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87> - 『通俗漢醫學原論』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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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87> - 『通俗漢醫學原論』①
  • 승인 2017.07.2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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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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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치하 민족의학 수호의 기치

 

근현대 한의 학술 명저 가운데 하나로 海山 趙憲泳(1900~1988)이 지은 이 책 『통속한의학원론』을 꼽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전통의학에서 사용해 온 여러 가지 주요 이론에 대해 현대과학적인 해석을 덧붙여 설명하려고 노력하였으며, 25세 때부터 스스로 한의학을 자학자습하고 나서 30대 이후 임상적인 지견을 곁들여 수많은 한의처방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정리하였다.

◇ 『통속한의학원론』

조헌영은 한의학자이자 민족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의병장을 지냈던 조부와 아버지로부터 한학을 익히고 대구로 나와 고등보통학교에 다닌 뒤 일본 早稻田大學 영문과에 진학하였다. 그는 유학시절 재일본 동경 조선유학생 학우회장을 지냈으며, 1927년 新幹會 동경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항일민족운동을 펼쳤고, 귀국한 뒤에도 1929년에 신간회 상무위원을 맡는 등 민족운동을 계속해 나아갔다.

그러나 1931년 신간회가 강제 해산된 뒤에는 한의학 연구에 몰두하여 스스로 東洋醫藥社란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학술잡지 『동양의약』지를 발행하였다. 이 때문에 한의학술 연구와 신지식의 교류와 보급,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근대 한의학을 개척하여 한국한의학의 기초를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1935년 조선어표준말 사정위원회 위원, 조선어 큰사전 편찬전문위원으로 활약하였는데, 훗날 『조선말큰사전』에 한의학용어와 약초 이름이 대거 표제어로 선정된 것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1945년에는 임시정부 및 연합군 환영준비위원회 사무차장 등을 역임하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가 다른 무엇보다도 근대 한의학 재건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점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8년 제헌국회 의원으로 선출되어 한의사제도의 수립에 결정적인 공로를 남긴 것이다. 그는 또 제헌의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강력히 추진하였고, 이어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활약하여 강한 민족주의적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피난하지 않고 서울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었다. 북한에서는 주로 한의학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평양의과대학 동의학부 교수를 역임하면서, 한의사 양성사업과 함께 『동의처방학』, 『동의학용어사전』등을 편찬하였다. 또 다른 한편 『의방류취』, 『향약집성방』,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역대 한의고전명저를 차례로 번역하여 출판하는 등 한의고전연구 분야에서도 방대한 연구업적과 학술성과를 쌓았다.

또한 그는 북한에서도 1956년 7월 재북 평화통일촉진협의회 집행위원을 맡았고, 1980년 7월에는 서기장으로서 활동하다가 1988년 5월 23일 평양에서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 그가 펼친 북한에서의 한의학연구는 제자인 동의학연구소 김동일 교수 등에 의해 지속되었다.

특히 그는 일제강점기에 이미 한의학 연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는데, 1930년대 『新東亞』에 한의학술논문을 연재함으로써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과 아울러 우리 민족의 전통의학을 멸시하고 박해하는 책동에 반발하여 한의학의 독자성과 우월성, 나아가 고유의 생명력을 논증하는 글을 발표함으로써 근대 한의학 개척자로서의 선구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 한의학저술로는 이 책 『통속한의학원론』을 필두로 『民衆醫術理療法』,『肺病漢方治療法』,『神經衰弱症治療法』,『胃腸病治療法』,『婦人病治療法』,『小兒病治療法』등을 남겼다. 뒤쪽 한방치료법시리즈 5종은 훗날 『東洋醫學叢書五種』이라는 서명으로 통합하여 출판되었다. 이 저술들은 일제강점기 목표의식을 상실한 채 표류하던 의인들에게 민족의학 수호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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