계획, 인지의 능력을 관장한다. 


이렇게 뇌간-변연계-신피질이 각각 생존하고-느끼고-사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세 개의 뇌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항상 협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피질은 CEO로서 하위 뇌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뇌는 상위 뇌가 하위 뇌에게 지배력을 빼앗겨(hijacking)신피질이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과 같은 불안신경증 그리고 화병, 우울증, 조울증, 인격장애에서 볼 수 있는 충동적, 공격성 등이 이 때 일어난다.


마음챙김 명상은 힘든 생각이(신피질) 어떤 감정인지(변연계) 그리고 어느 신체부위에서 경직되는지를(뇌간) 알아차리게 되고(신피질), 꼼짝 못하거나 경직되어 있는 상태에서(뇌간) 어떤 감정과(변연계) 연관되어 있는지를 인지하게(신피질) 하는 과정을 훈련하게 한다. 전자를 ‘Top-down processing’, 후자를 ‘Bottom-up processing’이라고 하여 뇌의 ‘위-아래’, ‘아래-위’로의 순환과정이 ‘알아차림’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기순환의 의미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기(氣)를 알면 인체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한의학을 기의학(氣醫學)이라고 할 정도로 기를 빼고는 한의학 임상을 말할 수 없다. 기순환과 조절은 한의학 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는 원래 자연현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기의 운동변화로부터 우주의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인체의 생명활동도 이와 같이 해석하는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기가 막히다’, ‘기가 차다’, ‘기가 딸린다’ 같은 관용어는 기의 개념이 얼마나 일상화 되었는지 말해준다.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이 태(胎)중에 있을 때에는 어머니를 통해서 호흡하다가 태어나서 탯줄을 끊으면 한 점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배꼽 밑에 모인다”고 하여 이곳을 단전(丹田)이라 하였다. 단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마 한가운데 양미간사이 중앙점을 상단전(上丹田)이라고 하고, 가슴 한 가운데에 해당하는 양 유두사이 중앙점을 중단전(中丹田), 배꼽아래 3촌(엄지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을 합쳤을 때의 길이)을 하단전(下丹田)이라고 한다. 또한 “하단전은 정(精)을 저장하는 곳이며 중단전은 신(神)을 저장하는 곳이고 상단전은 기(氣)를 저장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각 단전에 저장되어있는 정·기·신을 한의학에서 삼보(三寶)라고 하여 생명의 근원으로 삼았다.


기가 모아지는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하단전은 결단하고 의도하는 자리이다. 큰 나무에 깊은 뿌리가 있듯이 지금의 나를 ‘나’로 만든 근원적인 힘이 존재하는 자리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흔들림 없는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하고 한다. 뭔가를 결심하거나 결단할 때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뇌의 영역에서는 호흡, 감각, 생명 중추가 있는 뇌간의 영역과 유사하다. 중단전은 사랑과 긍휼의 자리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곳에 집중하면 고통 받는 사람들을 향한 측은지심이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뇌의 한가운데 변연계에서의 감정의 움직임이 이곳과 연관되어 있다. 상단전은 지성의 자리이다. 통합하고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알아차리는 자리이다. 대뇌피질 중에서도 전두엽 기능이 이에 해당한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학창시절을 어둡게 보내고 찾아온 우울증 여대생의 삼단전 마음챙김 명상 내용 일부이다.

“배꼽 아래 하단전에 의식을 집중합니다. 하단전에서는 어떤 느낌이 드나요?”
“물렁물렁한 느낌요. 주먹만한 게 물렁물렁해요”
“가슴 한가운데 중단전에 의식을 집중합니다.” 
“텅 빈 것 같아요. 비어있어요. (눈물~)”
“거기 눈물이 나는 텅 빈 가슴 한가운데에 잠시 머물러봅니다.” 
“아.. 이건 슬픔이구나(눈물을 흘린다).” 
“중단전에 텅 빈 중단전에 계속 머물러 있으니까. 이건 슬픔이었구나! 하는 게 이마의 한가운데 상단전에서 알아차려지네요?”
“네. 슬퍼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그런 거 아니야. 네가 숨어 지낼 필요 없어”
“그동안 숨어 지냈던 나 자신이 참 가여워 보이네요?” 
“네. 더 이상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외치고 싶어요”
“네. 그렇게 외쳐도 됩니다”
“(입술을 깨물면서 단호하게 외친다) 상관하지 않을래. 이제 더 이상 상관하지 마!”
“이제 하단전의 이미지와 중단전 그리고 상단전을 그대로 연결해봅니다. 그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따라가 봅니다.”
“아.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하단전이 단단해지면서 ‘용기’라는 단어가 올라와요. 그러면서 가슴까지 벅차져요.”  
“그 하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용기를 하단전에 그대로 저장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하단전에 머물러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상단전에서 알아차립니다.”


위의 사례는 마음챙김 명상이 기공의 중요한 단전과 결합했을 때 통찰과 통합이 명확하게 더 빨리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단전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챙김 상태에서 의식을 기가 모이는 세 단전에 집중하여 감각, 감정, 느낌 등을 알아차리는 수행법이다. 한의학의 삼단전 기공과 마음챙김 명상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단전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지는 과정을 마음챙김 상태에서 체험하는 것이다. 


임상에서 삼단전 마음챙김 명상은 내면의 문제를 구체화하고 심화시켜 처리해나가는 임상기법으로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고, 자기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자기수행의 과정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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