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조사] ‘불법의료’ 특단조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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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조사] ‘불법의료’ 특단조치 시급
  • 승인 2003.12.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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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대학 너도나도, 신종 자격 속출
한의계, 대응커녕 실태조차 파악 못해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가 위험수위에 달했다.
특히, 민간자격을 빙자한 자격증 교부나 일부 대학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강습이 계속되고 있는 등 불법 의료행위의 폭발적 증가는 막을 수 없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여기에다 최근 복지부 보건의료발전기획단이 마련한 ‘참여정부 보건의료발전계획안’에서 “신규 보건의료직종에 대해서는 민간에서의 자격인증체계를 구축해 활성화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자칫 한방의료의 범위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어서 대책마련은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본지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침·부항 등 한방의료 강습이 폭 넓게 행해지고 있으며 한방 치료 앞에 다른 문구를 붙인 다음 ‘요법’이라는 말을 써 마치 현 한방의료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일반인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심천사혈요법’과 ‘64 부항사혈요법’을 들 수 있다.
이들 요법은 “인체의 어혈을 인위적으로 빼주어 혈액순환을 도와줌으로써 인체의 질병을 복원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의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중에도 이러한 제목의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이러한 명칭으로 일반인에게 강의를 마쳤거나 강의 중인 것으로 조사된 대학은 충남대, 한남대, 우석대, 계명대, 원광대, 동아대, 경남대 등이다.

또 수지침과 카이로프라틱은 이미 일반화된 강의이고, 침·뜸 등 한방치료를 제목으로 내걸고 수강생을 모집해 강의를 한 곳은 숙명여대, 여수대, 경기대, 고려대, 단국대, 명지대, 부산대, 총신대, 전남대, 목원대, 천안대 등으로 조사됐으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숙명여대, 경기대 등은 이수자에게 총장명의의 수료증을 준다고까지 광고하고 있다.
이는 수료자가 의료행위를 해도 되는 것으로 비추어져 불법의료행위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또 ‘전통약손지도자’, ‘대체의학건강관리사’ 등 새로운 직종도 마구 등장하고 있다.
교습자 수가 늘어나고 조직이 커져 정치적 영향을 미칠 규모가 되면 이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일이다.

따라서 당장 불법의료행위를 저질러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주고 있는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하겠지만 우선 이를 조장하는 강의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계는 개인차원이나 일부 지역 한의사회에서 극히 미약하나마 불법의료행위를 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강습행위에 대해서는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가 뚜렷한 불법의료 근절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 당사자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이를 막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현재 한의계와 마찬가지로 불법의료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치과의료계의 경우 기공소에 대한 치과의사의 관리감독을 내용으로 하는 ‘지도치과의사제’를 도입해 불법의료행위 차단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는 수단도 없어 자체의 지속적 고발과 불법의료를 조장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 그리고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객관적으로 연구해 이를 금지해줄 것을 당국에 요구하는 수준에 불과해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이 요망된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한 학원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의료를 대상으로 한 강의를 할 수 없으나 단체나 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강의는 마땅히 제한할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난 9월 박시균 의원(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했다가 돌연 철회한 의료법 개정안과 같이 법률적으로 이를 제한할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우리 한의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환자에게 첩약을 팔고 침·뜸·부항을 시술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그만 동네라서 고발자가 이웃 한의사라는 것이 알려지면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어 고발을 미루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협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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