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복수 면허 3인이 본 한의학과 한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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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복수 면허 3인이 본 한의학과 한의계
  • 승인 2017.07.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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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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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자가 바라보는 ‘한의대 교육-진단기기사용-임상 진료’는?


 

“특화 진료 더 확대 돼야…한의학 정체성 살린 의료기기 개발”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뒤, 의과대학에 진학해 양의사 면허를 취득한 복수면허자들은 현재 한의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본지 창간 28주년 특집 인터뷰로 복수면허 취득자 3인에게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성주(동의대한의대-고신대의대)/유현희(원광대한의대-고려대의대)/장성원(경희대한의대-경희대의대)

▶본인 소개를 해 달라. 
유현희: 한의대 졸업 및 한방 내과 전문의 취득 후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한방병원에서 주로 협진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로 재직 중이다.

장성원: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현재 세명기독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강성주: 동의대학교 한의대학 졸업 후 고신대학교 의대를 거쳐 내과전문의를 취득하고 현재 부산 강내과의원 서강약손한의원 개원 중이다. 
 

▶복수면허를 취득한 계기가 궁금하다. 
유현희: 대학 부속 한방병원 수련의 근무 당시 환자 진료에 있어 느꼈던 답답함,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 등이 하나의 계기였던 것 같고 향후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통합 의학 분야로 진로를 개척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다시 의대로 진학 하게 되었다.

장성원: 현대의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강성주: 의학을 다양하게 접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결국, 복수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의과 대학 재학 중에 여느 한의과대학생들처럼 한의학적인 사고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부 재학 중 학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학술 동아리가 한의학의 고전 원리를 연구하는 동아리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만약 한의학적인 접근을 서양 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졸업을 하던 1997년 당시만 해도 의과대학에 다시 진학한다는 개념이나 케이스가 매우 드물었다. 의학을 공부한다고 한다면 동서양 양쪽의 관점에서 모두 다 관찰하는 것도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의대에 진학했다. 

의과 대학 진학 후 본과 공부를 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많았는데 동기나 선배 등 여러분들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많이 도와 주셔서 무사히 졸업을 했다. 한의과대학과 의과대학 그리고 석사 등 학업에 대한 복도 많았지만, 인복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진료를 함에 있어서 한의학을 어떻게 접목하고 있나. 
유현희: 기본적으로는 진단과 치료에 있어 현대 의학의 지식과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환자가 불편해 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현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제시되는 치료 지침이 없거나 단순히 경과 관찰을 해야 할 때 한의학에서 도움 되는 치료들을 병행 하고 있다. 또한 단순 근골격계 환자에게 진통제 사용을 대신해 한방 치료를 하기도 하고 심리적 안정이나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도 한방 치료를 적용해보고 있다.

장성원: 근육성 통증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한방치료를 받아보라고 권한다.

강성주: 전공의 수련 전문 과목이 내과다보니 주로 내과 질환위주로 한의학과 접목을 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협심증 등의 순환기 질환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등을 하고 있다. 내과 진료 중에서 세부 전공이 소화기인데 만성 소화불량이나 궤양성 대장염 혹은 크론병에 대한 문의와 치료도 하고 있다. 또한 요즘 암 관련 진료도 하고 있는데, 의원의 한계가 있어서 적극적인 치료 관점의 진료보다는, 암수술 후 보존 요법 혹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후 보존 요법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요즘 한방은 각 분야별 특화 진료가 많은 추세인데, 앞에서 언급한 질환들을 특화 진료하는 한의원 원장들께 한의학적 자문도 받아 진료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이지만 한의학적 특화 진료에 대한 노하우는 해당 한의원 원장님들이 더 깊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는 현재 진단기기 등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유현희: 현재 진단기기에 대한 내용은 양쪽 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가급적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의견을 밝히라면 현대의학적인 진단기기는 보다 활발한 협진을 통해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다 활발한 협진을 위해 한방에서 의뢰된 환자들에게 진단 검사를 해주고 친절하게 소견을 제공해주는 현대 의료 기관에 협진 장려금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어떤가 묻고 싶다. 물론 한의학만의 정체성을 살린 한방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일정 과정은 당연히 거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장성원: 한의사도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의학적 진단을 위한 현대적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강성주: 지회나 학회에서 혈액 검사 등에 대한 강의들을 몇 번 수강한 적이 있다. 수강 당시에 많은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등이 핵심이 됐어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한 토론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당장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 한의사협회 회장이 BMD 시연 후 의협에서 맹공을 당했듯이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의사들이 “왜 한의사가 현대 의학기기를 취급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예만 될 것 같다.

초음파나 엑스레이는 쉬운 것만 보려고 하는 것 같다. 한의협에서 엑스레이를 취급하려는 목적이 예를 들어 발목 염좌 때 골절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엑스레이는 체형 관리나 척추 관절 질환에 이용하려는 목적이 보인다. 다른 악성 질환 혹은 감염성 질환 특히 폐렴이나 결핵 등에 대한 질환에 대한 접근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질환에 대한 교육이 없으면 거대 자본이 결탁된 한의원이나 병원급 한방 의료 기관은 살아남고, 오히려 일반 한의사 회원은 초음파나 엑스레이로 인해 경제적 불이익만 받을 것이다. 검사는 시행에 따른 책임이 있다. 검사 결과에 따른 진단 프로토콜은 질환에 대한 전체적인 숙지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한의과대학 혹은 한의사 대상 교육은 이를 따라주지 못한다. 
 

“단순 근골격계 환자에 한방 치료 권해…각 학문에 대한 이해와 접근 필요”
 

▶한의대 교육 커리큘럼에서 의대를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있다면. 
유현희: 돌이켜보면 의대에서 배운 모든 내용들은 그 하나하나가 환자 진료에 정말로 활용되는 부분이었고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었다. 실제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위한 임상 실습 과정, 그 임상 실습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임상 의학 교육, 그 임상 의학을 제대로 배우고 이해하기 위한 기초 의학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에 비추어 한의대의 이론 교육이 얼마나 임상 실습에 도움을 주는지, 그 임상 실습은 현재 한의학 진료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한방 임상 현장을 반영하는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좀 원론적인 내용인 것 같아 죄송하지만 진심이고 한의대를 졸업 한 뒤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현재는 어떤 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고 한 얘기일 수도 있다. 여담으로 이와 관련해, 현재 복수 면허자도 많이 배출 됐는데 한의대에서 이러한 교육 개혁을 위해 복수면허자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긴 하다.

강성주: 의과대학의 실습 과정 중 임상 각 과를 임하면서 특히 수술하는 과는 수술실에 함께 들어간다. 즉 수술을 직접 참관합니다.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감염 관리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실제로 적응되는가를 배우고, 수술 후 환자 관리를 하면서 지식을 습득한다. 한의과대학의 부속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하는 경우 의과의 수술실에 파견을 받게 된다면 감염 관리에 대한 현장의 느낌을 보다 더 잘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의과 대학 부속병원의 응급실에서, 오전 혹은 낮에는 밤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오고 입원 과가 정해지는 시간대다. 따라서 decision making이 이뤄지는 결정적인 시간은 주로 야간에 이뤄지게 된다. 야간에 응급실 실습을 돌면서 보다 더 다양한 환자들을 많이 접한 것 같다. 응급실 실습을 야간에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현대의학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한의학적 치료를 하는 어떤 학회에서는 현대의학의 이론이 내가 의과대학 재학 시 배우지도 않은 1970~1980년대 이론을 말하고 있었다. 또한 해당 학회에 연구 방법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고 좀 더 좋은 방법을 제시했지만 묵살당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현대 의학 강의가 있다면 그 강의 내용이 최신 내용인지 한번 다시 알아봐야 한다.


▶의대 전공에서 한의사들이 조심했으면 하는 오진하기 쉬운 질환 등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유현희: 오진에 대한 얘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감염과 관련된 부분을 말하고 싶다. 실제 침이나 주사 등과 관련해 감염이 발생하거나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보았다. 한방, 양방을 떠나 환자에게 침습적 의료 행위를 할 경우에는 소독과 무균 조작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침습적 의료 행위 뒤에 관련 증상이 있을 경우 항상 감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침은 무조건 감염과 관련이 없다거나 한약은 간 손상을 절대 일으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든다. 

장성원: 단순 염좌로 진단 받고 침, 부항을 하고 오는 환자가 있는데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놓칠 수 있는 골절인 경우가 간혹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강성주: 첫째. 감염성 질환이다. 외래에서 복통 설사 등의 감염성 장질환 등으로 온 여중생 환자가 있었는데, 내 외래에서 말을 듣지 않고, 보호자의 친한 친구가 한의사로 있다면서 그 한의사 이야기를 듣더라. 그 한의사는 서울에 있는 원장이었는데, 환자의 증상을 듣고(history상에 분명히 감염성 음식을 먹은 것이 있었음) 배가 아픈 이유는 체했다고 하면서 체기를 해소하는 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체기만 풀어 달라고 했다. 여중생 환자의 아버지는 내가 처방한 약도 먹이지 않고 환자는 밤새 배가 아팠다고 하는데. 배가 아픈 질환을 체기라고만 하지 말고 감염성 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한의학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제언이 있다면.
유현희: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스스로도 여러 차례 자문했었고 주위 친구, 선후배들과도 얘기해 보았는데 이견도 많았던 부분이다. 내가 바라는 한의학의 발전 방향은 한의학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치료적 재현성과 표준성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재현성과 표준적 치료를 갖춘 현대 의학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 의학과 다른 한의학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다면 굳이 한의학이 남아 있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고 짝퉁 의학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환자들이나 한의사가 생각하는 한의학만의 독특함이나 장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들을 갖추고 관련된 치료 기술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제언해 본다(너무 막연하고 원론적인 답변이라 죄송하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전통 의학과의 교류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성원: 한의학은 한의학다울 때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강성주: 지금 로컬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소화기, 뇌기능 향상, 미용, 항암 등의 특화 진료가 계속 더 확대 되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한의과 대학의 부속병원은 보다 더 세분화된 진료를 해야 한다. 대학병원이 살아야 개인 한의원이 더욱 더 발전하고 학문이 발전하게 된다. 한의과 대학 부속 한방병원의 병상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에 우려가 크다.


▶향후 계획을 말해 달라. 
유현희: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 의사가 거리낌 없이 소통하고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그런 병원을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에 참여해보고 싶다. 여건이 된다면 그러한 병원에서 해외 환자를 유치해 우리나라 의료 시장의 세계화에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한약이나 생약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 개발을 통한 국부 창출에도 일조해보고 싶다.

장성원: 수술하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으므로 좀 더 매진하고 싶다. 

강성주: 지금 진료하는 질환들에 대한 한양방협진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제가 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양한방 협진 연구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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