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확신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확인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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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확신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확인의 대상”
  • 승인 2017.07.2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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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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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강원도 양구 방산면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중인 권찬영 한의사

한의학은 환자를 치료하는 도구일 뿐, 완벽하지 않아…강점과 한계 바르게 알아야
4차 산업혁명 등 의료정보 대중화…환자와 함께 의사결정 하는 의료인 시대 올 것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인턴과 레지던트 수료, 석사 학위 취득, 박사 과정 휴학, 그리고 공중보건의 4개월 차. 자신의 꿈을 향해 20대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의사가 있다. 그의 꿈은 소외된 계층을 위한 병원을 세우는 것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권찬영 한의사(28·방산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권찬영 한의사.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동의대에 07학번으로 입학, 졸업 후 강동경희대한방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지냈다. 동시에 경희대 임상한의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과정 휴학 중이다. 올해 4월에 강원도 양구 방산면 보건지소에 발령받아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임상한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주로 무엇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지.
강동경희대한방병원에 계신 김종우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했었다. 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을 하기 전에 예비 과제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개발을 위한 사전 예비 연구, 또 하나는 우울증 한의임상진료지침에 관한 것이었다. 표준화나 임상진료지침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하고 싶은 것과도 연관이 되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병원을 짓는 것이다. 돔구장 형태로, 햇볕이 잘 드는 곳. 주 환자층은 독거노인이나 학대 받는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펼치고 싶다. 가장 낮은 자들에게 가장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것을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관심을 갖고 있는 질환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노인우울증, 노인 다제복용,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현재는 다제복용(Polypharmacy)에 조금 더 관심이 많다. 양방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약을 주는데, 예를 들면 어르신들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중풍 등의 질환 갖고 있다. 병원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을 처방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여러 약을 복용하게 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준거지만 환자는. 이것이 문제가 된다. 관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약을 많이 복용하는 것을 줄일 수는 없는가. 노인의학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다제복용의 문제를 많이 다루더라. 다제복용을 줄이는 과정은 한의학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의사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마음 맞는 의료진들이 같이 해야 할 것 같다. PTSD 관련해서는 박사과정 논문으로 쓰려 한다. 


▶올해 초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한방신경정신과를 택한 이유는. 
학생 때 장기려 박사의 복음병원에 대해 알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기 전에 보고 싶은 모습은 상처받은 환자들이 병원 가운데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쐬며 웃고 있는 장면을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병원을 세우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의료인으로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훗날 자본을 모으거나 펀딩을 받기 위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스스로 정신과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중독 질환을 정복해보겠다는 마음으로 강동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를 택하게 됐다.  
 

▶지금은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공중보건의 생활은 어떤가. 
근무하고 있는 방산면 보건지소는 양구 읍내에서도 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일단 경치가 좋고, 공기도 맑다. 환자가 워낙 적게 오기 때문에 일이 어렵진 않다. 안타까운 것은 마을 주민들이 공중보건의를 봉사활동 온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막 대한다는 게 아니라, 미안해하신다. 침 맞고 또 와도 되냐고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다. 함께 공중보건의를 하고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 선생님과 진료실 바로 위층 관사에서 지내고 있다. 주말에 열리는 5일장에 가기도 한다. 


▶보건의 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환자는.
중풍을 앓게 된지 6개월 정도 된 환자 분이다. 혼자 사는 어머님인데, 중풍 후유증 때문에 오른쪽에 반신마비가 왔고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는 있다. 환자 스스로 의지가 있어서 매일 와서 침을 맞고 대화를 나누는데 그분이 기억에 남는다. 


▶명상지도전문가 자격도 갖고 있다. 취득한 계기가 있나. 
명상학회는 한의사가 주축이 되는 곳은 아니다. 교육이사 같은 경우에는 지도교수님이 맡고 계시긴 하지만 보통 심리학과 교수들이 주축을 이룬 학회다. 장현갑 교수라고 심리학과에서 저명한 교수가 있는데 미국에는 MBSR이라는 명상프로그램이 있는데 한국판으로 K-MBSR로 옮겼다.

자격을 따기 위해서는 명상학회의 일정 교육을 이수를 하고, 이수 이후에 명상학회에서 인정하는 학회 활동을 해야 한다. 지회 모임에 나가거나, 여름 캠프에 가거나,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등 일정 시간 이상 충족돼야 하고 수련한 과정을 교수들에게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요새는 바뀌어서 시험도 있다고 들었다.

이번 논문에도 쓰긴 했지만, 심리학과의 명상과 우리가 쓰는 명상은 약간 다르다. MBSR은 8주 과정이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환자가 명상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질병을 치료 받거나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명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생기면 4주로 단축시키거나 상담 중에 명상 기법 응용하거나 침 치료와 명상을 병행하는 등 진료에 도움이 된다. 레지던트 할 때 화병 스트레스 클리닉에 있었는데 우울증, 불환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마음속에 한(恨)처럼 생각하는 것들을 치유하는데 여러모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던 것 같다. 
 

훗날 소외된 약자를 위한 병원 세우고파…지금은 씨앗 뿌리는 시기


▶한의사 권찬영이 생각하는 ‘한의학’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한의사의 역할은 ‘나의 한의학’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의사도 마찬가지다. 의술이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려고 있는 인류의 자산이다. 다만, 전문적인 지식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등 모두가 의학에 종사할 수는 없기에 전문직이 되었다고 본다. 그 중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한의학’이라는 의학이 환자에게 필요할 때 적용시키는 게 아닐까. 

한의학이 신뢰 혹은 불신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불편하다. 한의학에 대한 연구는 생각보다 많고 검색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확신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이든 의학이든 누군가의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필요한 이론이나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한의학은 절대 확신의 대상이 아니요, 끊임없는 확인의 대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의료인인 우리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의심하고, 확인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전까지는 옳다고 생각한 치료법이라도, 뒤집힐 수 있는 것이 의학이다. 확신하지 말고 확인하자. 

한의학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한의학은 환자를 치료하는 도구일 뿐이며 한의사들이 들고 있는 도구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은 도구를 그래도 완벽하게 사용하려면 그 도구의 강점과 한계를 바르게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의료인의 모습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시민 모두가 광장에 모여 발언권을 갖고 이야기를 하며 의사결정을 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의학도 그런 시대가 올 거라고 본다.

이전까지의 의학은 똑똑한 사람, 혹은 집안에 내려오는 비전을 잇는 것이었다면(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는 의료정보가 대중의 것이 되지 않을까. 이제는 사람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검색하면 의료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중의 선택권의 중요해짐에 따라서 우리의 역할은 달라진다. 일방적인 권유가 아닌, ‘Shared decision making(공유 의사결정)’을 통해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환자가 더 선호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의료인의 모습이 바뀌게 될 것이다.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는데,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 달라.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도티기념병원이라고, 1982년에 개원해 35년 간 소외된 자들을 진료하는 데 매진했던 병원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폐업했다. 그동안 맡은 바 소명을 다했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보다 더 가난하고 고통 받는 환자가 많은 나라를 돕겠다고 하더라. 그곳의 모토도 가장 낮은 자들에게 정성된 진료를 하는 것이었다. 

협진도 생각하고 있다. 한의사니까 한의학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환자의 건강을 다루는 의료인이라면 환자 중심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환자에게 더 맞는 것을 주기 위해 양방의학을 권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언급한 것(병원 설립)은 평생계획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그 계획을 향해 가는 것이 내가 갈 길이다. 인생의 전성기를 40대 초중반으로 설정해뒀다. 지금은 씨앗을 뿌리는 시기다. 아직 20대니까(웃음). 고구마를 캐다보면 줄줄이 나오는데 그러려면 뿌리를 내리가 서로 얽혀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하려면 호흡하는 곳에서의 나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해야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여러 일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공중보건의기 때문에 공중보건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다. 양구에 계신 한의사 선생님들이 의지가 있어서 하지정맥류 임상연구를 준비 중에 있다. 경도인지장애도 따로 임상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 기회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의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지도교수님인 김종우 교수님,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도해주시는 정신과 정선용 교수님, 항상 후학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시는 조성훈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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